뜻밖의 선물(5)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
그 상대가 물건이든 사람이든 아님 다른 그 무엇이든...
처음 그것 혹은 그를 곁에 둘 수 있기를
그토록 소원했음에도
막상 내 것이 된 순간부터는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것 혹은 그가 사라졌는데
그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 오후 불현듯
꽤 오래전에 두꺼운 책 속에
꽃 잎을 끼워 말렸을 거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림 그리는데 필요해서 말이다.
단풍잎도 있을 거고.
이방 저 방 책장 앞에 서성였다. 어느 책 속에 있을까?
십 년이 훌쩍 넘었지 싶다.
그때는 제법 산을 올랐었다.
앙증맞은 풀꽃이 지천에 흐드러진 숲길을 걸을 때면
꿈속을 거니는 듯 행복했다.
그해 가을 까무러치게 멋진 단풍에 홀려
어린아이처럼 잎을 주웠다.
집에 돌아와 두꺼운 책 몇 권을 꺼내어
책장 사이사이 꽃잎과 단풍잎을 끼웠다.
그날 이후로 몇 번 정도는 잘 마르는지 확인하느라
책을 펼쳐 보았을 것이다.
분명히 꽤 쓸모가 있을 거라 장담했을 거고.
그리고는... 음... 그러니까... 완전히 잊었다.
그날을 떠올려봤다.
아! 이 방이었어. 거기까지는 생각이 났다.
책장 앞에 섰다. 어떤 책이지?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책장의 책은 꽤 많이 바뀌었다.
이방 저 방 방을 옮기기도 했고 일부는 버리기도 했다.
눈을 감아본다. 좋아라 하던 내 모습은 그려지는데...
모르겠다.
꽃 잎을 품고 있을 책을 기억해 낼 수 없다.
그러니까... 너를 그리워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내일은 크리스마스잖아.
아이는 머리맡에 놓여 있는 장난감 선물이 무얼까
아마 궁금해 죽을걸!
그렇지 않다니까...
알았다고 알았어. 그러니까 기억의 성으로 가보자고.
저어기, 저기부터는 걸어갈 거야.
내 손을 꽉 잡아!
멋진 착지를 장담할 수 없으니까.
어이쿠!!
꼼아!
대장! 내가 잡았어!
그런데, 누굴 데려온 거야?
휴우~ 다행이다. 온이 네 덕분에 무사했어.
꼼이는 자신의 꼬마친구에게 돌아가고 싶어 해.
그래서 기억의 성으로 데려가는 거야.
그곳에 가면 알게 되겠지.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 지를...
꼼! 저길 보라고. 산타마을의 산타냥이들이
날고 있어.
썰매 가득 선물을 싣고서 말이야.
오늘 밤 아이들이 잠 들면 선물을 배달할 거야.
아마 너의 꼬마 친구도 선물을 받게 될 거야.
대장! 빨리 서둘러야 해.
만약에 꼼이가 되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말이야.
그날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 아침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