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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Jun 01. 2023

기억을 믿어?

뜻밖의 선물(5)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

그 상대가 물건이든 사람이든 아님 다른 그 무엇이든...

처음 그것 혹은 그를 곁에 둘 수 있기를

그토록 소원했음에도

막상 내 것이 된 순간부터는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것 혹은 그가 사라졌는데

그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 오후 불현듯

꽤 오래전에 두꺼운 책 속에

꽃 잎을 끼워 말렸을 거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림 그리는데 필요해서 말이다.

단풍잎도 있을 거고.

이방 저 방 책장 앞에 서성였다. 어느 책 속에 있을까?

십 년이 훌쩍 넘었지 싶다.

그때는 제법 산을 올랐었다.

앙증맞은 풀꽃이 지천에 흐드러진 숲길을 걸을 때면

꿈속을 거니는 듯 행복했다.

그해 가을 까무러치게 멋진 단풍에 홀려

어린아이처럼 잎을 주웠다.   

집에 돌아와 두꺼운 책 몇 권을 꺼내어

책장 사이사이 꽃잎과 단풍잎을 끼웠다.

그날 이후로 몇 번 정도는 잘 마르는지 확인하느라

책을 펼쳐 보았을 것이다.

분명히 꽤 쓸모가 있을 거라 장담했을 거고.

그리고는... 음... 그러니까... 완전히 잊었다.

그날을 떠올려봤다.

아! 이 방이었어. 거기까지는 생각이 났다.

책장 앞에 섰다. 어떤 책이지?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책장의 책은 꽤 많이 바뀌었다.

이방 저 방 방을 옮기기도 했고 일부는 버리기도 했다.

눈을 감아본다. 좋아라 하던 내 모습은 그려지는데...

모르겠다.

꽃 잎을 품고 있을 책을 기억해 낼 수 없다.






그러니까... 너를 그리워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내일은 크리스마스잖아.

아이는 머리맡에 놓여 있는 장난감 선물이 무얼까

아마 궁금해 죽을걸!



그렇지 않다니까...

알았다고 알았어. 그러니까 기억의 성으로 가보자고.

저어기, 저기부터는 걸어갈 거야.



내 손을 꽉 잡아!

멋진 착지를 장담할 수 없으니까.

어이쿠!!

꼼아!

대장! 내가 잡았어!

그런데, 누굴 데려온 거야?

휴우~ 다행이다. 온이 네 덕분에 무사했어.

꼼이는 자신의 꼬마친구에게 돌아가고 싶어 해.

그래서 기억의 성으로 데려가는 거야.

그곳에 가면 알게 되겠지.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 지를...

꼼! 저길 보라고. 산타마을의 산타냥이들이

날고 있어.

썰매 가득 선물을 싣고서 말이야.

오늘 밤 아이들이 잠 들면 선물을 배달할 거야.

아마 너의 꼬마 친구도 선물을 받게 될 거야.


대장! 빨리 서둘러야 해.

만약에 꼼이가 되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말이야.

그날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 아침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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