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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Jun 08. 2023

기억의 성

뜻밖의 선물(6)

기억의 성이라는 곳을 상상해 보았다.

그곳에는 한때 누군가의 소유였던

모든 것들(생물, 무생물)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다.


이제 다 왔어. 저기 보이는 저곳이 기억의 성이야.


멀리 기억의 성을 오가는 고양이들이 보인다.

그들은 왜 무엇 때문에 기억의 성을 오가는 것일까?

주황색 고양이 온이가 짊어진 자루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그들은 누군가의 소유였던 하지만 지금은 아닌

세상 모든 것들의 기억을 자루 가득 모아 온다.

그러니까 온이의 자루에는 기억이 담겨있다.

이얏호~ 가자~~~


어이쿠... 조심하라구!

이 무슨 난리람.

앗 내 기억 주머니!!


기억의 성은 여러 마을로 나뉜다.

그중 이곳은 생명이 없는 사물의 기억들이 보관된 마을이다.

이를테면 책, 그릇, 등등의 물건들.

눈 감고 되는대로 짚히는 대로 책을 손에 넣는 이는 없을 것이다.

소중한 누군가가 선물해 주었다든가,

아니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추천해 주었다든가,

그도 아니면 많은 고민을 하면서 구입한 책이든가.

대부분은 책을 소유하기 위해 꽤 많은 시간과 정성, 돈을 들인다.

책의 겉표지를 살피는 시선

첫 장을 넘길 때의 기대

마지막 표지를 덮을 때의 뿌듯함

이 모두가 기억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기억을 안고 갈 수 없어

탈탈 털어내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때는 무자비하다.

사연 많던 책들은 어느 순간 한물 간 고리타분한

있으나마 나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는 아파트 분리수거 날을 기다리는 운명이 된다.

그래도 이 경우는 꽤 양호한 편이다.

그저 효용이 다 했을 뿐이니까.

정신적으로 분리수거된 경우보다는 나을 것이다.

책장에 꽂혀 있지만 기억 속에는 흔적조차 없는 책.

그래서 어느 날 두 권의 책이 책꽂이에 꽂힌다.

몰랐다. 네가 있는 줄... 미안...


요란한 삼인방의 등장으로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온이의 기억 주머니가 풀렸다.

그리고 기억들이 통통통 튀어나와

기억의 성으로 이동한다.

별처럼 꽃처럼 반짝이는 기억들이...


꼼이는 곰인형이다.

그러니 꼼이에 대한 기억을 보려면

장난감의 기억을 보관하는 마을로 가야 한다.

이미 그들은 장난감 마을로 갔다.

그리고 꼼이에 대한 기억을 묻는다.

장난감 마을은 언제나 분주하다.

아이들은 쉽게 잃어버린다.

세상에는 아이들이 잃어버린 장난감들이 넘쳐난다.

게다가 변덕도 심해 쉽게 싫증 낸다.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특히 더 하다.

그래서 장난감 마을의 고양이들은 기억의 성 다른 마을보다 훨씬 더 바쁘다.

아이들에게 나눠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썰매 가득 실어

배달을 나섰던 산타냥이들이 돌아오고 있다.

썰매가 훑고 간 자리 여기저기 날리는 소식지 한 장을 주황색 고양이 온이가 낚아챘다.


소식을 확인한 온이가 대장과 꼼이에게 달려가 소식지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기억이 소각될꺼란다.

세상의 모든 기억은 영원할 수 없다.

오랜 세월 굳어진 화석에 실린 기억조차도

애써 되살리려 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장난감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안겨 준다면

잃어버린 장난감에 대한 기억쯤이야...

그렇게 되면

기억의 성에 있는 기억도 소멸되어야 한다.

다시 꺼내 볼 일 없을테니…


음... 꼼이를 기억하는 아이의 기억도... 소멸될까?

새로운 크리스마스를 선물 받았을 테니,

까짓 꼬질꼬질 낡은 곰인형쯤은

더 이상 그립지 않겠지?


이런, 이미 기억들이 소각되기 시작했어.

하얀 재가 된 기억의 꽃잎들이 날리잖아.

어! 꼼아! 꼼아!!!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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