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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Jun 16. 2023

상처

뜻밖의 선물(7)

나을 듯... 나을 듯...

하지만 내려앉은 딱지가 자꾸만 떼어지고

상처는 이내 짓무른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통증이 가시고

새 살이 차올라도

흔적으로 기억을 강요한다

잊을 테면 잊어봐 하며 조롱한다


모두들 꼼이를 찾는 그 시각

꼼이는 기억의 성 안의 또 다른 성을 서성이고 있다.

차가운 보랏빛을 뿜어내는 자작나무 빼곡한 숲.

숲은 그 누구의 출입도 완강하게 거부하는 듯하다.

얼어붙은 호수.

호수 건너편엔 작은 나룻배가 꽁꽁 얼어붙은 호숫가에

옴짝달싹 못하고 꽉 붙들려 있다.

그리고 어둠 속 여린 불빛도 보인다.


이곳은 살아있는 것들의 기억을 보관하는 곳.

한때는 누군가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장미꽃이었을 그들.

하지만 지금은 아닐 거라 믿는 이들에 대한

기억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대장이라 불리는 보라색 고양이의 기억도 저곳에 있다.

어쩌면 어둠을 헤치고

불빛 살랑이는 오두막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홀로인 까닭을...


호수의 얼음이 녹으면 건너편 나룻배가 바람을 타고

이 편으로 올 수 있다.

그러면 배를 타고 가면 된다.

호수의 얼음은 마음으로 녹인다.

원망 아닌 마음...

물론 얼음 위를 걸어서 건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순간

호수는 이미 얼음을 녹였겠지.

어쩌면 대장에게는 자작나무 가득한 기억의 성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은 철저히 버려졌고 외면당했다 확신하기에...


결국 대장과 온이는 꼼이를 찾아냈다.

갈길이 바쁘다며 꼼이를 끌다시피 소각의 성으로 데려갔다.

이곳은 소각의 성.

소유했던 이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면...

그러니까 '내가 그것을 가졌던 적이 있던가?'

하는 기억조차 지워지면

기억의 성에 보관되어 있던 기억들은

이곳 소각의 성에서 불태워 소멸된다.

그렇게 하얀 재가 된다.

이제 곧 꼼이의 기억도 그리 될 터이다.

아이는 잃어버린 꼼 대신 새로 선물 받은 장난감에 설레고 있을 테니까.

어쩌면 꼼이 아이와 함께 있었다 해도

산타가 배달해 준 선물을 받아 든 아이의 손에 의해

방구석 어딘가 처박혀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들은 으레 쉽게 질리는 법이니까...

소각의 성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아주 큰 소각로가 보이고

비취색 커다란 물 항아리가 보인다.

항아리 안은 물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마치 비어있는 것처럼 공허하다.

그 뒤로 고양이 조각상이 보인다.


마침 고양이들이 아주 바쁘다.

조가비 바구니 가득

검게 변한 기억들을 담아 항아리 가까이 가면

고양이 조각상 앞에 있던 나비가 사뿐 날아와

검은 기억 하나를 물어 물 위에 떨어뜨린다.

태우기로 결정된 기억을 양손에 집어 든

소각로 앞의 고양이가

항아리 위에 떨어지는

또 다른 기억의 운명이

궁금한 듯 흘깃 바라본다.

기억 하나가 물 위에 닿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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