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늘 나는 운이 좋았다.
적은 노력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자격증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고, 대학교는 수시로 입학(걱정했던 수능은 최저 등급만 맞으면 되었고), 나의 스펙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지금의 회사도 단번에 붙었다.
그런 과정들이 나 스스로 ‘운이 좋다’라고 믿게 만들었다.
그러나 회사에 입사하고 사람들이 가장 힘들고 기피하는 생산팀으로 배치받으면서 운이 좋았던 시절은 끝이 났다. 내가 운이 좋았다면 생산팀이 아닌 다른 팀으로 배치를 받게끔 운이 도와줬어야 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군대가 그러하듯, 회사도 똑같다. 자기가 있는 곳이 가장 힘든 법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회사 내 타 부서에서 보는 시야를 들어보니 정말로 생산팀은 힘든 부서가 맞았다.)
회사에 입사 후 여느 신입사원과 마찬가지로 난 희망과 포부가 당찬 신입사원 중 한 명이었다. 얼마 전 신입사원 때 작성한 노트를 발견했는데 거기에 적힌 글에서 그때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
초심을 잃지 말자.
현재 나타난 현상을 그대로 수긍하지 말고, 의문을 가지고 한 번이라도 반문을 하자.
“
처음 부서에 간 날, 파트장님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들었던 내용을 집에 돌아와서 기록한 내용이다. 읽으면서 내가 이렇게 열정이 넘쳤었나 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렇게 파트장님과 식사에서 느꼈던 생각을 노트로 옮길 정도로 열정 가득한 신입사원이었는데, 지금은 그 열정이 다 어디로 갔을까?
평범한 직장인은 누구나 그렇게 변한다고 하는데, 난 내가 그 평범 직장인에 속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나만큼은 열정이 가득하고 아이디어가 늘 샘솟는 그런 남다른 직장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난 무엇인가 특별한 점이 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입사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열정이 사라진 건 어느 시점부터였을까?
겨우 1년을 일하고 벌써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건 매우 이르지만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서 일까?, 아니면 당시 새로 온 파트장 때문일까?
나의 초년기 회사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생산팀 이야기. 그중에서도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나, 그리고 날 괴롭히던 파트장에 대한 기억을 먼저 꺼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