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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고 Jun 27. 2023

04_생산팀의 장점과 단점(단점이 더 많지만)

단점이 많이 보이는 이유

생산팀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일까..


생산팀의 이름 그대로 정의하면 ‘제품을 생산하는 팀’이고, 많은 사람들은 생산팀을 제조업의 꽃이라 부른다.


그러면 생산팀에서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생산을 잘하기 위하여 관리하는 일을 한다. (사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생산 계획을 조율하는 생산관리팀이 별도로 있다. )


말 그대로 생산을 ‘잘’ 하기 위하여 ‘관련된 모든 일을’ 관리하는 팀.


‘잘’ 그리고 ‘모든 일’


제품을 ‘잘’ 생산하기 위해서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많이 생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생산팀의 장점과 단점이 바로 ‘관련된 모든 일’ 여기에서 나온다. 정말 모든 일에 다 관련되어있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하여, 즉 많은 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설비가 잘 돌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고장이 났을 때는 신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열심히 만든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개선안, 불량을 줄이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한다. 이외에도 유해물질을 다루는 팀인 만큼 환경, 안전 관련된 업무 등 다양한 일이 생산팀과 겹쳐 있다.


장점과 단점이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려는데 단점만 계속 생각난다.




생산팀에 근무하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건 바로 생산 Line이 24시간 가동한다는 점이다. 주간에만 출근하는데 무슨 문제가 되나라고 하지만, 24시간 가동은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일은 전일 실적 확인이다. 전날 품질 불량이나 설비 가동이 잘되지 않았을 경우 해야 할 일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제발 아무 일도 없길 기도하면서 출근했다.


당시 출근하면서 코난 주제가를 떠올렸었는데, 가사 내용이 나의 상황과 딱 맞게 떨어졌다.



**코난 주제가**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밤이 궁금해**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날 부를까**

**모두들 어렵다고 모두들 안된다고**

**고개를 돌리는 많은 사람들**

**세상 사람들은 왜 왜 나만 바라볼까**



사실 아침에만 기도한 건 아니다. 퇴근해서도 별일 없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정해진 시간 없이 종종 전화가 왔다.


막 잠들었을 때 전화가 오기도 하고, 새벽에 전화가 오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기는 항상 머리맡에 두고 잠들었다. 혹여나 전화를 못 받으면 안 되기에 마음 편히 잠들진 못했다. 전화가 오면 다행히 전화로 해결될 때가 있었는데, 최악의 경우에는 출근을 해서 직접 해결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요즘에야 그렇게 야간에 출근하면 다음날 출근시간을 조정해서 조금 늦게 출근할 수 있지만, 그때는 다른 날과 같이 09시에 출근을 했다. 조금씩 지칠 수밖에 없었다. 생산팀을 떠나야 하는 이유만 차곡차곡 쌓였다.




다음으로 나를 힘들게 한 건 바로 생산팀의 특수성이다. 앞서 말했듯이 생산팀은 제품을 생산하는 팀으로 챙겨야 할 일이 굉장히 많았다. 설비, 품질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 외에도 유해물질을 다루는 부서 특성상 환경/안전 관련된 업무 등. 설비는 설비팀, 품질은 기술팀/품질팀이 별도로 있지만 이슈 발생 후 선조치는 모두 생산팀이 진행했어야만 했다. 설비팀과 기술팀은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큰 이슈 대응만 하고 이 외 다른 일에는 잘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의 업무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또 한 가지 억울한 사항은 타 부서에서 개선사항을 도출하여 Line에 적용할 때 발생한다. 개선사항을 적용할 때 주관 부서는 개선사항의 개선효과만 검증하고 그로 인한 side effect는 잘 신경 쓰지 않는다. 개선 효과가 확실하니 무조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side effect를 최소화하고 안정화하는 노력은 고스란히 생산팀의 몫이다. 그렇게 개선하고 나면 성과는 당연히 기술팀에서 보고한다. 생산팀의 숨은 노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은 없었다.




보통의 팀은 처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OJT기간이 별도로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직무 교육과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아주 간단한 업무를 맡으면서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생산팀은 모두 바쁘기 때문에 선배들이 후배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런지 ‘알아서 커야 한다.’라는 인식이 모두의 머릿속에 박혀있다.


특히나 24시간 가동되는 현장이 있기 때문에 신입사원들은 적응을 채 하기 전에 현장으로 내몰렸다. 현장에서 스스로 배우기를 강요받았다.


사실 선배가 되어보니 선배 나름의 사정도 있다. 후배를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빨리 후배를 가르쳐 내 일을 나눠주고 싶지만 업무 처리 기한이 임박한 일들이 많아 가르쳐주고 후배가 그 업무를 할 수 있게 돌보기보다는 내가 빨리 처리해야지 기한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의 첫발을 딛는 나에게 현실은 냉혹했다. 생산팀에서 몰아치는 업무를 정신없이 하며 숨돌릴틈도 없이 일하다 잠깐의 틈이라도 생기면 ‘내가 왜 이렇게 일하고 있지’라는 현타와 함께 매너리즘에 쉽게 빠지게 되었다.


그땐 늘 몸과 마음 모두 힘들고 지쳐있었다. 나의 조금씩 부서지는 멘털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여유가 없으니 번아웃도 빨리 왔다.


그 시절의 나에겐 탈출구가 필요했다.




덧붙임.


9년 전 26, 27살의 그때로 돌아가 기억을 떠올리며 단점을 가득 적었는데, 생산팀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팀도 나름의 장점도 있다.


신입 때부터 많은 일을 접하기 때문에 업무 숙련도가 빨리 올라간다. 제품을 생산하는 직접 부서이고 생산 Line 은 24시간 돌고 있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길은 항상 열려 있다. 그래서 생산팀 엔지니어들은 다른 부서 신입들보다 일을 빠르고 깊이 배울 수 있다. 제조업이기 때문에 생산 현장과 설비를 많이 아는 것이 힘이 되었다.


이렇게 빠른 시일 내로 설비에 대하여 쌓은 지식과 하고 하고 싶은 말은 못 참는 나의 성격이 만나 거침없이 일을 했고 그 결과 주변 부서의 인정을 빨리 받게 되었다. 생산팀의 혹독한 훈련은 나의 양분이 되었다. 생산 설비를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장점이 있기에 실력을 쌓아 팀을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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