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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고 Jul 03. 2023

05_새로운 전환점, 팀 이동

첫 번째 팀 이동

입사 후 만 2년이 되던 즈음


생산팀에 지쳐가던 나에게 제안이 왔다.


“너 기술파트로 와”


당시 내가 속한 조직은 해다마 팀이 찢어졌다 합쳐졌다 하며 계속해서 변화를 가했다. 그런 변화 중 하나로 별도로 분리되어 있던 기술팀과 생산팀을 합쳤다.  뭔가 생산과 기술을 같은 팀에 두어 시너지를 내보자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실상은.. 차후에 얘기하기로 하고 여하튼 기술팀과 같은 팀을 이루게 되었다.


내가 입사할 때부터 함께 일한 나의 맞선임 J는 이미 기술파트로 옮겨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J가 나에게 기술파트로 오라는 제안을 했다. 정확히는 기술파트에 있는 J와 생산파트에 있는 나를 맞트레이드하자는 제안이었다.


생산팀에 지처있던 나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지만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했다. 궁금했다.


나 ”갑자기 왜요? 기술파트 좋지 않아요? “


J “재미없어. 그리고 정이 없어.”


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J는 그 당시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말을 했다. 기술팀을 겪어본 지금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만 당시엔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J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설명을 해주었다.


J “기술은 생산팀에서 해결하지 못한 Issue를 주로 대응하는데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 팀이야. 아무리 해도 티가 안 나. 그리고 생산팀에서는 다 같이 라인 업무를 보면서 서로서로 도와주고 그랬는데, 여기는 각자 과제를 하다 보니 생산팀의 끈끈함이 느껴지지 않아. “


기술팀을 겪어보지 않는 나는 그 정도면 생산팀보다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미 생산팀에 정이 다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남은 미련은 없었다. 오라는데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렇게 입사한 지 만 2년이 되는 날, 3년 차인 나는 첫 팀이동을 했다.


-


생산에서 기술로 옮긴 다음 일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았다. 생산에서 느꼈던 단점들이 대부분 해결되었다. 현장 오퍼레이션과의 마찰이나 야간 가동에 따른 랜덤 한 전화에서 탈출하여 밤에 아무 걱정 없이 잘 수 있었다. 야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긴장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출근할 때 코난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었다.


매번 주말에 근접해서야 알게 되는 주말 출근(대부분 다 출근을 했지만), 생산 Line이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불안해서 퇴근하지 못하는 일상은 끝이 났다.


생산 Line에서 한발 벗어났다는 사실이 기술팀에서 생산팀으로 옮기길 잘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한 사실 덕분인지 과거는 금방 잊고 기술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


생산팀에서 난 반복되는 업무와 다른 사람들이 벌린 일을 수습하는데 지쳐 매너리즘에 빠졌었는데, 기술팀에서는 정반대 성향의 업무를 진행하며 매너리즘에서 바로 탈출할 수 있었다.


물론 생산 Line에서 품질 Issue가 발생해서 기술팀이 대응할 때도 종종 있었지만 늘 새로운 업무를 한다는 점, 그리고 내가 일의 시작점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의욕적으로 만들었다. 수동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일을 하는 방식의 변화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업무 방식에 나를 쉽게 맞출 수 있었고 금세 재미를 느꼈다.


그때 입사 후 처음으로 일에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 기술팀에서 2~3년은 재미있게 일을 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


그러나 치열하게 일하던 내가 무뎌지는 건 역시 오래 걸리진 않았다. 직장인의 3,6,9의 법칙이랬나? 초심은 언젠가 잊기 마련이고 무뎌진 칼날을 날카롭게 하기 위한 반전은 내 눈앞에 쉽게 나타나진 않았다.


회사 생활이 다 좋을 수만은 없고 다 힘들 수도 없다. 무엇이 날 의욕적으로 만들었고, 의욕 가득했던 모습은 지금 어디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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