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이 올까?
요즘 번아웃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난 내게는 번아웃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겪은 일이 ‘그 정도면 심하지도 않다.’, ‘더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누군가는 나에게 말할 수도 있지만, 괜찮을 거라고 믿어온 내가 그런 변화를 겪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난 성격상 고민을 많이 하고 그간 일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늘 빠져있었기 때문에 가랑비가 스며들었다 금방 마르듯이, 번아웃이 오더라도 나의 곁을 조금만 맴돌다 사라져 버릴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나의 약한 멘털은 그렇게 생각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번아웃을 불러왔다. 그렇게 번아웃은 나의 불안한 마음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불안감을 더 키워나갔다
내게 번아웃이 온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나의 성격적인 부분과 회사에서의 잘하겠다는 책임감이 겹쳐서 번아웃이 왔을 거라 생각된다. 생각해 보면 공황의 초기단계가 아니었을까.
당시 내가 있던 파트(팀 아래 업무의 편의를 위하여 두 개의 파트로 나누었다.)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난 그중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아 이끌어 가고 있었다. 프로젝트 인원은 나와 각각 3년, 5년 아래 후배. 나 포함 3명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했다. 프로젝트가 뜻대로 잘 굴러가지 않더라도 난 맡은 바 성과를 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중국 출장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출장을 나갔고, 밤을 새워야 한다면 기꺼이 밤을 새웠다. Issue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직접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파트장님이나 팀장님은 이미 다른 Issue가 산적해 있었기에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서 일어난 일은 내가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고 마음먹었었다.
담당님 주관 보고를 할 때에도 파트장 없이 나 혼자 들어갔었고, 회의 역시 나 혼자 참석하였다. 내가 힘들더라도 내가 고생하고 후배들을 고생시키지 말자라고 생각했었다.
(돌이켜보면 이때라도 파트장, 팀장에게 어려움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어야만 했었다.)
이렇게 까지 하는데 인정을 안 받으래야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한번 인정을 받기 시작하니 계속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금씩 마음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그래서 그럴까? 어느 날부터인가 회사를 떠올리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기분상 답답한 것이 아닐 실제로도 가슴이 물리적으로 압박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팠다. 그동안은 고민이 많고 정신적으로만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신체적으로도 발현되니 덜컥 무서워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공황, 불안장애일까? 멀쩡히 잘 지내던 내가 왜 그런 거지? 단순한 착각일까? 무서웠다.
난 아닐 거라고 부정했지만 회사를 떠올릴 때 가슴이 답답하고 꽉 막힌듯한 증상은 점점 심해져 갔다.
불안, 공황 관련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유튜브도 찾아보며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