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마주하기
난 이제껏 부모님 앞에서 힘들다는 얘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부모님이 나에게 보내는 기대를 저버리기 싫었던 것 같다. 그리 유복하지 않은 집에서 태어난 난 공부를 어느 정도 잘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그런 나에게 줄곧 기대를 보내왔다. 그리고 그만큼 나에게 헌신했었다.
나도 그런 부모님의 노력을 알기에, 우리 집안의 미래는 나란 것을 알기에 집에서는 더더욱 힘든 내색을 보일 수가 없었다. 언제나 늘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지내왔다.(뭐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매우 잘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 나의 힘든 모습과 고민, 감정은 부모님 앞에서 숨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성격은 회사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나 혼자 감내하였고, 선배나 후배들에게 말하기보단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했다.
고민과 어려움은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상담 선생님 앞에서 나의 어린 시절부터 회사일까지 자연스럽게 마음속의 빗장을 풀고 꺼내었다. 이런 나의 얘기를 남 앞에서 한 적이 언제일까.
상담선생님 앞에서 말을 하다 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내가 회사에서 울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눈물이 그쳤을 때 상담선생님은 나에게 눈물이 왜 났는지 물어봤다. 나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난 그저 속마음을 꺼냈을 뿐인데 감정이 한꺼번에 터졌고 눈물이 났다.
“선생님 그럼 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선생님은 나에게 한 가지 요청을 했다.
"감정을 드러내세요. 감정을 잘 드러내는 사람이 강하고 멋진 사람이에요. "
"감정을 드러내기 힘들다면 이렇게도 해보세요. 먼저 다가가서 '너는 요즘 어때? 힘들지 않아? 난 요즘 이래서 힘든데 괜찮아?'라고 물어보세요."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나의 상담은 무겁게 끝이 났다.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다. 뭔가 막혔던 감정이 뚫린 느낌이 들었다.
다만 마음을 다잡은 주인공은 일을 더 열심히 했다는 동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일해서 나를 압박하고 다치게 한다면 일을 해서 뭐 할까라는 생각이 나의 의식 전반에 깔렸다.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전과는 달리 일에 대한 중압감을 내려놓기로 했다. 불안이 완벽하게 치료된 건 아니었지만 더 이상 공황의 문턱에 다가가지 않기 위해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지 않기 의해 노력했다.
그렇게 불안으로부터 멀어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