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난 항상 효율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
MBTI로 보면 극 T 성향을 띤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MBTI를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MBTI가 어느 정도는 사람을 잘 대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난 대부분의 경우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도 거의 없어 항상 무던하게 지낸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난다. 나와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을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중 감정적인 사람들, 예를 들어 자기의 기분을 그대로 표출하는 사람들,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대할 때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T 성향을 가진 나는 그들의 기분에 쉽게 호응이 잘 안 되어 감정적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왜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반응할까..‘
사회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아내와 함께 있을 때는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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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나와 비슷하게 행동하고 생각한다.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다. MBTI로 본다면 나는 ISTJ, 아내는 ISTP이다. 아내와 내가 비슷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밈으로 돌아다니는 T사이 대화가 아내와 나 사이에서는 흔하게 나온다.
아내 “자기 나 오래 걸어 다녀서 발 아파..”
나 “그래? 빨리 병원 가봐야겠다. “
아내 “그래야겠지?”
나 “응. 집 앞에 정형외과 빨리 가봐”
감정적인 공감보다 해결책만 오가는 편안한 대화이다.
난 요즘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는데, 내 글을 아내에게 먼저 보여준다. 그때에도 비슷한 대화가 오간다.
나 “내가 쓴 글 어때?”
아내 “음 잘 쓴 것 같은데, 여기는 맞춤법이 틀렸고 이 문장은 이렇게 고쳐야 할 것 같아.”
나 “그래? 자기 말이 맞네. 고마워 ㅎㅎ”
F는 이해하지 못하는 T커플이 나눈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정말 효율적이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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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성향을 가진 이성을 매력적으로 느낀다. 자기에게 없는 모습을 가진 이성에게서 자기 자신의 결핍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경우는 다름에서 오는 매력보다는 같음에서 오는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나와 아내는 100%로 같진 않다. 각자에게 다른 모습이 있지만 서로 배려하며 다른 부분을 수용하며 지낸다.
비록 감성이 부족한 T이지만, T와 T의 만남은 넘치는 이성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고 있다.
결혼생활에서 중요한 건 결국 서로 간에 행해지는 배려이다. 나와 아내는 이성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배려 속에서 사랑을 더 단단히 굳히는 중이다.
++ 아내는 이렇게 마무리 짓는 것도 T답다고 한참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