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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완 Feb 28. 2021

준지(Jun.J)

준지. 패션에 관심 없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이름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인 삼성물산에 속한 정욱준 디자이너의 브랜드이다.
이번에는 준지라는 브랜드와 이곳의 수장인 정욱준 디자이너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먼저 정욱준 디자이너는 남대문에서 의류 제조업을 하시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옷과 인연이 있었다. 부모님께서 제작하신 샘플은 항상 아들인 정욱준에게 첫 번째로 입혔었는데, 그가 좋다고 했던 옷들은 잘 팔렸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재봉틀, 옷감 등 의류 제작에 관한 요소들은 장난감처럼 아주 친숙한 것들이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의류 분야에 발을 들인 정욱준 디자이너는 1992년 에스모스 서울을 졸업한 후, 같은 해 쉬퐁의 디자인실에 입사하였고 1995년부터는 클럽모나코에서 일을 했고, 1997년부터 1998년까지는 닉스에 있으면서 닉스의 디자인 팀장까지 맡았다. 이후 1999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신의 브랜드인 '론 커스텀(LONE CUSTOM)'을 론칭한다. 2001년 첫 컬렉션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론 커스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2007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딴 '준지(Juun.J)'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2008년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파리에 입성하게 된다. 당시 선보였던 컬렉션은 트렌치코트를 변형시켜 기존의 형태를 파괴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 디자인으로 그는 르 피가로에서 선정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6인에 뽑히기도 했다.


이후 2012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합류하여 준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상무로서 일을 하게 된다. 2013년에는 우영미 디자이너에 이어 파리 의상 조합의 정회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정욱준 디자이너는 2006년 라프 시몬스의 '피티 워모(Pitti Uomo)' 무대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 무대에 서고 싶다.'라고 그 무대를 꿈꿨다고 했는데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국내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2016 F/W 컬렉션 피티 워모에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청받게 된다. 여기서 그는 네오프렌 소재의 맨투맨을 선보이며 소재 사용의 혁신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해당 맨투맨은 일명 '정욱준 맨투맨'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2018년은 정욱준 디자이너가 준지로 파리에 입성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자 22번째 컬렉션을 선보인 해였다. 그는 앞서 언급했던 트렌치코트, 맨투맨처럼 클래식한 아이템들을 재해석한 디자인을 주로 선보여왔다. 22번째 F/W 컬렉션에서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그의 필름 카메라 속 25년 전 사진을 인화해왔는데, 스물아홉 시절에 컬러풀한 오버사이즈 다운재킷에 후드, 전영록 안경과 나이키 모자를 착용하고 있던 그와 그의 친구의 사진이었다.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다운재킷을 컬렉션 아이템으로 잡아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한다.


정욱준 디자이너는 준지의 계획을 10년 단위로 정하였는데, 2018년 이후의 10년 계획은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하우스로의 성장이었다. 그는 이 계획에 있어서 가장 먼저 디자인하고 싶은 것은 조명이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파리에 갔을 때, 그곳이 아름답다고 느끼게 했던 요소가 바로 조명들이었다고 한다. 좋은 호텔도 아니었는데 몇 가지 조명들만으로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조성해내는 것을 보고, 자연의 빛에 비할 수는 없지만 인위적인 것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2019 S/S 컬렉션에서는 신규 여성복 라인을 출시했다. 그의 10년 단위 계획 중, 50세에 여성복 라인까지 브랜드 확장이 있었는데 그 목표를 이룬 것이다. 총 37벌의 의상들 중 20벌을 여성복으로 구성하였는데 셔츠형 스커트와 셔츠형 원피스 등 남·여 경계를 허무는 스타일로 인기를 끌며 앞으로의 여성복 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해당 컬렉션은 '대안(Alternative)'을 주제로 한 컬렉션으로서, 1990년대 유행했던 스포츠웨어와 클래식 아이템들에서 영감을 받아 아노락과 오버사이즈의 파카, 윈드 브레이커 등의 스포티한 아우터와 팬츠를 주로 선보였다. 모자, 스니커즈, 힙색 등 인기가 많았던 액세서리 라인도 강화하여 '준지 하우스'로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후 2019년 12월에는 한국의 패션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패션대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2020년 1월 17일, 정욱준 디자이너는 준지의 2020 F/W 컬렉션 쇼를 상당히 특이한 장소에서 진행했다. 바로 프랑스 파리 의과대학이었는데, 해당 컬렉션은 '아토마쥬(ATOMAGE)'를 주제로, 가죽에서 영감을 받아 가죽 소재를 중심으로 80년대 아이템과 실루엣을 재해석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여기서 아토마쥬는 1970년대 영국에서 패션 디자이너인 '존 서트클리프'가 발행한 잡지로, 가죽 소재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다루며 가죽 소재를 패션으로 인식시키는 데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았던 잡지였다.


해당 준지의 컬렉션 또한 가죽 소재의 혁신적인 사용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가죽을 활용한 코트, 팬츠, 스커트 및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였는데, 준지의 테일러링과 가죽의 결합은 새로운 형태의 가죽 플리츠 스커트, 울과 가죽이 결합된 신개념 코트 등 패션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아이템으로 재탄생했다.


준지는 이전 컬렉션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포멀 스타일 아이템이 현지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고 전했는데, 셔츠와 타이를 기본으로 가죽을 활용한 코트, 재킷 믹스매치, 가죽 플리츠 스커트, 가죽 팬츠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1cm가 넘는 어깨 패드를 넣은 과감한 스타일의 재킷은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얻었다. 피날레에서는 가죽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모델 21명이 워킹을 선보여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해당 컬렉션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와 협업했다. 총 13명의 모델이 준지의 의상에 갤럭시 버즈를 착용하고, 무대에서 캣워크를 진행했다. 특히, 각 모델들의 상의에는 준지가 제작한 ‘갤럭시 버즈 가죽 케이스’가 함께 스타일링 되어 큰 관심을 받았다.


또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과도 협업을 진행했다. 리복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인 ‘펌프 코트 슈즈’에 준지 특유의 디자인이 더해진 스니커즈 제품을 공개했다. 화려한 컬러와 스타일로 구성된 펌프 슈즈에 미니멀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준지의 감성이 더해져 차분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정욱준 디자이너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실루엣과 소재에 중점을 제품을 선보였다.”며 “특히 패션도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아 ‘에코 레더’를 적극 활용했다”라고 말했다.


정욱준 디자이너의 준지는 기존 아이템의 재해석을 통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다. 해가 거듭할수록 '하우스'로서의 모습을 갖추어나가는 준지는 10년, 20년 이후에 모습이 상상이 갈 정도로 그가 세웠던 계획들을 차근차근 이뤄나가고 있으며, 한국의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세계에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앞으로 준지가 어떠한 아이템을 재해석하여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형식과 실루엣을 제시할지 기대를 해보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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