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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완 May 28. 2020

명품 가죽 브랜드, 로에베

로에베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

1. 명품 가죽 브랜드, 로에베의 시작

로에베는 1846년 후안 로에베 라테가 마드리드의 중심가인 로보 거리(현 에체가라이 거리)에서 마드리드의 가죽 장인들이 가죽 제품을 제작했던 가죽 공방에서 시작했다. 당시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브랜드라기보단 공방의 개념으로 시작했다.

약 20여년 후인 1872년, 독일의 가죽 공예가인 엔리크 로에베 로스버그가 해당 공방의 기술력과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보고 공방과의 파트너십 계약을 채결하면서 현재의 로에베라는 브랜드의 시초가 되었다. 가죽 공방에 불과했던 로에베의 전신은 엔리크 로에베를 만나, 그의 이름을 딴 '로에베'라는 이름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후 로에베는 마드리드의 고급 가죽 제품 브랜드로서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재정 투자를 받고 인지도를 쌓아가며 안정적인 브랜드 운영에 집중을 했다. 그리고 1892년, 스페인 프린시페 거리 중심에 가죽 공방과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E.LOEWE' 부티크를 오픈했다. 가죽 장인들의 노하우와 기술력의 집약체였던 로에베의 제품들은 다른 패션 브랜드에서 결코 따라잡을 수 없었고, 이러한 로에베는 스페인 왕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2. 스페인 왕실 공식 납품 브랜드

1905년, 스페인의 콘치스타 공작부인을 고객으로 맞으며 로에베는 큰 전환점을 갖게 된다. 콘치스타 공작부인은 스페인 사교계에서 뛰어난 패션 센스와 스타일로 항상 주목 받았던, 소위 '스페인 인싸'였다. 이러한 인싸가 로에베의 제품을 착용하고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로에베는 스페인 왕실에서 '콘치스타가 들고 다니는 가방'으로 소문이 퍼졌고, 알폰소 13세에 의해 '왕실 공식 납품 브랜드'로 지명되어 앞으로의 성공에 밑바탕이 되었다.

3. 로에베의 해외 진출

1905년부터 스페인 왕실 공식 납품 브랜드로 선정된 로에베는 높은 퀄리티의 가죽 제품과 장인 정신을 고수하며 점차 인지도를 높여 갔다. 이후 1939년 프린시페 거리의 첫번째 부티크에 이어 그랑 비아에 두번째 부티크를 오픈한다. (현재 그랑 비아의 부티크는 오랜 역사와 기술력,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오픈 아카이브 박물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로에베는 성급하게 몸집을 불리기보다 브랜드의 가치와 품질을 올리는 데에 집중했고, 그에 따라 로에베의 해외 진출은 약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첫 해외진출 국가는 영국이었다. 1963년 영국으로 첫 진출하여, 1973년에 일본에 첫 매장을 오픈했고 일본의 로에베 매장은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여 로에베의 주요 매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여러 나라에 입점시켜 단기 매출을 노리거나 라이선스 비지니스를 할 수도 있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로에베는 브랜드의 가치와 품질을 최우선시했고, 단계적인 성장을 택하여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4. 로에베의 LVMH 입성

1970년대부터 여성복 라인을 시작으로 향수 사업까지 브랜드의 영역을 넓혀갔던 로에베는, 1986년 명품 제국으로 불리는 LVMH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는다. 당시엔 인수 단계까진 아니었지만 럭셔리 브랜드를 다수 소유하고 있던 LVMH와 손을 잡으면서 여러 나라에 로에베를 알리고 사업의 다각화가 용이해졌다.

LVMH의 입장에서도 로에베의 브랜드 가치, 차별점을 보고 로에베의 잠재력을 높이 샀고, 고부가가치의 가죽 노하우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큰 매력을 느꼈다.

10년간의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한 LVMH는 1996년 로에베를 인수하게 된다. 또한 그 해는 로에베 설립 15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이기도 했다.

5. 사업의 다각화 - 레디 투 웨어에서 크리에이티 라인, 향수 등의 사업을 진행하여 포트 폴리오를 확장해갔다.

1996년, 브랜드 150주년을 맞이한 로에베는 LVMH 입성 이후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한다. 로에베는 브랜드의 새로운 동력을 레디 투 웨어로 정하고 이후 10년간 나르스 로드리게스, 호세 엔리크 오나 셀파를 여성복 디자이너로 기용하여 컬렉션들을 전개했다.

스타 디자이너였던 그들은 고객들의 기대에 충족하는 제품들을 선보이긴 했지만, 로에베만의 무언가를 끄집어내기에는 실패했다. 로에베는 이런 실패의 근원을 '의상 라인만이 아닌, 브랜드를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의 부재'라는 결론을 내렸고, 2008년 스튜어트 베버스를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다.

스튜어트를 영입한 이후, 로에베는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변신했다. 슈퍼 모델과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와 협업하여 감각적인 화보를 선보였고, 로에베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조나 백을 다양하게 변화시킨 아이템들을 출시했다.

로에베는 스튜어트가 '멀버리'에서의 결과물들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그는 영국의 오래된 가죽 브랜드였던 멀버리에서 화려한 비주얼과 캠패인을 전개했고, 이는 멀버리의 이미지를 '현대적이고 가지고 싶은 브랜드'로 변화시켰다.

고전적인 가죽 브랜드 이미지를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변화시킨 부분에서 스튜어트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로에베의 근본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단순히 감각적인 이미지와 셀레브리티 마케팅 방식으로는 다른 가죽 브랜드와 차별화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스튜어트 산하의 로에베는 아마조나 백과 같은 '스타 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2012년 스튜어트는 '코치'로의 이직을 선언하며 로에베와 결별하게 된다.

6. 조나단 앤더슨 - 로에베 2.0의 시작

스튜어트가 떠나 공석이 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는 당시 36세였던 조나단 앤더슨이 맡게 되었다. 그는 프라다 비주얼 머천다이저로 패션계에 입문, 2008년에는 JW Anderson을 설립하여 영국 패션계의 신성으로 떠올랐고, 2013년 LVMH는 JW Anderson의 지분을 일부 소유함과 동시에 조나단을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한다.

조나단은 로에베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후, 로에베의 아카이브를 검토했고 새로운 언어로 브랜드를 풀어내기로 결정했다. 그의 메인 슬로건은 2015년 발표했던 "Past, Present and Future"였다.

Past는 로에베의 시초였던 가죽 공방을 말한다. 장인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노하우는 다른 하우스들이 따라올 수 없는 독창적인 유산이다. 조나단은 이러한 유산을 지키고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 가죽 공방의 규모는 기존의 것보다 2배로 커졌고, 여기에는 가죽 기술을 전수하는 학교도 포함되어있었다.

Present는 현재를 위한 재창조를 의미한다. 패션 브랜딩으로 유명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인 'M/M'과 협업하여 현대적인 감성과 비주얼을 브랜드 중심에 심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서 변화를 위한 요소들을 선정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폰트를 적용한 로고였다. 더욱 간견하고 세련된 폰트를 사용하여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Future는 해체와 재창조를 기반으로 한다. 즉,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를 만들어간다. 각 성별의 성격을 규정짓지 않고 해체주의에 입각하여 현대적인 기능을 결합시켜 새로움에 도전했다. 이러한 가치관을 보여주는 제품이 바로 2015년에 발표한 '퍼즐 백'이다. 수많은 가죽 조각을 재조립하여 건축물처럼 독특한 구조를 갖춤과 동시에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인 제품이다. 퍼즐 백은 아마조나 백 이후 스타 백이 없었던 로에베에 새로운 효자 상품이 되었다.

퍼즐 백 이후에도 해먹 백, 게이트 백을 발표하며, 기능적이고 독창적이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실루엣을 추구했던 조나단의 가치관을 담은 제품들을 선보였다. 해당 백들 또한 잇 템 반열에 올라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결과에는 로에베의 근본, 즉 가죽에 대한 이해, 기술력과 노하우를 반영하면서도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비주얼을 담아낸 디자인에 있었다.

7. 로에베의 미래

조나단 산하의 로에베는 여성성과 남성성, 그 경계를 넘나드는 컬렉션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로에베의 효자 제품인 퍼즐 백과 게이트 백은 남성과 여성의 구분 없이 누구나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성별이 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브랜드의 방향성은 자연스럽게 남성 컬렉션으로 확장된다. 여성이 남성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고, 남성이 여성 컬렉션의 제품을 구매, 착용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춰, 조나단의 로에베는 남성 컬렉션을 더욱 중성적이고 독창적으로 연출하는 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의 가치관을 그때그때 변화시킨다면 단기적인 이익을 볼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브랜드의 이미지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고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 브랜드의 근복적인 가치관과 그 브랜드만이 가지고 있는 독창성, 차별성을 잘 이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추가한다면,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지킴과 동시에 결과물 또한 긍정적일 것이다.

조나단의 로에베가 위의 예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스튜어트의 로에베는 단기적인 매출 증가에는 효과적이었지만 브랜드의 정체성과 차별성은 볼 수 없었다. 기존의 것들과 차별화된 로에베만의 기술력, 노하우를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내어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는 조나단의 로에베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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