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만이 흘러 온 세상을 덮은.
소년은 말이 없었다.
소년은 침묵한 채 그저 주위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다. 아무도 모르게. 그것이 소년의 방법이었다.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그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는 없었다. 그 누구도, 그가 처음부터 거기에 없었던 사람처럼 그를 지나치곤 했다.
소년의 눈동자는 공허한 채, 그 앞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씩 응시하고 있었다. 소년이 눈을 감는다. 소년의 감은 두 눈이 앞선 그의 시야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그렇게 소년은 눈을 감은 채 살아간다.
소년이 눈을 감았더라도 그의 곁에 모든 것은 여전히 스쳐 지나가며, 그가 밟는 땅바닥, 그가 듣는 백색소음, 그 모든 것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자리했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달라질 건 없음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보지 않는 것일까. 선택이 대답을 대신할 수 있을까.
그의 입에서 흐르는 보내는 노래. 보내지도 잡지도 못하는 미련 덩어리. 미련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지. 눈발에 감추인 땅바닥을 구르던 어떤 눈덩이. 맞아, 곧 녹아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소년은 흐른다. 미련의 강으로, 미련의 바다로. 그렇게 바다는 같은 자리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