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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J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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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Dec 08. 2022

눈감고 한 발 서기

06

네게 자랑하고 싶은 내 오랜 취미는

눈감고 한 발 서기


두 발 딛고 서 있는 사람을 동경했고

두 발이 자유로운 사람은 경외했다


나는 지금 비겁한 자세로 서 있는 중

비좁은 공간에 한 발을 딛고

다른 한 발로는 닿아본 적 없는 세계의 공기를 헤집는 중


작은 신발에 발을 욱여넣던 헌 습관으로

관절 마디가 동그랗게 헐어버린

나의 크고 작은 열 발가락이 보여


꼴이 우스워 눈을 감고

비 틀 ㅂ ㅣ트ㄹ


모든 걸 망라하는 내 사랑은 모자란데

너는 어쩜 나의 누추함도 사랑해

그 앞에서 나는 벌건 얼굴로 멋쩍게 웃는다


발아래 널린 건

구원 사랑 죽음 자유

달게 부푼 낱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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