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네게 자랑하고 싶은 내 오랜 취미는
눈감고 한 발 서기
두 발 딛고 서 있는 사람을 동경했고
두 발이 자유로운 사람은 경외했다
나는 지금 비겁한 자세로 서 있는 중
비좁은 공간에 한 발을 딛고
다른 한 발로는 닿아본 적 없는 세계의 공기를 헤집는 중
작은 신발에 발을 욱여넣던 헌 습관으로
관절 마디가 동그랗게 헐어버린
나의 크고 작은 열 발가락이 보여
꼴이 우스워 눈을 감고
비 틀 ㅂ ㅣ트ㄹ
모든 걸 망라하는 내 사랑은 모자란데
너는 어쩜 나의 누추함도 사랑해
그 앞에서 나는 벌건 얼굴로 멋쩍게 웃는다
발아래 널린 건
구원 사랑 죽음 자유
달게 부푼 낱말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