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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Feb 08. 2023

아들 공부 독립 선언

 예비 중3 아들의 공부에서 엄마는 독립을 선언한다.


 기말고사 때 열심히 공부하면 그토록 원하는 스마트 폰을 개통해 주기로 아들과 약속을 했다. 나름 열심히 해서 (물론 엄마 눈에는 2% 모자라긴 했다.) 스마트 폰을 개통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부터 엄마와 아들의 스마트 폰 전쟁이 시작되었다. 어떻게든 스마트폰을 일분이라도 더 보려는 아들과 그만 보게 하려는 엄마 사이의 전쟁. 아들은 스마트 폰 사용의 대부분을 유튜브 (아마도 게임 유튜브) 시청으로 보낸다. 겨울 방학 시작을 기점으로 할 일 (수학 문제집 풀기, 영어 인강 공부) 한 후에 스마트 폰을 주는 방법으로 스마트 폰을 관리했다.

  

  수학 문제집 푼 것을 채점하는데 뭔가 쎄 하다. 다년간 수학 과외 교사로 다져진 나의 촉은 역시나 옳았다. 인터넷에서 답지를 다운로드하여서 답지를 베껴왔었던 것이다. 아들을 조용히 불러 오늘 푼 것 풀이 쓴 걸 보여달라고 했다. 막 찾는 척하길래 '솔직히 이야기하셔' 한 마디 했더니 답지를 베꼈다고 고했다. 그래서 언제부터 그랬니? 하니 오늘만 그랬단다. 그래서 컴퓨터에서 답지 다운로드한 날짜 확인 해 볼까? 하니 1월 초부터라고 솔직히 이실직고한다. 아... 내 뒤통수. 하지만 과외하는 학생들도 한 번씩은 이런 경험이 다 있었기에 너무 놀라지는 않았다. 베낀 문제집은 그대로 버리고 새로운 문제집을 사다가 처음부터 연습장에 풀이를 쓰며 풀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수학 문제를 풀 때마다 한숨 소리, 책상을 쾅쾅 치는 소리, 이상한 괴성이 방에서 들려온다. 하기 싫다는 표현이다. 과연 나는 이 소리를 언제까지 들으며 아들을 공부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발 공부 좀 해주세요 비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건 정말 못해 먹을 짓이다. 수학 학원 다녀온 아들을 안방으로 불러 중대 발표를 했다.


  "이제 스마트 폰, 컴퓨터 다 너한테 줄게. 스마트 폰과 컴퓨터 모두 오후 10시까지 허용 (스마트 폰은 Family Link로 관리, 컴퓨터는 아이지킴이로 시간만 관리) 컴퓨터는 주중에는 게임은 제한, 주말 하루 동안만 게임 허용. 지금까지 해 온 수학 문제집 푸는 것도 네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공부에 필요한 학원이든 문제집이든 인강이든 있으면 엄마에게 먼저 이야기하면 엄마가 생각해 보고 지원하겠다. 현재 다니고 있는 학원은 성실히 다니지 않으면 바로 아웃. 지각해도 아웃, 숙제 안 해간다는 이야기가 들려도 아웃. 거북이 청소는 너 담당. 자기 방은 자기 스스로 청소하기. 입었던 옷도 방에만 처박혀 있으면 빨아주지 않을 것임. 여기까지!" 


  옆에서 듣고 있던 신랑은 진작에 그랬어야 한다며 환영한다. 사실 이렇게 과감히 이야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남아있다. 영어 공부도 해야 하고 수학 선행도 해야 하는데 안 하고 뒤쳐지면 어쩌지. 하지만 그 또한 아들의 인생인 것을.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터이니 아들아 너는 너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살거라. 공부는 독립이지만 여전히 우리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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