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필리핀 대학교 양대산맥 중 하나인 UP 대학교에서 북토크를 했다.
한 시간 일찍 가서 편집자님과 천하장사 소시지와 빵을 먹었고,
북토크는 2시에 시작.
북토크를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북토크가 진행된 필리핀 대학교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그 전에 관계자 한 분에게 나는 물었다.
그런데 학교에 왜 이렇게 학생이 없나요?
관계자분이 대답하셨다.
오늘은 블랙 프라이데이 데모 날이에요.
나와 편집자님이 동시에 되물었다.
데모요?
네, 데모요.
나중에 다니엘 통역가님이 와서 이 얘기를 했더니 통역가님이 말씀해주셨다.
UP 대학교 학생들은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제 1열에 서서 데모하는 학생들이라고.
그래서 정부의 눈엣가시라고.
실제로 북토크가 다 끝나고 도착한 한 독자님은 소나기와 시위 때문에 이제야 도착했다고 말해주셨다.
대학생분들 멋지다.
북토크는 예정 시간인 2시에서 10분 지난 2시 10분에 시작되었다.
그래도 어제 한번 북토크를 해봤다고 나는 조금 마음이 편해졌고, 또 통역가님과도 합이 좋아져서 어제와 달리 농담도 조금 했다.
그래서 관객분들은 어제보다 조금 더 웃으신 것 같고, 그러면 된 거 아닌가? :)
어제도 그렇지만 오늘 오신 분들 중에도 한국말을 하시는 분이 계셨다.
한 분은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데 꿈이 한 - 영, 영 - 한 번역가가 되는 거라고.
순간적으로 한 - 영 은 충분히 될 수 있지만 영 -한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읽고 해석하는 것까진 할 수 있지만 하나의 언어를 모국어을 쓰듯 라이팅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니까.
줌파 라히리가 그 풍부한 영어 표현력을 버리고 단순한 문장으로만 된 이탈리아어를 쓰는 건 다 그래서이고.
암튼 그래도 응원합니다, 라고 말해드렸다.
아임 루팅 포유!
정말 응원한다.
북토크를 다 끝내고,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에 가서 선물을 샀다.
망고 말린 거랑, 망고랑 초콜렛 짬뽕된 먹을 거리들.
함께 간 조 편집자님은 생각보다 더 쇼퍼 홀릭이셨고... ㅋ
쇼퍼 홀릭을 따라 나도 예상보다 뭘 더 사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호텔로 와서 1층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나의 목표는 산 미구엘 맥주.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산 미구엘 프리미엄 몰츠와 산 미구엘 라이트, 그리고 산 미구엘 페일 에일을 마셨다.
필리핀의 정수를 마신 느낌.
산 미구엘 맥주로 필리핀에 온 목적은 달성한 것 같지만, 가장 큰 이벤트는 실은 내일 있다,
국제 마닐라 도서전에서 하는 북토크.
그나저나 가수님이 우리가 한국인인 걸 눈치채셨는지 나와 편집자님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셨다.
반주가 흘러나오는 순간 나와 편집자님은 눈을 마주쳤고,
가수님은 우리를 향해 말했다.
잇츠 포 유!
이거 <겨울 연가> 주제곡인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