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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탈때 마시면 좋을 와인

Morey Coffinet Saint romain 모레이 코피네 생로망

"지금 뭐해?"


"그냥 있어, 너는?"


"지금 그쪽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어?"


누군가 나를 보러 저 언덕 아래부터 걸어 올라온다는 말을 보자마자, 좀 더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충동적으로 일어나 마중을 나가고 싶은 욕구. 그리고 좀 더 빨리 그리고 멀리까지 뛰어 나가 함께 걸어올라오는 시간을 늘리고 싶은 마음. 이런 알 수 없는 의지가 넘쳐 몸이 먼저 움직일 때가 있다.


상대방이 올라올 길을 향해 뛰어내려가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이유가 상대방과 사랑에 빠졌기에 벌어지는 일인지 단순히 뛰기 때문에 쿵쾅대는 것인지 생각해보려 할 여유조차 없는 긴박함.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고, 가는 중에도 없을 테지만 왠지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의 만남에 알 수 없는 우주의 의지가 개입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본다.



이 와인은 수줍게 로맨틱하다. 영글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에 어색하고 긴장되는 일들이 채워지려는 그 순간, 외부에서 본다면 그저 귀여울 뿐인 두사람의 이 시점에는 이 한 잔의 와인이 절박할지도 모르겠다. 막상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가깝게 섰을 때, 그 어색함을 깨보려 뭐든 해보려는 모습마저도 통통 튀는 듯한 싱그러운 와인의 산미와 러블리한 버터향과 같을테니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썸이란 그런게 아닐까.



Morey Coffinet Saint romain 2019 "sous le château"

모레이 (?)피네  로망 2019 "  샤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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