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glia La Meirana Gavi 브롤리아 라 메이라나 가비
<가비의 전설>
옛날 옛적에 가비아 라는 공주가 살았습니다.
어느 순간 공주는 그녀의 아버지를 호위하는 잘생긴 근위병과 사랑에 빠져버렸죠. 이 커플은 결혼을 위해 아버지인 왕의 허락을 받고자 했지만 아버지는 그녀의 신분에 맞지 않는 일이기에 거절하였습니다.
절망에 빠진 젊은 두 사람은 왕국에서 도망을 치고 말았고 알프스까지 넘어가 조용한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왕의 추격대를 잘 따돌렸는데, 어느 날 밤 신랑은 그 지역의 너무 맛있는 화이트 와인에 반해 양껏 마신 뒤, 취기에 그만 여관 주인에게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털어놓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여관 주인은 그들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동정하는 척했으나, 막대한 보상을 꿈꾸며 왕에게 몰래 이 사실을 전했습니다.
왕의 군대가 곧장 쳐들어와 이 커플을 찾아내어 처벌을 위해 왕국으로 압송하게 됩니다. 하지만 잡혀온 공주이자 딸의 눈을 바라보던 왕은 차마 그녀를 용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은 이 두 사람 사이를 인정하고 축복하며, 결혼 선물로 이들이 정착해 살 수 있는 마을을 주었습니다.
공주를 기리기 위해 그 이름에서 따온 "가비"라는 이름을 마을명으로 삼고, 이 커플이 마셨던 그 맛있는 화이트 와인에도 함께 그 이름을 하사하였습니다.
"...라는, 아름답고도 즐거우면서도 열받는(?) 금수저 신데렐라 스토리였습니다. 지어낸 것은 아니고 실제로 가비라는 지역과 코르테제라는 포도 품종에 얽힌 구전설화라고 하네요."
어른용 동화를 이야기해주듯 와인샵 사장님은 와인 한 병을 손에 쥔 채 한참을 떠들었다.
"아, 오, 네, 그렇군요"
나의 부족한 리액션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몇 안 되는 말들을 어떻게 하면 어색하지 않게 적재적소에 넣을까를 연신 고민하며 사장님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척했는데, 아마 그 노력까지는 미처 눈치채지 못하신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의 힘일지 와인샵 사장님의 만족스러운 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소개해주신 이 와인에 관심이 가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젯밤 사소한 일로 다투고 아직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연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우리도 사랑을 위해 도망치고 있는 중이었다면 그렇게 다툴일이 있었을까...'
이쯤 생각이 미치고 나니 이 와인을 사장님으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어느샌가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고, 사장님은 더욱 흡족한 미소를 띠며 와인을 건네주었다.
그 모습에 왠지 소비자로서 진 것 같아 조금은 분했지만, 단순히 와인만이 아닌 화해를 향한 좋은 핑곗거리까지 살 수 있었다는 생각에 이내 곧 내 입가에도 만족스러운 합리화가 드러나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Broglia La meirana 2019 Gavi di Gavi
이탈리아 피에몬테 가비 지방의 Cortese 포도 100%로 만든 화이트 와인. 바티칸과 이탈리아 정부 공식 만찬주로도 애용될 만큼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으로서의 명성과 퀄리티는 보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