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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가 싫으면 와인 시음회를 열자

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청소는 자주 하면 좋다는 것은 알지만 태생적으로 깔끔함에 대한 예민한 정도가 사람마다 다를 터. 비마프가 위치한 공간은 와인안주 쇼핑몰과 와인샵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할 공간도 꽤 크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장비도 많고, 화장실도 따로 있어서 청소를 하려 들면 마치 집안일처럼 끝이 없다. 


그래도 어느 순간 평소대비 청소의 수준을 한층 높여 해치워야겠다고 나 자신을 몰아붙일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와인 시음회가 있을 때다. 화장실에 락스를 뿌리고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심정으로 뽀득뽀득 닦는다. 매직블록으로 세면대에 광도 내보고, 거울도 닦는다. 그 사이 강렬한 소독력을 지닌 미세알갱이들이 하늘로 날아올라 내 눈을 콕콕 찌르려 하는데, 이때 빠른 손놀림과 세척이 필수가 되겠다. (물론 그래도 소용없이 눈은 따갑다) 


테이블을 구석구석 닦고, 와인잔에 지문이 묻을까 극세사천으로 감싸 잔을 배치하고, 괜히 보이지도 않는 선반 안쪽까지 한번 쓱 닦아본다. 냉장고와 냉동고 필터도 청소해볼까 한번 들춰보고는 이건 다음에 하자고 마음먹는다. 왜냐하면 이 필터를 건드리면 왠지 냉난방기 필터까지 꺼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의 시음회는 비공식적인 행사로 지인 몇 분과 함께 새로운 와인을 마시고 평가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나의 공간에 맞이한다는 것은 편하면서도 어렵다. 대략적인 청소를 마치고 오늘 마실 와인에 대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나눌 대화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잠시 갖다 보면 어느새 프랑스 부르고뉴로 함께 떠날 분들이 오겠지. 이 맛에 청소를 한다.




오늘 방문할 4개 마을은 프랑스 막사네, 픽생, 쌍뜨네, 마랑쥬.

비행기는 못 타도 와인 여행은 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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