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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뭐볼까] <외교관>

외교관이 이렇게 하드코어하다니.. 소름 돋는 서스펜스 드라마

by 영화가 있는 밤

<넷플릭스> 외교관 시리즈의 주인공 '케이트 와일러'는 주영 미국 대사이다. 흔히 '외교관은 나라의 얼굴'이라고 말하지만, 케이트는 '얼굴'이라는 수식어보다는 '해외의 외교관은 본국의 대변인'이라는 수식어에 더 잘 어울린다. 케이트는 외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외교 행사 때문에 입어야 하는 꽉 끼는 드레스와 구두를 질색하고, 머리는 산발에 부스스하고, 서랍은 언제든 갈아입을 수 있는 나이키 티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일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나갈 수 있도록 부하 앞에서 겨드랑이에 데오도란트를 바르고 뛰어나갈 수 있는 인물이다.


이런 케이트가 시즌 1에서 주영 미국 대사가 되면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막대한 책임감을 갖게 된 그녀는 영국과 미국의 원활한 외교관계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그때 사건이 하나 터진다.


영국의 항공모함인 'HMS 커레이저스 호'가 폭발하면서 40여명의 해군 장병들이 사망한 것이다. 이 거대한 참사를 두고 영국은 대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이제 갓 부임한 주영 미국 대사 케이트가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시즌 1, 2는 대부분 잠수함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내용이다. 처음에 잠수함은 러시아의 소행으로 의심되었다. 신냉전이라고도 불리는 국가 정세를 고려할 때 주인공들도 진짜 러시아의 소행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사건을 들여다볼수록 점점 새로운 진실이 밝혀진다.


알고 보니 영국 사람들이 잠수함 공격의 배후였던 것이다. 영국이 영국에 가한 자작극이라는 사실에 놀란 케이트는 CIA의 영국 지부장인 '이드라 박'과 함께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알아내려고 애쓴다. 시즌 2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바로 영국의 총리인 '니콜 트로브리지'였다.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그는 스코틀랜드 독립의 물결이 거세지며 영국의 국운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작극을 통해 내부적 위기를 타개하려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니콜은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총리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그의 책략이었던 '마가렛 로일린'이 러시아의 용병인 '렌코프'를 고용해서 잠수함 공격 사건을 꾸몄다는 단초가 밝혀진다. 이외에도 두 명의 영국 정치인들이 연루되었고, 그들이 꼬리 자르기를 하면서 서로를 공격한 폭탄 테러도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케이트의 남편이자 전 레바논 대사, 노련한 외교관 출신인 '할 와일러'도 부상을 당한다.


이렇게 사건이 해결되는 듯하지만 시즌 2의 후반부에서 더 큰 반전이 밝혀지며 큰 클리프행어를 남겨두고 시즌 2가 마무리된다. 바로 미국이 잠수함 공격의 배후였다는 것. 마가렛 로일린도 미국의 명령을 수행한 것이었다. (누구인지는 스포일러가 되니 말하지 않겠다. 가장 큰 반전이니 시즌 2를 직접 확인해보시길!)


결국 이 소식에 충격을 받은 미국 대통령 '레이번'이 사망하고 그 자리를 '그레이스 펜'이라는 부통령이 갑자기 물려받으면서 시즌 2가 마무리된다. 시즌 3는 새로운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한다.


또 한 가지 시즌 3의 큰 변화는 바로 할 와일러가 새로운 부통령이 된 것이다. 시즌 1, 2에서는 케이트가 유망한 부통령 후보였지만 그레이스 펜은 할을 부통령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케이트는 영국 대사이자 부통령 부인(Second Lady)으로서 두 가지 직무를 저글링하며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시즌 3에서는 할과 케이트 부부의 좌충우돌(?) 관계를 보는 게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시즌 1에서 할은 원래 매우 실력이 뛰어난 미국의 외교관이자 전 레바논 대사직까지 맡았었지만 국무장관을 내부고발하면서 커리어가 끊겼다. 그 과정에서 부인 케이트가 영국 대사로 임명되니 할은 심심함에 미칠 지경이었다. 시즌 3에서 할을 설명하는 인상적인 대사가 있는데, "할은 더 많은 두통을 가져오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역사를 바꾸기도 해요"라는 것이다.


그는 노련미를 가진 유능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충동적, 다혈질이고 주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못 보는 국제 정세를 전망해서 최고의 외교술을 펼치기도 하고, 해양법을 비준하는 등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런 할이 시즌 1, 2에서 케이트를 부통령으로 밀어서 본인도 힘을 가지려고 애쓰다가 시즌 3에서 부통령이 되니 날아다니게 되는 듯 했지만.. 케이트와의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이미 시즌 1에서부터 두 사람의 15년 간의 부부 관계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할이 부통령이 되어 롱디 커플이 되고 케이트가 그녀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통령 부인이라는 정쟁에 휘말리면서 케이트와 할은 공식적으론 부부, 사적으론 남남인 커플이 된다. 그리고 케이트는 MI6의 스파이이자 겉으로는 조류학자로 불리는 매력적인 영국인 '캘럼'과 썸씽을 가지며 할과의 배우자 관계는 거의 끝을 맺는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HMS 커레이저스 호의 사건이 수면 위에 떠오르고, 앞서 말한 러시아 용병 렌코프가 죽기 전에 미국의 개입을 부하들에게 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미국은 본인들의 잘못을 덮을지, 공개할지 진퇴양난에 처한다. 결국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레이스 대통령과 할 부통령, 비서실장, 케이트 대사 등은 이 사실을 트로브리지 영국 총리에게 밝히는데. 충격받은 영국 총리가 미국과의 약속을 어기고 미국의 개입을 언론에서 폭로해 버린다.


이후에는 말 그대로 서스펜스가 휘몰아친다. 미국은 영국과 결렬된 동맹관계를 회복하고자 고군분투하는데. 결국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 간의 양자협상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각자에게 유리한 키를 쥐어야 한다.


이때 또 다른 잠수함 사건이 모두의 귀에 들어온다. 무기를 탑재한 러시아의 잠수함이 영국 영해에 있다는 것. 위협적인 상황이지만 영국은 이 잠수함을 인양할 기술이 없다. 이 틈을 타서 미국은 영국에 협상의 손을 내민다. 미국의 기술력으로 잠수함을 인양해주겠다는 것. 하지만 이미 한 번 미국의 배신에 데인 트로브리지 총리는 이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트로브리지는 잠시 중국의 기술력을 빌리려는 생각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잠수함과 관련된 사안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인양할 기술이 없지만, 잠수함을 가만히 두자니 러시아가 가져갈 것 같고, 중국에게 부탁하자니 그것도 꺼림칙하고, 그렇다고 미국의 손을 빌리자니 한 번 배신당한 쓰라린 경험뿐만 아니라 미국도 그 잠수함을 안 쓴다는 보장이 없으니. 잠수함을 그냥 둘 수도 누가 가져가게 둘 수도 없는데, 누가 가져가건 국제 정세에 심각한 위기가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협상은 갈등 국면으로 치닫는데. 여기서 할이 해결사처럼 극적으로 등장한다. 바로 잠수함을 바다 밑에 묻어버리자는 것. 이것을 계기로 협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듯하고, 재밌게도 할과 케이트의 관계도 무마된다. 그동안 껍데기만 부부인 쇼윈도 커플로서 살던 두 사람이었지만 할의 놀라운 아이디어 덕에 협상이 성공하자 케이트는 다시 할에게 반하고, 그동안 캘럼과 바람 피운 것에 대한 용서를 빌면서 두 사람은 화해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전 시즌들처럼 시즌 3도 커다란 클리프행어와 함께 끝난다. 결국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할과 케이트, 그레이스 대통령, 트로브리지 총리, 그리고 각자의 조력자들은 더 큰 위기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그래서 앞으로 시즌 4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이미 새로운 시즌의 리뉴얼이 확정되었는데,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복잡한 치정뿐 아니라 그만큼 얽히고 설킨 국제 정세의 위기가 어떻게 드라마 안에서 전개될지 시청자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스펜스 정치 드라마를 찾는다면 지금 넷플릭스에서 <외교관> 시즌 3개를 모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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