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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샘 Aug 21. 2023

작은 것이 아름답다


 마흔이 넘어서의 얼굴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얼굴에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이 담겨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자신과 관계되는 것 중에서 그 무엇인들 자신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을까마는 직접 쓴 자신의 글은 더욱 그러하다. 얼마 전 작고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글은 곧 삶의 거울’이기 때문이리라. 글에는 자신의 모든 치부까지가 여과 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신 말씀일 것이다. 근데 한술 더 떠서 결코 자신의 삶의 깊이를 뛰어넘는 글은 없기 때문에 글을 통해 얼마나 자신의 뜻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글을 쓰고 나면 허전하다. 내 안의 모든 것을 토해낸 뒤 메마른 샘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글쓰기가 싫다. 더더욱 이런 식으로 활자화되는 글쓰기는 더더욱 싫다. 그런데 싫어도 써야 한다. 그 이유는...(?)

 한 달에 한 권씩 배달되어 오는 책이 있다. 이름하여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이다. 책의 크기도 자그마하고 활자체도 맘에 드는, 누런 재생지를 이용하여 만든 책이다. 그 책은 표지 외에는 칼라가 하나도 없다. 내용도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우리 주변의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글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더더욱 정이 간다. 바쁘게 돌아가는 나의 일상에 자극을 주는 책이라 더욱 정이 간다. 그 ‘작음’에 감동받아 눈물 흘렀던 작은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작은 것이 아름다운 하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받고 있지요...♬”

“감사해요 그 사랑 깨닫지 못했었는데....♬”

첫 번 노래를 유치원 정도의 어린아이들이 큰 형들을 향해 부른다. 둘째 번 노래를 큰 형들이 답가로 부른다. 자신이 지금 받고 있는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형들에게 어린아이들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상기시켜주는 순수한 동심(童心)...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작은 것이 아름다운 둘.

 을 소풍 장소를 정하는 데 있어서 유난히 롯데월드를 갈망하는 우리 반 아이들. 정말 롯데월드를 향한 정열(?)은 대단했다. 그래도 1시간의 난상토론 중에 잠깐 스치는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어떤 이유로도 뜻을 굽히지 않던 아이들 속에서 이번 여름에 수재를 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하루에 많은 돈을 들이면서 그곳을 가야 하겠느냐는 한 학생의 의견에 잠시 주춤하던 반 분위기. 나는 그 순간 그래도 희망의 불씨를 보았다. 아이들의 살아있는 작은 아름다운 마음을..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의 속도전을 조금 늦추어야 할 것 같다. 인디언들은 일정 거리를 말 달려온 뒤에 반드시 쉬면서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너무나 빨리 달려온 나머지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했을까 두려워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란다. 속도를 늦추는 것이 죄악시되는 요즈음, 운전하다 잠시라도 멈칫하면 뒤차들이 난리가 난다. ‘7분 아빠’라는 말이 있다. 전쟁을 방불케할 정도의 속도와 물량 공세가 중시되는 요즈음 우리의 아빠들이 정말로 가정을 뒤돌아보고 가족을 생각할 여유가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가정의 해체라는 불운을 겪게 되는 건 아닐까?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여유 있게 살고 싶다. 그래서 기쁜 사람이 되고싶다. 기쁜 사람, 기(氣)를 뿜는 사람. 늘 기(氣)가 넘쳐나와 나와 여러 사람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것의 소중함에 감사하면서 오늘도 천천히... 천천히 ...

백선제를 마치고 한마디 추가.

‘그녀들만의 축제’여도 좋다.

우리들만이라도 서로 보듬고 안아주고 격려해 주는

‘작은 아름다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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