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고민
취업이 최종 관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무언가 끝난 것 같지 않았다.
대학도 갔고 회사도 갔는데 이제 여기가 끝이면 인생이라는 영화가 너무 허무할까 봐-아니면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관성이 있어서인지.
목적지도 모르는데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 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영어공부였다.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필요한지
이유도 목적도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업무에서 영어를 사용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해외에 대한 로망도 크지 않고,
영어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단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영어공부를 그만둘 수 있었다.
시사 상식을 늘리겠다며
신문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 참여하기도 했고,
막연히 말을 잘해야겠단 생각에
스피치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정말 필요해서,
혹은 순수하게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 있었을까?
당시엔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왠지 도움 될 것 같아서"라는
막연한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프로 자기 계발러"가 되어갔다.
사회 초년생 시절, 회사에선 미미한 존재였지만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 대단한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동기부여 영상을 보며 열정을 키웠고,
영어공부, 독서모임, 각종 스터디로 바쁘게 지내며 막연하게 잘해나가고 있다고 여겼다.
열심히 하면 저절로 무언가 이뤄질 거라 믿었지만, 4년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학습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 지금의 생활이 반복될 것이라고.
익숙해지지 않는 출퇴근 지옥철,
자극적인 점심식사,
원치 않는 저녁회식,
수동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들,
만성피로에 시달려 퇴근과 주말만 기다리는 일상.
이대로 적당히 벌고,
적당히 생활하면 나쁘지 않은 삶이겠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닌 것 같았다.
분명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이대로 자기 계발 열심히 하면 더 나은 사람은 되겠지만, 내 삶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인풋만 하는 게 아니라,
아웃풋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한 게 아니었던 걸까.
한때 "욜로"와 "동기부여"이야기로 넘쳐났던 SNS는 어느새 "경제적 자유"와 "N잡"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나도 남들이 가르쳐준 대로, 배운 대로
참 열심히도 따라 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으로
부지런히 콘텐츠를 만들었고,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점차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직접 의류를 제작해
브랜드도 론칭하는 거대한 도전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 시도들이 참 부끄럽고 자신 없었는데, 어느새 나를 좋아하고, 내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진정한 팬들과 친구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회사밖에서도 조금씩 부수입을 벌 줄 아는
N잡러가 되었다.
누군가 보기에는 대단해 보일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공허해지는 것 같았다.
다들 너무 잘하고 있다고
잘될 거라고 해주는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정답일까?
열심히 해서 돈을 더 버는 것도 좋은데...
진짜 중요한 건 뭐지?
이 질문을 자꾸 되뇌지 않으면,
무언인지도 모를 그 "진짜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았다.
이거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 맞아?
내가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일이야?
나 스스로 주체적으로 해나가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유튜브나 SNS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무작정 따라서 열심히만 한 거 아니야?
뿌듯하고 보람찬 날들도 많았지만,
"그래서 열심히 해서 결국 뭐가 되고 싶었던 건데?"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열심히만 하면 뭐라도 될 줄 알고
참 맹목적으로 열심히 했다.
학습하는 것도,
실천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는데
몸의 근육은 키우면서,
생각의 근육은 키우질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못 견뎌했기에,
생각할 틈을 나 스스로에게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무언가를
채우기만 급급했던 나는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고민과 생각을 담기 위해
비워가고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열심히만 하면
뭐라도 될 줄 알았던 나는
이제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한다.
그렇게 내 고민과 생각들을
글로 적어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