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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의 삶 Jan 03. 2024

홀로 떠나는 3박4일 중국 칭다오 여행 ep.1

첫 취업을 한 지 1년 3개월이 된 나는 국내 여행으로 강릉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 좋아하던 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했었다. 어차피 내년 생일 때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휴가를 몰아써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조용히 넘어가나 싶었으나 잠재울 수 없는 각설이 본능이 튀어나와 나도 모르게 중국 청도행 비행기 표를 예약해 버렸다. 나는 항상 크리스마스나 생일, 연말과 같은 날들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고 올해 연말도 특별하게 해외에서 보내고자 했다. 많은 나라 중 왜 하필 중국으로 택했냐하면, 비행기표가 가장 쌌기 때문이다. 연말연휴로 인해 일본 후쿠오카도 30만원은 줘야 표를 끊을 수 있었는데, 오로지 중국만이 평소와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연말-연초 일정의 중국 칭다오행 티켓을 16만원에 끊었다.


하지만 중국에 가기 위한 하나의 관문이 있는데 그건 바로 비자다. 비자 발급은 정말 귀찮고 번거로운 작업이기에 잠시 대행 서비스를 알아보았으나 가격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보통 관광 단수는 12만원대에 가능한데, 셀프로 하면 4만6천원에 쌉가능이다. 원래는 5만 5천원이었는데 관광객이 많이 없는지 중국 정부에서 24년 말까지 비자 가격을 인하해 준단다. 거기에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우리ONE체크카드로 결제하면 50%할인도 된다. 고로 대행은 12만원, 셀프는 2만3천원 이라는 뜻. 5배 이상의 차이기에, 나는 반반차를 한 번 쓰고 셀프로 진행하기로 했다.

급하게 예약하고 급하게 비자를 신청해, 출국 하루 전에 비자를 찾을 수 있었다. 중국 비자는 발급까지 3박4일이 걸린다. 신청일 포함이기에 3일이면 발급된다는 뜻. 오랜만에 간 인천공항, 급하게 산 표와, 급하게 발급받은 비자, 그리고 급하게 산 유심을 수령하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 유심은 3일짜리 9500원에 샀다. 3박 4일이라 4일 짜리를 살까 고민했지만, 보통 심카드는 처음 넣은 시간을 기준으로 24시간이 지나면 1일로 치기 때문에, 오후에 도착하는 나는 마지막 날 공항에 가는 시간 까지는 72시간이 조금 넘는 정도일 것 같아 그냥 3일 짜리로 구매했다. 그리고 이번에 비행기 표를 트립닷컴에서 예매했는데 등급 혜택으로 마티나 라운지도 공짜로 이용했다.


역시나 인천 공항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남아나 일본으로 가는듯. 중국행 비행기는 집으로 귀가하는 중국인들이 대다수였다. 나는 여행을 떠날 때면 현지인과 동화되는 듯한 느낌을 즐기기에 공항에서부터 중국인인 척을 했다. 중국인 빙의라고 해서 별 걸 하는 건 아니고, 최대한 한국 여권이 보이지 않게 가방 속에 꽁꽁 숨기고 인천공항이 신기한 관광객인 척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거다. 그리고 해외 공항에선 처음 가는 곳이더라도 두리번거리는 등의 뉴비 행세를 하지 않고 뭐든 익숙한 척 당당한 척을 한다. 이게 꽤나 먹히는지 해외 공항에서 종종 한국 사람들은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전에 하노이 공항에서 한국행 체크인 카운터에 서 있었을 때 한 한국 가족이 나에게 영어로 한국행 체크인 카운터가 맞는지 물었었고 나는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Yup이라고 답했었다. 그러다 체크인을 할 때 바로 옆에 있던 가족들이 내 여권을 한참동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었다.


한껏 트랜스 중국인이 되며 여행을 하는 느낌을 느끼다 보니 금세 탑승 시간이 다가왔다. 보통 저가항공을 타면 물 한 모금도 사서 마셔야 하는데, 이 너그러운 "칭다오 항공"은 물과 비스킷까지 준다. 고작 한 시간 반 거리이기에 목이 마르면 침을 삼키며 버틸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생수와 과자에 긴장된 마음이 풀렸다. 예전에 싱가폴에 갈 때 탄 스쿠트 항공은 쪼잔하기 그지 없어서 장장 4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물 한 컵도 주지 않았는데, 참 비교된다. 쯧쯧


과자를 흡입하고 자다 일어나니 칭다오 도착. 칭다오 자오둥 국제공항의 첫인상은 '인천공항 같다'였다. 바닥과 천장의 색감, 그리고 저 푸른색의 표지판이 묘하게 인천공항을 떠올리게 한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방법은 택시, 공항버스, 지하철이 있는데 택시비가 그리 비싸지 않기에 여러명이서 오면 택시를 타는 게 제일 낫다. 택시는 2만원 / 공항버스는 5천원 / 지하철은 천원 대라고 보면 된다. 그지인 나는 당연히 지하철을 택했다.


이전에 상하이나 베이징에는 가봤지만 단체로 간 거여서 대중교통을 탈 기회는 없었고, 그 당시에는 현금도 많이 썼다. 그러니까 지금이 중국에서 첫 대중교통이자, 첫 알리페이 사용이라는 것이다. 지하철 노선을 보면 좌측 하단에 English라는 버튼이 있다. 그러나 내가 사용했던 애플지도에선 역이름이 다 중국어로 나오기에 큰 의미가 없었다. 핸드폰에 적힌 목적지 이름을 보고 화면에서 호선을 고른 뒤, 역 하나하나 대조해보며 똑같이 생긴 목적지 이름을 찾는다.


결제는 티켓 머신 화면의 QR 코드를 알리페이 scan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비밀번호 입력 후 바로 결제가 됨. 체크카드에 연결을 해놓으니 빠져나간 금액이 바로 보인다. 공항부터 시내 쪽 숙소까지 지하철 비용은 단돈 7위안. 한국 돈으로 1,200원 가량 되는 돈이다. 한국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4,750원이었으니까 중국이 1/4배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1회용 교통카드를 발급해준다. 다만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국내에선 1회용 교통카드 구입 시 보증금과 함께 계산하고 사용을 마친 후 따로 보증급 환급기에 가서 카드를 넣고 보증금을 환급받아야 하는데, 중국 같은 경우는 하차 시 1회용권은 태그가 아닌 투입 방식으로만 허용된다. 따라서 카드를 다시 들고 보증급을 환급받는 그런 무의미한 짓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은 꽤나 시끄럽지만 질서정연하고 시설도 좋았다. 좌석의 경우는 한 줄 당 6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지만 중국인들은 의자의 개수에 개의치 않고 하나로 된 긴 의자처럼 여긴다. 따라서 어떤 줄은 7명이 낑겨 앉기도 하고 어떤 줄은 5명이서 널널하게 가기도 한다. 겨울철 지하철에서 옆자리가 하나 비었다고 누군가가 낑겨 앉아 온 몸을 밀착시킨 채 가야했던 그닥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했던 직장인이라면 이런 유동적인 자리 배치 문화가 겉보기엔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효율의 극대화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하철 의자는 칸을 없앤 일자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시간 정도가 걸려서야 숙소가 위치한 역인 중산로 역에 도착했다. 숙소는 역에서 8분 가량 걸어가야 하기에 배낭을 메고 걸어가는데, 온 동네의 나무마다 저런 장식을 해놓아 연말 분위기가 났다.


요런.. 마치 삼청동 같은 느낌이랄까?


이 쪽이 구시가지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고즈넉한 느낌의 가게가 많았다. 보통 칭다오에 오면 관광 중심지인 5.4 광장이나 완상청 인근에 위치한 숙소를 택하는데 거기 말고 이쪽으로 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전자가 강남 홍대라면 후자인 이곳은 종로 광화문. 대충 요런 느낌?ㅋ



역시 나는 빌딩 숲보단 이런 곳이 좋다. 서울에서 항상 보는 것이 빌딩들이기에 도시뷰는 전혀 감흥이 없다.


마침내 도착한 카이웨이 호스텔. 호텔과 도미토리룸을 같이 운영하는 곳이다. 나는 3박 중 이 곳에서 2박, 호텔에서 1박을 할 예정이었는데 호스텔에서 2박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동남아 일주를 하면서 호스텔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게 재미있어서 오랜만에 그 감정을 느끼고자 게스트하우스를 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왠걸? 이 도미토리엔 나밖에 없었다. 혹시나 했지만 다음 날도 나만 있었다. 2박 동안 혼자 이 넓은 게스트룸을 사용했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좋았던 점도 있다. 원래 내가 집에서 입는 잠옷은 낡고 병든, 남에게 보여주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아주 편한 애착 잠옷에 가까운데, 게하에 가기에 평소 입던 것 말고 조금은 격식을 갖춘 잠옷을 가져갔었다. 그래봤자 티셔츠에 레깅스지만. 그런데 안 입던 잠옷을 입으니 조금 거추장스럽고 불편해서 잠이 안 왔다. 뭐, 방을 홀로 쓰는 덕에 문을 잠그고 옷을 다 벗고 잘 수 있어서 그건 좋았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30분 정도 쉰 후에,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저녁은 한 번 먹어보고 싶었던 베이징덕을 먹으려 했는데 가고 싶던 가게가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했다. 오전에 라운지에서 먹고, 비행기에서 과자 하나를 먹은 후 5시간 가량을 쫄쫄 굶었기에 너무 배가 고파서 가는 길에 슈퍼에서 6위안 정도에 요거트를 하나 구매했다. 요건 짜요짜요맛! 맛있었다.

원래 여행가면 맛집을 찾지도 않고 그냥 대충 길가다 보이는 곳에 들어가는 스타일인데, 늙으니까 나도 변해간다. 엄밀히 말하자면 직장인이 되니, 시간이 없고 여행갈 기회도 줄어들면서 그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실패없이 즐기고 싶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샹이거라는 북경오리집이다. 진취덕의 가성비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나홀로 여행객들을 위한 메뉴가 있기에 베이징덕을 먹고 싶은 1인 여행자들은 여기로 오면 된다. 1-2인용 A세트가 65위안으로 한화 12,000원 정도인데 솔직히 한 명이 먹기엔 많다. 두 명까지도 A세트 시키면 될 듯.


이렇게 작은 난로에 오리고기와 소스, 전병, 오이/파채가 나오고, 쯔란 오리뼈튀김도 나온다. 맛은 나쁘지 않다. 고기는 훈제오리보다는 퍽퍽하지만, 부드럽고 잡내도 별로 안 난다. 다만 이 가게의 문제가 하나 있다면 화장실이 바로 눈 앞에 있어 무척이나 찝찝하다는 것이다.


우걱우걱 먹고 있는데 국물을 하나 가져다 준다. 이것도 세트에 포함되는 모양이다. 별 기대 없이 먹었는데 맛은 백숙 국물을 희석한 맛이다. 향신료 맛이 하나도 없어 먹을만 하다. 국물에는 오리고기 한 덩이가 들어 있어 진짜 닭백숙 먹는 느낌이 남.


오리뼈튀김은 맛이 있긴한데 살이 별로 안 붙어있어서 뭘 먹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구성에 국물까지 합해서 65위안이면 가성비충인 나에게도 합격이다.


전병에 소스 찍은 고기와 파, 오이를 넣고 돌돌 말아 먹으면 된다.


하루종일 이동만 해서 피곤하긴 하지만 야경이나 보고 들어갈까 싶어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세븐일레븐이 눈에 띄어 홀린 듯 들어갔다. 음료의 가격들이 대체로 한국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가격표 안 보고 사기는 하지만 동남아처럼 쓸어담기는 어려운 정도?


그리고 이 간식은 내가 자주 가던 세계 과자점에서 파는 게 아닌가? 그곳에서 할인 행사 할 때 저거 200원에 산 기억이 있는데, 이곳이 더 비싸다. 물론 맛이 그닥이어서 사지는 않았다. 코코넛 음료만 하나 샀다. 7위안.


5.4광장은 역에서 내려 9분이나 걸어가야했다. 컨버스를 신고 온 탓에 발이 조금 아파서 택시를 탈까 고민했지만, 얼마 안 되는 거리이니 그냥 걸어가기로 한다.


아니 근데 오늘 날씨가 너무 흐리다. 저게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르겠네.


칭다오의 랜드마크 탑블레이드 팽이. 날이 뿌얘서 뒤 쪽의 건물들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레이저 쇼 시간이 지나서 화려한 건물 조명도 볼 수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도 조금씩 오기 시작한다.

...



인천 아니구 칭다오거든요?

이 사진을 보여주면 아무도 내가 해외에 있는 줄 모를거다.


나름 관광지라고 푸드 트럭도 있었는데, 사먹진 않음. 저런 작은 트럭도 다 알리페이를 쓸 수 있다.


발이 너무 아파서 숙소까지 택시를 타야겠다 싶어서, 알리페이의 디디 택시를 불러봤는데 제일 위에 있는 didi express 인가 뭔가를 불렀는데 도무지 올 생각을 않는다. 뭔가 싶어 검색해보니 express는 택시를 부르는게 아니라 내가 택시를 운전할 때 쓰는 거 라고 한다. 배민 라이더스 같은 건가? 암튼 뭔가 싶어서 취소하고 검색할 기력도 없고 비가 계속 내려서 그냥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옆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시비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다행이 아무도 없었다. 너네 운 좋은 줄 알아라ㅋ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로 왔다. 어딜가나 대중교통에 익숙한 내가 싫다. 이게 싫어서 2023년에 면허도 땄는데 여전히 뚜벅초 인생이다. 하지만 두 발로 걸어오지 않았다면, 이런 예쁜 길들을 맘껏 누리지 못했겠죠? 있는지도 몰랐겠죠?ㅋ


이 동네는 인스타 감성 낭낭한 가게들이 꽤나 많다. 뭔가 핫해 보인다.


그런데 여긴 대체 뭘까? 요즘 유행하는 공사장 인테리언지, 진짜 공사중인건지, 저 미국 감옥같은 계단 배치는 뭔지 정말이지 알 수 없는 곳이다.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사람도 없기에 무서워서 더 이상 들어가지는 않았다.


터벅터벅 길을 걷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물 한 병과, 집에 두고온 칫솔치약세트, 그리고 소세지와 맥주를 사서 숙소로 복귀했다. 칭다오에서의 첫 째날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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