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임을 미리 밝힌다.//
지난 6월 14일 프랑스 엠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프랑스는 COVID19 와의 1차 전쟁에서 승리했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레드존(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던 파리지역의 레스토랑과 바의 영업 재개를 선언했다. 그 당시 프랑스의 COVID19 확진자 수는 매일 300여명에 사망자는 일평균 100명대였고 누적 평균 치사율은 30%대에 있는 상황이었다. 즉, 다른 나라들의 COVID19 평균 치사율을 고려했을 때, 확진판정을 받지 않은 확진자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담화를 시청중이던 필자와 친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통령의 발표에 적잖이 당황했다. 어떻게 매일 300명씩 확진자가 생기는데 승리했다고 할 수 있을까? 전체 인구가 6,500만명인, 한국보다 약 1,000만명이 더 많은 프랑스에서 매일 300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이면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려는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경기 회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발표였다.’, ‘2주 후 선거를 앞둔 정치적 발언이다’등의 많은 이야기 거리가 쏟아져 나왔고 이는 한동안 동료들과의 점심식사에서 메인디쉬로 다뤄졌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 프랑스 국민들은 대통령의 발표에 열성적으로 화답했다. 일요일 저녁 발표 이후 길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그간 즐기지 못했던 여름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거리의 카페테리아는 어딜가나 사람들로 북적거려 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파리 생마르탱 운하와 마르세유의 해수욕장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마치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간 듯 보였다. 아니, 정상으로 돌아간 것 처럼 사람들은 행동했다.
지난 주, 사업부 내 젊은 직원들끼리(나를 아직 젊게 봐줘서 매우 고맙다) 가볍게 맥주나 한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크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3월 Lockdown 이후 처음하는 모임이었기에 가기로 했다. 업무가 있어 조금 늦게 도착한 바에서 나는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 명이서 모여서 맥주 한 잔하기로 한 모임이 초대의 초대를 불러 바 전체가 회사 직원들로 북적였다. 단순 보아도 100명이 넘어보이는 동료 직원들이 야외 카페테리아 테이블이 모자라서 사이사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처음에 도착했을 때 나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전체에서 동양인은 나 혼자 밖에 없었고, 또 혼자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야기 하는게 유별나 보일까 싶어 (일종의 Peer pressure) 나도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미팅이나 이야기를 할 때 나혼자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약간의 서운함이나 언짢음을 느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위생관념이 다르다는 것은 참 어렵다. 더 웃긴 것은 상대방의 위생관념이 경우에 따라 바뀐다는 것이다. 처음에 COVID19가 아시아에서만 머물러 있던 시기에는 회사에서나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엘레베이터나 식당에서 나를 볼때마다 엄청 신경쓰는게 느껴질 정도였는데(지난 포스팅 코로나가 쏘아올린 작은 공참조), 지금은 오히려 미팅이나 대화시에 내가 마스크를 쓰는 것을 언짢아 한다. 그 사이 프랑스는 상황이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진 적이 없는데 말이다.
마스크 수급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한국의 KF94/KF80등급은 물론 면마스크에도 훨씬 못 미치는 덴탈마스크만 구할 수 있지만 그래도 슈퍼나 약국에서 물량이 없어서 못 살 걱정은 안해도 된다. 얼마 전까지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머플러로 입을 가리거나 옷감을 바느질해서 마스크를 만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 않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대중교통 이용시에만 잠깐 착용했다가 내리자 마자 벗는다. 점점 더워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COVID19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낮은 경각심은 지난 6월 21일 Fête de la musique (프랑스 거리음악 축제, 1년에 하루 프랑스 전역의 길거리에서 음악연주를 들을 수 있는 날이다.) 에서 정점을 찍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아래의 영상과 기사를 보고 이건 너무 하다 싶어서 쓰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vrmz_2_s9c&feature=youtu.be
(영상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보이는가? 월리보다 찾기 어려운 마스크 쓴 사람)
“The Festival of Music is important, it's a national event”
(경각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터뷰, COVID19는 전세계적 이벤트인데 같이 참여 좀 해주라)
지금 예상대로라면 한국은 프랑스가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비EU 국경제한 해제 1차 국가 리스트에 포함될 확률이 매우 높다. 여름방학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했던 분들(평소보다 매우 적겠지만) 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이번 여름에 프랑스, 스페인 및 이탈리아는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올 여름 유럽여행은 평상시에 유럽여행을 하면서 겪지 않아도 될 걱정과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확률이 높다. 지금은 국경이 봉쇄되어 길에 다니는 사람들은 다 로컬이라고 생각해서 그나마 덜할지 몰라도 제한이 풀리고 난 뒤에 길에서 보이는 동양인에게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모두 다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COVID19에 대한 좀 더 (많이) 제대로된 태도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아직 프랑스는 승리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