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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xotism Jan 26. 2021

2020 해운업계, 컨테이너 선사들의 약진, 왜?

  2019년 4월 프랑스 남부에 있는 해운사(컨테이너사)에서 인턴십을 시작한 뒤, 그 해 9월 부터 정식 풀타임 업무를 시작한지 어느덧 1년 반이 다 되어 간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집에서만 있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2020년이었지만 해운업계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롤러코스터를 탔던 해가 아니었나 싶다.  



1. 2020년 해운업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2020년은 COVID19로 인해 전 세계 경기가 침체된 해로 기억되겠지만 컨테이너 선사들에게는 돈을 많이 번 최고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각 선사들이 발표한 2020년 1-3분기 실적발표 보고서를 보면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평균 6%상승한 반면(COSCO를 제외한다면 매출은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평균 75%가 상승했다. 영업이익의 가파른 상승은 즉각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고, 한국 HMM의 주가는 연중 최저가 대비 7배이상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업계 1위인 MAERSK의 주가 또한 연중 최저가 대비 2배이상 상승하며 2020년 해운업계의 선전을 방증했다.


컨테이너 선사들의 1-3분기 실적 비교 (출처: DHLFORWARDING)
업계 1위 Maersk의 주가
한국 대표 HMM의 주가 (부제: 나는 왜 사지 않았을까?)




2. 선사들의 약진, 그 이유는?


2.1 2019년 말

 사실 2020년의 선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다. 오히려 2019년 말 대부분의 해운사들은 2020년을 매우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IMO 2020의 시행때문인데,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네이버 시사 상식사전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요는, 2020년 1월 1일부터 해운사들은 자사의 선박에 황산화물 배출량이 적은 저황유(VLSFO)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스크러버라는 저감장치를 선박에 장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황유의 경우 2019년 12월 기준 기존 사용하던 선박유(HSFO)보다 50%이상이 비쌌고, IMO 2020시행이 도래하자 저황유의 가격은 2019 4분기동안 계속 올라갔다. 해운사의 운영비용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의 상승으로 이익 감소는 불보듯 뻔한 것이었고, 이에 2020년은 해운사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모두 예상했다. 


  물론, 이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해운사들은 저마다 저황유를 사용하는 만큼의 추가 비용 부담을 저마다 다른 항목으로 고객에게 전가하는 방안을 세워 다가오는 IMO 2020의 시대를 대비해놓기는 했다.



2.2 2020년 상반기

  COVID19의 출현과 함께 아시아 → 유럽 → 남미 순으로 경기가 얼어붙었다. 설날 연휴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항로에서 실제 물건을 싣지않고 빈배로 운항하는 Blank Sailing(BS)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물건을 싣지 않으니 당연히 매출은 급감했고, 배는 빈배로 운항하니 비용만 계속 발생했다. 모두 올해 사업은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인력 감축이네 뭐네 이야기가 많았고 일부 직원들을 한시적으로 파트타임으로 돌리기도 했다.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온다 했던가. 2019년말 모두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유가는 폭락했다.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COVID19로 인한 수요감소와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해운사들의 급작스런 수요 감소 때문인지 저황유의 가격하락 폭은 기존 선박유의 하락폭 보다 더 컸고 이로인해 둘 사이의 가격 격차도 많이 줄어들었다. 또한 다행인 것은 운임 하락의 정도가 유가 하락의 정도 보다 작았다는 점이다. 즉, 운임보다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떨어진 유가로 인해 해운사의 이익이 높아지는 결과가 발생했다. 상반기 발표가 나오자, 매출은 전년대비 줄었지만 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여전히 전세계 수요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이익은 전년보다 많아졌다. 걱정했던 것보다 잘 풀려 안심이 되었지만 앞으로 다가올 하반기는 어떻게 될지 여전히 미지수였다.



2.3 2020년 하반기

  2020년 하반기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작은 8월 쯤이었다. 아시아 - 미주 노선의 운임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매주 운임이 두자리수 대 인상률로 올라갔다. 운임이 폭발적으로 올라가는데 기름값은 그보다 훨씬 더디게 올랐다. 아시아 - 미주 노선의 이익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게 보였다. 

상해 - 미국 컨테이너 운임 지수(출처: SCFI)




※ 왜 운임이 올랐을까?

운임이 오른 많은 이유들 중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대표적인 2가지만 꼽았다.


1. 컨테이너 물량 부족

  컨테이너는 주로 중국에서 나가서 주로 미국으로 간다. 세계 최대 수출국과 세계 최대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그럼 물건을 배달한 컨테이너는 어떻게 다시 돌아올까? 미국에서 중국가는 물건을 실어 오거나, 아니면 빈 컨테이너를 다시 중국으로 보내는 등 어쨌든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전 세계 물류흐름을 봤을 때,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물건을 담을 컨테이너가 필요한 나라이고,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은 물건을 받은 뒤 컨테이너를 밖으로 보내야 하는 나라이다. 이 컨테이너 수량의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빈 컨테이너를 배들이 운반해 왔는데, COVID 이후 해운사들의 운영 노선수 감소와 BS 의 지속으로 컨테이너 불균형이 점점 누적되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주요 수출국에서 물건을 담을 컨테이너가 부족해지게 되었다.


2. 억눌렸던 수요 폭발?

  연말은 성수기이다. 블랙프라이데이도 있고, 크리스마스도 있고, 특히 올해는 COVID로 인해 억눌린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COVID로 인해 생산이 어려워진/불가능해진 외국의 업체들이 중국/아시아 쪽 오더를 늘린 것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COVID로 인해 노선의 전체 공급량도 줄고 컨테이너가 부족한 상황이 겹쳤다. 컨테이너를 구하지 못한 업체들은 수출길이 막히니 컨테이너 구하기 전쟁이 시작됐고, 이와 함께 줄어든 컨테이너선 공급때문에 운임이 폭발했다. 




  제일 위에 있는 선사별 1-3분기 보고서에 있는 실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20년 3분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만약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각 회사별 2분기, 3분기 실적보고서를 찾아서 한번 비교해 보기 바란다. 1-3분기 실적의 상당 부분이 3분기에서만 나온 이익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아래의 그래프는 업계 1위 Maersk의 실적인데, 본격적인 운임상승이 3분기의 끝무렵인 8월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고려하고 보아도 EBITDA와 EBITDA Margin 모두 놀랍게 성장했다. 본격적으로 운임이 폭발한 4분기는 훨씬 더 좋게 나올 것이라고 보인다. 

4분기 발표가 나오기 전에 주식을 사놓을까?


  해운사들의 선전과 더불어 컨테이너 제조사들도 바빠졌다. 수요 상승의 총량이 제조사들 전체의 생산 CAPA보다 높아졌고 이로인해 컨테이너의 판매가격 자체도 상승했다. 공장을 최대로 가동해도 주문은 넘쳐나고 가격도 상승하는 상황이니 전세계 컨테이너 공급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CIMC의 주가 또한 연중 최저가 대비 2배 넘게 오르며 물류대란, 아니 컨테이너 대란을 실감케 했다. 

나는 왜 이걸 안샀지?

바다에서 발생한 물류대란이 하늘에도 영향을 미쳤다. 컨테이너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행기로 몰려 항공 운송의 운임마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COVID로 힘들어 하는 항공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일 것이다.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싣는 항공사 (출처: 경향신문)




3. 2021년은?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먼저 시작한 운임상승은 이제 아시아-유럽 노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 운임 상한을 둔 중국-미국 노선과 달리 아시아 - 유럽 노선은 운임이 천청부지로 치솟고 있다. 2021년 1월 25일 현재, 아시아-유럽 노선의 운임은 최근 8주동안 4배이상 올랐다. 


1) 컨테이너 부족은 물론이고 2) 크리스마스, 새해, 겨울 세일등으로 인해 연중 소비가 가장 많아지는 시기인데다가, 3) 중국의 경우 2월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중국의 공장들에서는 명절 전에 물량을 다 출하시키려고 하니 운임이 폭발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 유럽 운임 (부제: HMM의 주가는 아직도 상승할 여력이 있다?)


  설 연휴 이후에도 이 상황은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 주문량 대비 출하량이 적고, 생산속도도 느리기 때문이다. 당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노선으로 배를 배치하면 또 다른 노선에서 공급이 적어져 그 지역의 운임이 오른다. 아시아-인도 노선을 아시아 - 미주 노선으로 돌리는 바람에 Intra Asia의 운임도 올라간 것이 그 예이다. 




4. 마치며..


  이렇게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일어나면 결국 여기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DHL, FEDEX 및 EMS 같은 배송서비스는 당장 작년말부터 배송비를 올렸고 배송기간도 원래보다 길어졌다. 필자의 경우, 평소 한국에서 보내면 3-4일이면 받을 수 있었던 EMS 택배를 한 달 정도 걸려서 받을 수 있었다. (김치는 이미 신김치가 되어있었다.) 더 비싼 돈을 내고 더 늦게 받는 특별함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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