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연애담, 구독자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빠,
우리 만나게 된지 2달도 채 안됐을때
나는 오빠한테 설렘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었지.
"오빠, 나 내년에 1년간 미국가서 공부할까해.
곧 공모가 있다는데 지원해보려구"
그때 오빠 표정 생생해.
만난지 두달밖에 안돼놓고는
곧 오빠곁을 떠나겠다 말하는 나를 바라보는
오빠의 실망스럽지만 아무말도 할수없음을
묵묵히 참아내던 어둡던 그 표정.
오빠가 돌싱에 아이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때 난 오랜 내 바람이던 미국행을 어쩌면 택하지 않았을거야.
당시의 난 오빠와는 어차피 끝까지 갈수 없을거라고 여겼기 때문에 오빠앞에서 당당히 얘기했던거지.
나 곧 오빠곁을 떠날거고, 그러니 우리 적당히 감정 조절하며 만나자고. 무언의 협박이었나봐.
그리고 생각지 못하게 그 해 바로 내가 유학 선발이 됐을때
나는 이만큼의 힘든 날이 나에게 올줄도 모른채 마냥 기뻐했었어.
얼떨떨해하는 오빠 앞에서 물색없이 기뻐했지.
오빠와의 짧은 이별에도 이렇게나 괴로워할 나라는걸 알았더라면.
정말 나는 이럴줄도 모르고....
오빨 적당히 좋아한다는거
그거 내 맘처럼 안되더라.
겉잡을수도 없이 오빠를 향해 난 빠져들고 말았어.
그냥 오빠의 모든게 다 나는 좋았어.
무슨일이 있어도 다 용서가 됐고 다 괜찮았어.
단지 오빠가 아이가 있는 돌싱이란것, 그건 늘 감당하기 버거웠어.
오빤 잘 몰랐을순 있지만, 나는 내내 오빠를 만나며 힘들고 아팠어.
그렇지만. 오빨 잃을까 두려워 말하지 못했어.
내가 이만큼 힘들단걸 알면 오빠가 날 떼어낼까봐.
늘 혼자서 마음이 무거운 채로 오빠를 만나고, 웃고, 먹고 마시고,
그렇게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냈네.
그래도 괜찮았던건 늘 같은시간 나를 웃게 해주는 오빠의 전화. 목소리. 긴 통화. 끊이지 않는 웃음.
그거 때문에 나는 견디고 힘을 냈어.
말도 못하게 행복했어.
한순간도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생각해주는듯한
그목소리를 들으면 나는 세상끝 지구끝
어디라도 오빠와 갈수있을것같았어.
아무리 급한일이 있어도 내가 먼저 전화를 끊을때까지
먼저는 절대 끊지 않은오빠.
의도했든 안했든 난 그자체로도 마음이 늘 든든했고 따뜻했어.
그만큼 고마웠어. 정말 나는 오빠에게 그게 가장 고마워.
누군가 나를 이렇게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경험은 부모님 말고는 처음인것같아.
늘 남자친구의 식어가는 마음을 바라보며
간신히 남아있는 알량한 자존감 간신히 붙든채 먼저 연락도 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좌절했던 날들이 많았는데.
오빤 그러지 않았어.
내 마음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줄줄 알았고
오빤 한결같은 모습만 내게 보여줬어.
다른 사람들과는 오빤 너무 달랐어.
너무 다정했고, 그래서 나자신도 마음을 다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들어줬어.
항상 언제든 어디서든 내손을 잡고 다녔고, 운전을 할때에도 늘 오른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운전을 했고.
운전을 하는 중간중간 내 손에 뽀뽀를 해주며 날 바라봐주는거 난 그것도 너무 좋았어.
오빠는 다른 여자들에게도 그랬겠지. 아니면 재희를 차에 태우고 다니며 생긴 버릇일수도 있고,
그치만 나는 그게 너무너무 좋았어.
그래본적 없었어서.
한번도 말한적 없었는데 오빠가 손잡아줄때마다, 내 손에 입을 맞춰줄때마다 너무 행복했어.
얼마전 오빠랑 헤어지기 싫다고 징징대며 우는 나를 보며 오빤 말했지.
"너 정말 이기적인거 아니냐. 오빠 이렇게 남겨두고 갈 생각 처음부터 해왔으면서
이제와서 이렇게 힘들다고 우는게 말이 되냐구.
서희 너는 오빠가 다른 사람 만나면 어쩌냐 그러지만
다른 사람 만날 기회 많은건 너야. 너 거기 있으면 오빠 생각나지도 않을거야.
오빠는 재희 케어하는것만으로도 시간 없어.
그러니깐.. 자꾸 힘들어하면서 울지말고 가서 재밌게 지낼 생각만 해."
그러던 오빠가, 그저께, 회사 회식을 했다며 잔뜩 술에취해 내게 전화를 걸었지.
처음으로 오빠가 내 앞에서 욕을 한 순간이었어.
"사장이 술먹자고 해서 오늘 갑작스레 회식했어.
근데 아 씨발 진짜 기분 진짜 좆같다.
사장이랑 대화하면서 내 마음이 이런데도 아무 말도 못하고.
너가 미국가니까 그러잖아. 아 진짜 기분 좆같애.
니가 알어?....................
... 사랑해 서희야.. 사랑해. 사랑해.."
"미안해.오빠. 오빠 두고 가서"
기어들어가듯 말하는 내 목소리를 듣는 오빠도
수십초간 아무말이 없고.
나는 또 그래서 밤새 울어버렸다.
항상 울고있는 나를 달래면서
괜찮다고 1년 금방간다고 말해온 오빠.
오빠도 결국 나처럼 불안하고 힘들었겠지.
나한테 말도못하고 표현도 못하고 참으면서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었을까.
결국 미국가서 생활에 쫓기고 여행을 즐기기도 하며 행복해할건 나고,
현실에 남아 적성에 맞지 않는 일터에 나가고 재희를 돌보고 가족들과 아웅다웅 살아가야 하는건 오빠니까.
이렇게 오빠가 좋아 죽을것 같은데, 1년이라는 시간을 헤어져 있어야 한다는거 너무 가슴이 무너져.
통화도 매일 하기로 했지만,
나는 오빠를 안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다는게 속이 꽉 막힌것처럼 답답하다.
그리고 오빠가 혹시나 나 없는동안 우울해질까봐 난 너무 걱정돼.
오빠 답답하고 힘든 일 있을때 같이 술 마시자고 연락하고픈 사람 하나 없으면 어쩌나
가엽고 너무 속상하고 걱정돼.
또 혼자 새벽에 술마시며 춤추는 인형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까봐.
내가 내 생활에 집중하며 오빠를 혹여나 소홀하게 생각하거나 대하게 될까봐 그것도 걱정되고.
그렇게 우리가 가끔씩이라도 오해가 쌓여 싸우거나,
그래서 어쩌면 너무 힘들어지는 상황이 오게 되면 어쩌나 사실 그게 가장 두려운것 같아.
갔다와서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될지,
계속해서 오빨 놓을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명확하지 않은 채로 이렇게 떠나는게 정말 대책없이 느껴진다.
오빠랑 공항 같이 가는 길은 어떨까.
눈물을 잘 참을 수 있을까.
나를 보내고 돌아서 가는 오빠는 심정이 어떨까.
내 손잡지 못하고 혼자 차를 타고 먼 길 운전해야 하는 오빠는 어떨까.
미안해. 정말. 나 혼자 좋자고 이런 선택하고
그러고서 미국 가는거 설렌다고 오빠 앞에서 철없이 떠들기나 했었지..
이게 우리 끝은 아니지만,
485일간, 나를 늘 행복하게 해주고, 늘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주어서 고마워.
우리 그간 한번도 싸운적 없고 헤어진적도 없었지.
그동안 오빠 서운하게 했던 말들, 어리고 철없는 내 행동들,
어이없고 화가 나도 다 받아주고 참아줘서 고마워.
미국간다고 예민해져서 쓸데없는 말까지 다 쏟아내도 기분나쁜 내색 한번 안하고 이해해줘서
고마워.
먼 데 여행가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데이트 코스도 생각하지 않고 오냐고 투덜댔지만
나는 어찌됐든 오빠랑 함께 있는 시간이면 무조건 행복했어.
그래서 밤이든 새벽이든 오빠가 부르면 달려나갔고,
새벽에 다시 혼자 집으로 택시를 타고 오면서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1년반동안, 정말정말 고마웠어.
오빠 이런 날 만나고 예뻐해주느라 수고 많았어 정말.
앞으로도 계속 고맙다고 말할수 있게 우리 내년에 힘들어도, 싸우지 말고 잘 지내보자.
내가 오빠보다 더 노력할게.
나는 오빠라는 사람을 만나는게 힘들고 어렵지만,
오빠가 없는 시간을 나혼자 버티는건 하나도 상상이 안되고 못할 것 같아. 자신이 없어.
갔다와서 대책없다 해도, 오빠도 날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해도,
난 여전히 오빠 곁에 있고 싶을거 같아.
다른 선택은 하지 못하는 채로 오빠 옆에 계속 남아있을 것만 같아.
우리 그래도 행복하겠지?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이 뭔지 알게 해줘서
변함없이 든든한 사람이 내게 있다는 경험을 하게 해줘서
무슨일이 있으면 바로 말할수 있는 한 사람이 되어줘서
말할수 없는 큰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내가 오빠에게 느끼는 이 마음 영원히 영원히 간직하고 잊지 않을게.
오빠, 사랑해.
정말 오빠가 믿지 못할 수도 있을만큼, 그만큼 많이 사랑해.
<구독자 여러분께 올리는 글>
지난글이 30화가 다 되어 이 마지막 글은 브런치북에 연재하지 못하네요.
오빠와의 연애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지 못하는 채로 시작한 브런치 연재.
미국 가기 직전까지 연재하기로 마음먹었던 연재였는데 정말 오빠와 1년동안 무탈히 잘 지내고
정작 떠날 때가 되었네요.
미국을 가며 오빠에게 이 브런치를 알려주고 떠나야지,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중간중간 제 마음을 너무 솔직히 쓴 내용들이 많아 그건 못할 것 같아요.
그동안 제 글을 보고 힘냈다는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많은 분들의 댓글을 보며
저또한 많은 의지가 되었고 힘이 되었습니다.
이 상황이라면 어찌할수 없이 느껴지는 감정은 남녀노소 보편적일수밖에 없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지 못하는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을 보며 사랑이란게 이토록 질기구나,
그렇게 느끼며 버티며 어디에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이 브런치에 쏟아내었습니다.
중간에 힘든 감정으로 인해서 글을 쓰기 벅찼던 적들이 많았고 그래서 여러차례의 휴재가 있었습니다.
결국 다시 돌아와 써내려갈수 있었던 강력한 동기는 구독자 여러분이었습니다.
늘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내년에는 미국에서의 생활기와 적응기로 글을 계속해서 써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오빠와의 연애 이야기도 간간이 내용에 포함되겠지요.
늘 행복한 이야기만 전할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언제나 어디서나, 사랑이 넘치는 순간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또한, 꼭 그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