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스노우폴'이 있었다. 2022년 무엇이 남았을까?
hoxy 국내 언론사에서 유행처럼 만들어졌던 '인터랙티브' 또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를 기억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라고 하기 전에 역시, 인터랙티브 뉴스에 대해 들어보셨는지를 묻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인터랙티브 뉴스
[ interactive news ]
텍스트는 물론 그래픽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합 편집한 새로운 형태의 뉴스 콘텐츠다. 텍스트 위주의 기존 온라인 뉴스에서 벗어나 스크롤 클릭 링크 등 독자의 행위에 반응해 움직이는 웹 페이지를 구현한다. 보는 뉴스가 아니라 시청하는, 체험하는 뉴스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터랙티브 뉴스 [interactive news] (한경 경제용어사전)
사전은 인터랙티브 뉴스를 '그래픽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합 편집한 새로운 형태의 뉴스 콘텐츠' 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뉴스를 접한 분들도, 전혀 보지 못하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인터랙티브 뉴스가 제작되기 시작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국내 뉴스 소비 환경 속에서 인터랙티브가 자리잡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한 때는(?) 언론의 미래처렴 여겨졌었는데요. 인터랙티브 뉴스에는 '시작점 아닌 시작점'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기자들도 세계 최초의 언론사, 세계 최초의 기사는 무엇인지 모를것 같지만, 인터랙티브 뉴스는 다릅니다. 모두 동일한 기사를 꼽을거예요. 조금 특이하죠?
그리고 역시 시작은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일 겁니다.
<스노우폴>은 뉴욕타임스가 2012년 12월에 공개한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입니다. 미국 캐스케이드 산맥에서 일어난 눈사태를 다뤘는데요. 지금 보면 다소 밋밋하지만, 이 페이지가 만들어 진 것은 벌써 10년의 일입니다. 당시에는 이 정도 수준의 웹 사이트는 정말로 엄청난… 공을 들인 것이었습니다. (18명으로 이뤄진 팀이 6개월간 작업했다고 해요)
<스노우폴>에는 1만 7천자에 이르는 긴 스토리와 함께 음성, 영상, 이미지, 스크롤링 인터랙션, 3D그래픽 등의 멀티미디어적 요소가 담겼습니다. '1만 7천자에 이르는 긴 기사를 독자가 어떻게 읽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시작된 <스노우폴>은 솔직히 첫 장면부터 엄청났습니다.
커다란 화면 전체에서 날리는 눈발이 압도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스크롤, 클릭 등 독자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는 웹 페이지의 요소들을 통해 산사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페이지였어요. 사실 대부분의 인터랙티브는 아직도 <스노우폴>과 비슷한 형태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스노우폴은 '혁신적'이었어요.
이미지와 텍스트로 된 (사실은 이미지도 많지 않았던) 기사를 '읽는' 환경에서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가 나타난 것이었으니까요.
<스노우폴>은 공개 6일만에 290만 뷰를 기록했고 2013년 퓰리처상 기획보도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새로운 방식의 뉴스가 언론의 '미래' 처럼 여겨졌었죠.
NYT '스노폴' 아사히 '라스트 댄스'… 뉴스를 영화처럼 (중앙일보)
<스노우폴>에서 언론의 미래를 엿본 건 국내 언론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부분의 독자가 포털을 통해 기사를 읽는 상황에서 언론사의 기사는 대게 매체의 홈페이지, 혹은 포털을 통해 유통됩니다. 텍스트인 기사와 주로 사진인 이미지가 구성 요소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인터랙티브는 별도의 url을 가진 웹 페이지 그 자체입니다. 텍스트와 이미지는 물론 영상, 음성 등 다양한 인터랙션 요소 등을 추가하는것이 가능하죠. 홈페이지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광고, 읽다보면 피곤해지는 다른 기사의 제목도 없습니다. 그저 한 개의 인터랙티브 페이지는 하나의 이야기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만드는 데 공이 많이 들고, 공을 많이 들인 만큼 기존의 기사에 비해 '몰입감'이 높습니다. 독자의 '체류시간'도 깁니다. 별도의 웹 페이지이기에 사용자의 '인터랙션'을 유도하거나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수월하고요. 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있어 보입니다!
당연히 한국의 많은 언론사들도 순서 경쟁하듯이 인터랙티브 뉴스 제작을 시도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와글와글 합창단>, <시베리아의 벌목공들> 아시아경제의 <그 섬, 파고다> 매일경제의 <대한민국 1번 馬 내 이름은 당대불패>, <내 사랑 스톤> 경향신문의 <그 놈 손가락> 한겨레의 <수첩인사의 비극 > 시사인의 <응답하라 7452>등...
이 모든것이 2013년 말~2014년 초에 쏟아졌던 인터랙티브 페이지인데요.
물론 지금 보면 '이게 무슨 인터랙티브야 너무 기초적이잖아!' 싶은 페이지도 있긴 하지만 당시엔 많은 언론사들이 너 나할것 없이 '느이 집엔 이거 없지?' 하는 자랑, 또는 '남들 만들때 안 만들면 뒤쳐지는 것'처럼 경쟁적으로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마치 인터랙티브를 만드는 기술력이 언론사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것처럼요...!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의 '혁신'과 '도전' 분위기는 사라졌습니다.
물론 도전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고요. 순서 경쟁하듯 만들어졌던 인터랙티브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인터랙티브' 로 만들어야 하는 콘텐츠는 '인터랙티브' 로 만들어집니다. '자랑' 대신 '실용'이 남았다고 할까요,
어느덧 인터랙티브를 만들지 않는 언론사와 인터랙티브를 만드는 언론사도 어느 정도는 갈음이 된 것같고요. (경향신문은 몇 안되는 인터랙티브를 만드는 언론사 중 하나입니다.)
아직까지도 인터랙티브를 만들고 있는 언론사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겁니다. 우선 (디자이너로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다음 글을 미리 예고할게요. '인터랙티브 뉴스는 있어 보입니다' 제 생각에는 어쩌면 이것이 전부입니다.
https://www.khan.co.kr/interactive
https://original.donga.com/about
https://www.hankookilbo.com/Collect/1768
https://www.hani.co.kr/arti/INTERACTIVE/home01.html
https://www.chosun.com/intera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