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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희 Aug 18. 2022

isfj인 저, 변호사 해도 될까요?

요즘은 mbti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다. 최근 연애 프로그램을 보다가 mbti 알파벳 조합만 듣고도 그 주요 성향을 온전히 파악하는 MZ 세대들의 모습에 놀란 적이 있다. 16가지나 되는 mbti 성향을 알파벳만 듣고도 대략 기억해내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나는 아직 내 mbti도 적어놓은 걸 봐야 기억이 난다). 하긴 생각해보면 최근 만난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을 묻기보다는 mbti를 물어왔다. 그만큼 mbti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거겠지.      


몇 번이고 찾아봐야 비로소 기억나는 내 mbti는 isfj이다. “내성적 인싸형, 사교적인 내향형”이라고들 표현하는 것 같다. 모순되는 표현처럼 나는 모순된 성향을 가지고 있다. isfj의 주된 특징을 읽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나는데, 주로 이런 표현들이었다. 


“나서는거 싫어하고 (근데 관심 받으면 좋음), 낯선 상황은 싫은(그래도 적응은 함). 나도 나를 모르겠는” 


말 그대로 반반인 사람. 어떤 사람들은 나를 사교적이라고 평가하고, 어떤 사람들은 나를 내향적이라고 평가했다. 나는 어떻느냐고? 나는 스스로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있으면 에너지가 소진되고.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에너지가 충전되는 내향적인 사람.



     

내향적인 모범생이었던 어린 시절에는 공부만 했다. 조용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원하던 직업까지 갖게 되면 그럭저럭 세상을 고요히 살아갈 수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를 했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고, 변호사가 되었다.      


사실 공부만 하느라 그 흔한 법정 드라마 한 편 제대로 보지 않고, 묻고 따지지도 않은 채 변호사가 되었다. 직업을 선택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놀라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별생각 없이 법대에 입학했고, 그저 주어진 공부를 했더니, 어쩌다 변호사가 되었다. 가족들이나 가까운 지인 중에 변호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내 머릿속에는 그저 변호사에 대한 이미지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 머릿속 변호사는 서류 더미에 파묻혀 조용히 글을 쓰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재판 과정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실제 우리나라 재판은 구두변론보다는 서류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 정도는 선배들로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바였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름 대형 로펌에 입사했다. 드디어 조용하고 무탈히 살 수 있는 파라다이스가 펼쳐지는 것일까! 그렇게 두근대던 시간도 잠시. 실제 살아본 변호사의 삶은 내 머릿속 변호사의 삶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늘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사건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변론을 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다양한 직업군과 협업을 하고, 때로는 영업을 하기도 하는. 변호사는 그저 조용히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슈퍼 E(외향형)에게나 어울릴 법한 직업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나서는게 싫고, 낯선 상황은 싫은 isfj인 내겐, 처음에 다소 시련과 같이 느껴지는 시간들도 많이 있었다.  



생전 처음 가보는 지역으로 재판도 많이 다녔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변호사라는 직업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특히 송무를 처리하는 로펌 변호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 같다.

 


‘isfj 성향이면 변호사 일이 심적으로 힘들 수도 있을걸요?’     



7년차 변호사로서 느꼈던 것들. 너무 사소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을법한 이런 이야기들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변호사에 관심이 있지만 나처럼 아무것도 몰랐을 이들에게는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아니, 적어도 로스쿨에 입학하길 원하거나, 로스쿨에 입학해 있는 이들에게만큼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거야.       


그런 생각으로 끄적여보기로 한 소소한 변호사 일기.


      

그래서 결국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변호사 하기 전에 mbti 검사부터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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