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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 Mar 15. 2023

하늘에서 일하는 사람들


약속 없는 편안한 주말…. 모처럼 늦잠을 자려 했는데 바깥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드르럭 드르럭 낯선 소리에 나는 잠을 깼다. 무슨 소리일까? 귀를 기울이다 며칠 전에 본 아파트 공고문이 생각이 났다. 아파트 외벽 페인트칠을 한다는 공고문과 함께 여러 가지의 채색 도안에 대한 투표도 진행했었다. 거실로 나온 나는 두리번거리다 부엌 쪽 창문 밖에서 열심히 작업 중인 페인트공을 보았다. 

 

잠을 깨운 드르럭 소리는 아저씨의 몸을 지탱해주는 밧줄이 왔다 갔다 움직이는 소리였다. 내 지친 일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나를 위로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만 같은 내 집. 그러나 그건 단지 집의 내부일 뿐…. 30층 높이의 아파트의 외부는 아름답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그저 높고 아찔한 절벽이며, 고난의 세상이다.      



 문득 몇 년 전의 뉴스가 생각이 났다. 어느 주민이 아파트 외벽의 페인트칠을 하는 작업 소리가 귀에 거슬려 화가나 밧줄을 끊어버린 끔찍한 뉴스였다. 조현병 환자의 단순 범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이였던 이 사건은, 실종된 인간애, 그리고 타인의 존엄성을 망각한 우리 사회의 책임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외벽은 단순히 외형을 깔끔하게 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5년~7년 사이에 재 도색을 하여야 아파트의 뼈와 살인 철근과 콘크리트가 보호된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생긴 대형 콘크리트 속의 각 칸 칸마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행복을 나누면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가정을 이루고 산다. 이러한 우리의 보금자리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작업을 대신해주는 그들은 생명줄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강풍에 몸이 날아가기를 반복하면서 높은 하늘에서 일을 한다. 그저 차갑고 삭막한 빛바랜 절벽에서 우리들이 원했던 디자인에 맞춰가며 고운 색을 입힌다. 


 거친 바람에 흩날린 페인트 입자들로 온몸이 점박이가 된 후에야 그들은 땅에 발을 내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들 역시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을 콘크리트 속 어느 한 칸의 따뜻한 가정으로 들어갈 것이다.      

 지금 우리 모두는 하나의 시대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 누구 하나 잘나고 못난 세상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가는 세상…. 내가 못 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아름다운 세상…. 그래서 물질의 가치보다 사람의 가치가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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