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미경이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주현아 그간 답답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우리 해외로 여행 가자~” 코로나로 꽁꽁 묶여있던 해외여행이 이제는 거의 다 풀렸고, 여행을 위한 계비도 제법 모여 시간만 빼면 되니 너무 신이 났다. ‘가만있자. 여권 기간이 만료되었을 텐데…….’ 하며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둔 여권을 꺼내보았다. 역시나 기간이 종료되었다. 10년 전에 만든 여권의 사진은 너무 촌스러워 내놓기도 민망할 정도라 ‘이번에는 반드시 예쁘게 찍을 테다!’ 하면서 화장을 곱게 하고 집 근처의 사진관인 “너울”로 갔다.
하얀 커튼 사이사이로 노란 불빛이 밖으로 새어 나와 얼핏 보면 자그마한 카페처럼 보였다. “너울”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 같은 넓은 물에서 크게 움직이는 물결]이라는 뜻도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뜻도 가진 우리말이다.
나는 촬영 자리에 앉아 사진사의 요구대로 자세와 표정을 지으며 몇 차례 사진을 찍었고, 그는 컴퓨터로 방금 찍은 나의 촬영 원본을 보여주었다. 까악. 이건 내가 아니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온갖 잡티와 주름진 얼굴을 한, 딱 50대를 바라보는 여인이 있었다. 초라한 내 모습에 우울해 하던 중 그는 이것저것 컴퓨터로 조작을 하여 뽀송뽀송한 피부와 조금 더 풍성한 머리카락으로 나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그제 서야 ‘그래 바로 이거지~’ 하면서 오케이 사인을 하니, 그는 사진 전용 프린터기로 출력을 했다.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인화한 사진을 학교에 들고 가서 필름을 형광등에 비춰가며 친구들 수에 맞춰 빨간 색연필로 개수를 체크 하던 시절도 이제는 저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어느새 필름 사진은 구시대의 것이 되어버렸고, 우리는 휴대폰으로 자동으로 예쁘게 보정된 사진을 개수에 상관없이 마구 찍고, 개인 SNS에 바로 업로드를 한다. 우리는 스마트폰 속에서 지인들의 따끈따끈한 사진도 보며 근황을 알게 되기도 하고 빠른 소통을 하고 있다. ‘낡은 앨범들을 뒤적거리며 추억이 담긴 빛바랜 사진들을 보면서 친구 또는 가족들과 깔깔대던 그 시간 마저도 그리움과 추억이 되었구나’ 생각하며 손에 쥔 잘 나온 증명사진을 들고 나는 양산시청으로 향했다.
‘10년 뒤, 나는 또 어떤 모습일까? 우리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생각하며 10년짜리 여권발급신청서에 내 이름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