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야 Mar 28. 2022

우리동네 사람들

#04 소방안전관리자의 방문

집안에 사이렌 소리와 함께 “불이 났습니다”라는 방송이 집안을 울려댔다. 나는 혼비백산했다. ‘몇 층에서 불이 났을까? 나가면 괜찮을까? 무엇부터 챙겨 나가야 하지? 아. 이건 들고 가야 하는데, 아. 저건 아까운데.’ 하면서 짧은 순간 머릿속은 복잡해지면서 눈은 동그랗게 뜬 상태로 내 몸은 온 집안 곳곳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도 못한 채...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소방훈련인 줄 알게 되었고 털썩 주저앉았다. ‘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와. 정말 불이 나면 이렇게 허둥대다가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그 뒤 어느 날 업무중 사무실 밖 복도에서 부산스러운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소방교육 받으러 잠시 나오시죠?” 소방안전관리자가 완강기와 소화기 사용법을 설명하러 오셨다. 업무가 바빠서 시간이 아깝다 생각했지만, 얼마 전 집에서 당황했던 그 날의 기억이 났다.


 5층 높이에 있는 사무실에서는 입구 쪽에 불이 날 경우 복도 끝에 있는 창문만이 유일한 비상탈출구이다. 너무나 진지하게 지금 불이 난 것처럼 설명을 하기 시작하셨다. 


소화기는 손잡이 부분에 안전핀을 뽑은 후 노즐을 잡고 불쪽을 향하여 손잡이를 움켜잡기만 하면 소화 분말이 분사된다. 이 간단한 것을 사용하지 못해 소화기를 바로 옆에 두고도 화장실을 몇 번이고 다니면서 물을 길어다 불을 끄려는 경우도 있다니 안타까웠다.


“완강기는 지지대에 후크를 걸고 나사를 조여 빠지지 않도록 한 후 줄이 감겨져 있는 릴을 창밖으로 던지세요. 그리고 완강기의 가슴벨트를 겨드랑이 사이로 착용하여 탈출하는데요, 하강 시에 팔을 위로 올리면 벨트가 머리 위로 빠져버릴 수 있으니 팔은 올리지 말고, 벽면을 터치하면서 내려가세요. 자동속도조절기가 있어 안전하니 하강 시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시면서 화재시 곧바로 벨트만 메고 탈출할 수 있도록 해놓고 가셨다. 마치 내일이라도 당장 불이 나기라도 할 것처럼...


  퇴근 후, 운동하기 위하여 헬스장을 찾았다. 그곳 또한 4층이라 완강기가 어디 설치되어 있나 살펴보던 중 베란다 복도에 완강기가 눈에 확 들어왔다. 늘 가던 장소이지만, 그곳에 완강기가 있는 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역시 교육을 받고 나니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보여 소방안전관리자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계절과는 상관없이 화재 뉴스를 접한다.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언제 나에게 닥쳐올지 모를 일이다. 평생 단 한 번도 쓰고 싶지 않은 물건인 소화기와 완강기. 그러나 내 가족, 내 이웃,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될 수도 있으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사용법을 알아뒀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동네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