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이야기
설날 받은 세뱃돈, 추석에 친지들께 받은 용돈, 결혼식에서 지인들이 주신 용돈,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받는 용돈을 스스로 관리하게 해 주었다. 통장을 만들어서 저축하고 각자 사용하고 싶은 곳에 지출한다. 이런저런 일로 두어 달 은행에 못 갔더니 아이들 지갑이 두둑하다. 그도 그럴 것이 두어 달 사이 추석, 결혼식, 그냥 할머니댁 방문이 있었다.
외식을 하려고 채비를 하는데 한 녀석이 제법 값나가는 식당에 가자고 한다. 간단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그 식당은 생일이나 기념일에 가자고 거절했다. 그러니 다른 한 녀석이 그럼 자신이 원하는 식당에 가자고 하는데 역시 특별한 날 갈법한 식당이었다. 엄마의 예산 계획에서 오버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우리 더치페이하자.
나온 밥 값을 4명으로 나누어서
각자 계산 하는 거야.
10000원이면 각자 2500원씩 내는 것이지.
더치페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아이들은 동의했다. 특별한 날 갈법한 식당에서 원하는 음식을 시켰다. 맛있게 만족스럽게 먹고 계산서를 보았다. 넷으로 나눈 금액을 알려주니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비싸요?
원래 이렇게 비싸요?
갑자기 비싸졌어요?
지난번이랑 똑같이 먹은 것 같은데...
그동안도 이만큼 나왔어요?
메뉴판을 보고 금액을 확인해 본다. 시킬 땐 먹고 싶은 메뉴 그림 보고 시키더니 계산하려고 하니 가격을 살펴본다. 약속은 약속이니 두둑한 지갑에서 피 같은 현금을 꺼낸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서 두 녀석의 대화를 들어보았다.
그럼 마법천자문 한 권이랑
냉면 값이랑 비슷한 거야?
냉면이 너무 비싼데?
장난감, 만화책, 노트, 아이스크림.... 최근에 자신들이 소비한 것들의 가격을 물어보면서 한참 동안 "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동안 비싼 것을 먹은 거네?
아이스티도 비싼 거네...
엄마 아빠 돈 많이 썼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돈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 아빠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동안 엄마 아빠가 카드로 계산해서 가격에 큰 관심이 없다가 더치페이를 해보니 가격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나 보다. 며칠 동안 이어진 돈 이야기에 앞으로 돈 때문에 뭐 먹자고 말을 못 할까 봐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우리 가족 회비 만드는 거 어때요?
회비의 개념을 알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 내용도 놀라웠다. 한 달에 5000원씩 회비를 내서 2만 원씩 모아 6월 30일에 상반기 파티를 하고(사실 쌍둥이들 생일이 6월 30일이다), 또 회비를 모아서 12월 31일에 연말 파티를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갑자기 큰 금액을 지출할 필요 없고 돈을 규모 있게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더치페이가 아이들에게 큰 경험이 되었나 보다. 그래서 일단 1년 해보고 잘 되면 앞으로 금액을 올려서 찜질방도 가고, 영화도 보고, 여행경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회비 봉투를 만들었고, 매달 1일이 되면 5천 원을 넣고 자기 이름에 사인을 한다. 1년째 잘 지켜지고 있다.
사실 회비가 없었다면 더 쓸 수도 있는데 일단 예산에 맞추어서 사용하려고 한다. 돈에 대한 교육은 꼭 필요하다. 수입, 지출, 저축, 투자, 잔액, 여유자금....
그런데 무엇보다 돈에 대한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돈이라고 쉽게 쓰기보다는 감사함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더치페이쯤에 사게 된 연습용 바이올린과 첼로를 받으면서 잘 관리하고 소중히 여기고 연습하겠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찐한 진심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소중하게 잘 관리하고 있다.
비행기 타는 여행하고 싶어요.
더치페이야
통장에 얼마 있나 확인해 보고요.
예상 경비가 얼마나 돼요?
아이들은 내돈내산 여행이라니...라고 말하면서 여행에 책임감을 가지고 계획 중이다. 부모는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이 가뿐해진다. 그리고 생각한다.
돈 교육을 위해
돈 공부를 시작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