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26.(월)
어느덧 미국에 도착한 지 벌써 20일이 되었다. 현재 침대, 책상, 식기구 등 필수품은 어느 정도 구입을 완료한 상태라 일상생활에는 큰 불편함이 없다. 대부분의 물건들은 UCI for sale이라는 facebook page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재밌는 것은 자전거를 얻게 된 일이다. 코스트코를 가기 위해 길에서 친구 차를 기다리던 중,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Do you need a bike or do you know anybody need a bike?"라고 물으셨다. 마침 자전거를 구입 예정이었던 나는 "Of course! I am actually looking for a bike."라고 답했고, 아주머니께서는 자전거를 타다 차와 부딪쳐 브레이크가 고장났는데 고쳐서 쓸 생각이 있으면 가져가라고 하셨다. 이게 무슨 횡재인가 하며 나는 연신 "Thank you!"라는 말을 아주머니께 전했다. 집에 와서 자전거 모델명을 검색해보니 가격이 $630, 나는 그날 친구들에게 음료수를 한 잔씩 돌림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대신했다. 또한, 다행히도 뒷바퀴 브레이크는 브레이크 선을 연결하니 작동이 되어 현재까지도 별 탈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어제부터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UCI)에서 Transportation Engineering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학생으로, 이번 학기에는 총 3개의 수업(220A: Transportation Demand Analysis, 221A: Transportation System Analysis, 283: Mathmatics Methodologies Engneering Analysis)을 수강한다. 내가 알기론 UCI는 Transportation Eng 전공 교수님을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학교로, 그만큼 교통공학 관련 수업이 굉장히 다양하다. 어제는 220A, 221A를 수강했다. 수강인원은 총 6명으로 모두 이번학기 신입생들(MS 5명, PhD 2명)이다. 한국에서는 첫 수업은 일찍 끝내는 게 일반적인데 반해 여기서는 간단한 Syllabus 소개 후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을 듣던 도중 지난주 한 대학원생 친구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비로 석사과정에 입학한 그 친구는 교수들이 수업을 일찍 끝낼 때면 자신이 지불한 등록금이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비록 나는 funding을 받는 입장이지만 그 친구의 말이 떠오르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221A를 가르치는 Jay 교수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수업 내용 자체는 기초적이었지만 막상 질문이 오니 바로 답하기가 어려웠다. 혼자 답변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 인도, 이란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답변했고 그 답변에 대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수업이 일방향의 내용 전달이 아니라 Discussion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나는 쌍방향의 소통이 어려울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언어적 한계 때문인 것일까? 라고 먼저 의심했다. 하지만 분명 언어의 문제는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었다. '정답을 말하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대답 안 하는 것 이 낫다.'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수십년 간의 한국 교육 과정을 통해 구축된 사고방식을 바꾸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정답 유무에 관계없이 당당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다. 한편, 수업 막바지에 교수님께서는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사람마다 생각하고 이해하는 process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process를 이해하고, 그 process의 매 과정마다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며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보다는 한참 어린 석사 과정 친구들에게 자극을 받으며, 또 교수님의 말씀에 깨달음을 얻으며 새로운 motivation을 얻었다.
220A는 Wenlong jin 교수님이 가르치신다. 내가 주변 선배들로부터 들은 중국 교수들의 선입견과는 달리 Wenlong Jin 교수님은 권위적이지 않았다. 교수님께서는 CS 및 mathematics을 기반으로 하고 계셔서 인지 대부분의 수업 자료를 모두 Python 명령어로 uploading하셨다. 오늘은 수업 내용보다는 앞으로 수업에서 programming이 어떻게 활용될 지 말씀주셨는데 굉장히 smart함이 느껴졌다. 사실 Traffic Flow는 관심 밖의 영역이라 Wenlong Jin 교수님을 Advisor로 배제하고 있었는데 교수님의 연구분야에 자세히 탐색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ssignment는 Python 기반으로 공지 및 제출해야 한다고 하셨다.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기 전 빨리 Python 공부를 해야할 것 같다.
앞으로의 박사과정 및 수업을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또 많이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