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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박사님을 아세요 Sep 23. 2024

거리 기반 통행 요금제의 미국 내 도입배경 및 현황소개

교통 인프라를 운영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Caltrans)은 2023-2024년 예산으로 약 200억 달러를 집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출처에서 이 자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림 1]은 2020년 기준 캘리포니아의 교통 인프라 운영 및 유지에 사용된 주요 자금 출처를 보여줍니다. 자금 출처는 크게 세금과 사용 요금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용 요금의 대표적인 예로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있으며, 특정 서비스를 이용할 때 직접 부과됩니다. 반면, 세금은 교통 인프라 전반에 걸친 사용에 따라 부과되며, 예를 들어 휘발유나 경유 가격에 일정 비율로 포함됩니다.


세금은 교통 인프라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20년 기준, 미국에서 평균 연간 주행거리는 10,523마일이며, 평균 연비는 갤런당 18.2마일입니다 (US Highway Statistics, 2020). 이를 바탕으로, 각 운전자는 연간 약 292달러를 캘리포니아 유류세로 납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운전자들로부터 징수된 금액은 인프라 건설과 운영의 주요 자금원이 되며, 실제로 Caltrans는 유류세 수익으로 구성된 Motor Vehicle Fuel Account에서 2024-25년에 약 93억 달러의 예산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금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감소량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California Road Charge (2021) 보고서에 따르면 두 가지 주요 원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동차 연비의 증가로 인한 세수 감소입니다. 현재 세금은 사용된 연료량에 따라 부과되며, 이는 연료 소비가 도로 사용량과 비례한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의 증가, 공기 저항을 줄이는 차량 디자인, 타이어 기술의 향상 등으로 인해 연비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1975년에는 평균 연비가 13마일 퍼 갤런 (mpg)이었지만, 2019년에는 24.9 mpg로 증가했습니다 (CA Roadcharge, 2022). 즉, 연비가 향상됨에 따라 동일한 거리를 주행하더라도 소비하는 연료량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운전자가 납부해야 하는 세금의 양도 감소하였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의 증가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전기차의 수요가 눈에 띄게 상승했는데, 2016년에는 전기차 판매가 약 20만 대였던 반면, 2023년에는 160만 대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2023년 미국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약 11%에 해당합니다또한 친환경 차량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친환경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캘리포니아 주는 Landmark Advanced Clean Car (ACC) II regulation을 통해 2035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는 모든 승용차, 트럭, SUV를 zero-emission 차량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처럼 친환경 차량의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정부 정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화석연료 소비를 기반으로 한 세금 정책은 변화하는 연료 수요에 발맞춰 조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에서는 실제 주행거리에 기반한 요금 부과 방식인 "도로 사용 요금제 (Road Usage Charging, RUC)"가 도입 및 검토되고 있습니다. RUC는 차량의 실제 주행거리를 추적해 그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전통적인 화석연료 사용량을 기준으로 하는 요금 방식과 달리, 도로 사용량 자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차량 연비의 향상이나 친환경 차량의 증가와 같은 변화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습니다. 


RUC 시스템은 여러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주행 거리와 연료 소비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동 주행 거리계, 플러그인 장치, 텔레매틱스 기술 등 다양한 기존 기술을 활용해 충분히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수집된 정보는 정부 기관이나 민간 제3자 상업 계정 관리자가 운영하는 백엔드 데이터베이스 센터로 전송됩니다. 이 센터에서는 각 운전자의 누적 주행 거리를 토대로 도로 사용 요금을 계산하고, 해당 요금을 운전자에게 부과한 후 최종적으로 주 정부에 전달합니다.


RUC는 이미 미국의 오레곤, 유타, 버지니아 주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Oregon 주의 OReGo 프로그램은 2015년에 시작된 미국 최초의 마일리지 기반 사용자 요금 시스템입니다.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차량에 마일리지를 추적하는 장치를 설치하고, 주행 마일당 2cents의 요금을 부과받으며 이미 지불한 연료 세금에 대해서 크레딧을 제공받습니다. 또한, 40mpg 이상의 고연비 자동차나 전기차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매년 35달러에서 115달러의 자동차 등록비 감면혜택을 받습니다. OReGo을 포함해 이미 시행 중인 프로그램 이외에도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내 여러 주에서 RUC를 도입하기 위한 pilot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물론, RUC의 완전한 도입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고려 사항들이 필요합니다. 첫째, 개인정보 보호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행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차량에 측정기를 설치해야 합니다. OreGo에서는 차량 위치 정보가 본인 외에는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이를 완전히 신뢰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기술 및 제도 도입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한된 정보 접근은 운영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RUC는 실제 주행기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통행료나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논의 중인 혼잡 통행료와 통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금 시스템의 통합을 위해서는 통합된 요금 체계를 수립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합니다. 그러나 주행거리라는 제한된 정보만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 조건을 반영한 모델 개발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형평성에 관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도심 외곽 지역의 주거비가 도심 중심부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소득이 적은 계층은 외곽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은 매일 도심으로 통근하기 위해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며, 단순히 이동 거리만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외곽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기존의 연료 사용량 기반 세금에도 존재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 이러한 형평성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공정하고 바람직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차량 연비의 향상과 전기차의 증가로 인해 기존 유류세 기반의 세수 확보 방식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자금 확보 방안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응해, 미국에서는 도로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RUC 시스템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해 변화하는 교통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현재 오레곤, 유타, 버지니아 등 일부 주에서 RUC가 이미 시행 중이고,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도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그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RUC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교통 자금 확보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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