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사별, 그리고 현재
마치 전생의 일 같다.
매일 포스트를 쓰며 블로그를 하던 일이 그만큼 멀게 느껴진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시작한 블로그이니 그 시작은 벌써 15년 정도를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학과 각론 정보, 기출 분석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시험을 준비하는 바쁜 기간에도 내가 알게 된 것을 공유하고 싶다는 오지랖 섞인 마음을 먹었던 것을 보면 교사가 내 천직이 맞았구나 싶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이들에게 댓글과 쪽지로 축하를 받았던 것이 떠오른다. 이렇게 나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구나 놀라기도 했고, 모르는 이들에게 응원과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신규 교사의 일상과 안부를 종종 올렸다. 지금은 대부분의 관련 글을 닫아두었지만 휴직을 하고 미국에 가면서부터가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하던 시기였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 바쁜 일상에 잡아먹힌 나는 쓰기와 멈추기를 반복했다.
종종 책을 읽은 기록이나마 남기고는 했는데, 여러 가지 고비를 맞이해 그마저도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남들이 보는 곳에 글을 쓴다는 것은 충전이기보다는 방전일 때가 많았다. 당시에는 그 작은 에너지마저 흘러나가게 둘 수 없는 지경이라 조용히 나만 보는 일기장을 펴는 것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가족 둘을 떠나보냈다. 남편은 인간의 의지로, 아버지는 하늘의 뜻으로 이별했다. 둘 다 이상했지만 다시없을 만큼 좋은 사람들이었고, 원망스러웠지만 결국은 미안한 사람으로 남았다. 내가 겪은 이별 중 가장 참담하고, 여운이 오래갔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치유되었다는 말을 자신 있게 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절한 아픔을 마주하다 보니 지난 시간이 괜히 철없게 느껴졌다. 자주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신경 쓰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던 내가 보였다. 마냥 해맑고 행복한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더 슬프고 어둡게 조명하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 지난 글들이 부끄럽기도, 슬프기도, 불편하기도 해서 하나씩 글을 닫았다.
그렇게 치자니 블로그를 포함한 최근의 일기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서툴고 촌스러웠던 나, 미성숙하고 오만했던 나, 허영을 부리고 포장을 하기도 했던 나의 기록들. 하지만 그마저도 지금 내가 나인 이유들이라서, 그리고 없앤다고 없어지는 과거도 아니라서 그만두었다. 만약 버려야 한다면 어디부터 어디까지 버려야 할 지도 고민이었다. 초라하고 부끄러운 페이지는 내 인생에서 비단 몇 년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 년이 지나는 동안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삶의 에너지를 되찾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토롱이가 찾아왔다. 여전히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었고, 삶을 대하는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 이곳에서도 방전이 아닌 나를 채우는 충전의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