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나 Jul 09. 2023

나야, 참 고맙다.

행복을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어제 쓴 글을 다시 읽자니 왜 이리도 진지하고, 심지어 우울하기까지 한 지 모르겠다. 역시 해가 뜨기 전에 쓴 글은 어둠의 무게만큼이 더 실리게 된다. (지금도 새벽 4시 30분에 글을 쓰고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뭐, 중2 때는 더한 글도 썼으니 굳이 고쳐 쓰지는 않기로 했다. 전날 적었듯 그 또한 현재의 내가 아닌가.


 다만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의 나는 행복하다. 보통의 기분을 5로 잡고 0과 10을 불행과 행복의 양 극단으로 정한다면, 나의 현상태는 최소한 8과 9 사이 어디쯤이다. 2주 뒤의 방학식을 떠올리면 9를 넘기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행복을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행복할 이유를 되새기는 것은 중요하다.



 감사 하나.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

 오랜 시간 곁을 내어주는 친구들과,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편이 되어주는 가족들이 있어 감사하다. 더불어 나와 함께 한 지 벌써 1년이 된 나의 배우자.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나를 여기까지 그토록 흔들림 없이 이끌어주었는지 신기하다. 위태로운 이혼녀이자 아버지를 잃은 딸이었던 나를 나라면 내지 못했을 용기와 하지 못했을 결단으로 붙잡고 제 발로 서게 도와주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찾아온 새로운 생명이자 우주, 토롱이. 이 아이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나의 삶은 결핍이 큰 상태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날로 커지는 아가만큼 내 안이 가득 찬다. 마음이 가난했던 내가 사람으로 풍성해졌다.


 감사 둘. 새로운 공간과 만족.

 새로운 집에 온 지도 세 달이 되어간다. 나 혼자 살던 오피스텔은 매너 좋고 무던한 세입자에게 내어주고, 남편과 함께 낯선 동네에 집을 구했다. 도시 한복판으로 느껴지다가도 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숲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곳은 도시의 편의성과 외곽의 한적함을 모두 원하는 욕심 많은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한동안 리모델링 마무리와 끝도 없이 추가되는 살림살이로 정신이 없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되어 택배 상자를 밀어두지 않고도 현관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이 집을 구입하기로 하자마자 토롱이의 임신 사실까지 알게 되었기에 더욱 축복된 집이다. 한편으로는 임신한 몸으로 급히 집을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어 올초에 계약을 밀어붙였던 나 자신이 더욱 기특하다.


 감사 셋. 계속된 쓰기와 출판.

 글쓰기를 멈춘 적은 있으나 이별한 적은 없었다. 일기든 메모든, 매일이든 몇 달에 한 번이든 생각이 나면 적었다. 지나치게 사사로운 내용들을 일일이 걸러낼 수 없어 블로그나 브런치에는 차마 올리지 못했지만 일기의 쪽수는 성실하게 늘어났다. 달필도 아니고, 명필도 아니지만 조금씩 꾸준히 쓰다 보니 원고가 만들어졌다. 80%쯤 완성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고, 기쁘게도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 계약서 초안을 주고받았고, 다음 주쯤에는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퇴고를 하려고 보니  20이 아니라 50%는 더 채워 넣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내 글이 부끄러워 멈췄다 쓰기를 반복하고, 메일 보내기 버튼을 누르지 못해 망설였는데 이렇게 흔쾌히 출간을 요청해 준 출판사가 있어 참 다행이다.


 이 모든 것은 내 주변의 고마운 이들과 넘치는 행운이 깃들어 이루어진 것일 테다. 그리고 하나를 덧붙이자면 나는 과거의 나에게 참 고맙다. 특히 내가 원하는 것을 잊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지속해 온 것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믿는다. 지난 미라클 모닝 일지들을 보면 당시 나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인 날에도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적어내려 갔다. 마치 주문을 외우듯, 나 자신을 세뇌라도 하려는 양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시련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더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된다. 여전히 나는 많은 것을 가졌음에 감사하고, 지나간 날보다 남은 날들이 더욱 많음을 생각한다. 나는 아름답고, 유쾌하며, 능력 있는 사람이다. 나는 다른 모든 이들과 같이 가치 있는 존재이다.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며,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신념과 가치를 지키고 높이는 선택을 한다.



매일 새벽을 부지런히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미라클 모닝을 하며 익힌 나를 성찰하고 꿈을 구체화하는 습관은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다. 그 힘이 이렇게 발휘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로, 나를 믿고 꿈꾸기를 지속하는 힘이 아니었다면 그 어두운 시기를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사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무너졌다가도 다시 일어선 스스로에게. 앞으로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내가 정말 고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