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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나 Aug 06. 2023

있어야 할 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채워지는 삶

[2023.7.31.~8.4.] 미라클 모닝



July 31.


 7월의 마지막 날이다. 올해가 꼼짝없이 5달 남았고, 토롱이를 만나는 날까지 8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보내는 주말은 즐겁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조금은 느릿하고 지루하게 보내는 혼자만의 평일이 반갑기도 하다. 내 할 일을 만족스럽게 해낸 뒤에 맞이하는 남편과의 주말은 다시 한번 반가울 것이다. 결국 둘 사이의 균형을 이뤄내는 것은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토롱이의 침대를 구입했다. 용산 아이파크 몰에 가서 일룸 매장을 둘러보고 전부터 결정해 두었던 쿠시노 침대로 주문했다. 워낙 많이 쓰는 침대라 특별할 것은 없다. 매트리스는 차차 구입하는 것으로. 큼직한 가구를 하나 장만하고 보니 토롱이와의 만남이 다시 한번 현실로 다가온다. 지금 아기방은 이름이 무색하게 창고 같은 느낌이다. 이번주에 침대가 들어오고 나면 조금은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의 목표는 글쓰기와 집정리다. 언젠가부터 집을 비우고 정돈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학기 중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게 된다. 방학을 맞아 여유롭게 팬트리나 부엌을 정리하며 숨겨져 있던 쓸모 있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발견하는 것이 재미있다. 쓸모없는데 집구석에 잘 숨어있던 녀석은 가차 없이 방출하여 공간을 만들어 낸다. 얼마나 개운하고 통쾌한지. 한편, 이런 게 있었나 싶었던 유용한 물건을 찾아내어 오랜만에 사용하면 그 또한 보람차고 뿌듯하다. 신기한 것은 한 번 정리한 곳도 얼마 안 가 다시 보면 또 새로운 물건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방학마다 집정리와 비우기를 반복하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방학 중 나의 일일 목표에는 글쓰기와 집정리가 매일 들어가게 될 것 같다.



Aug 1.



Aug 2.


 열대야와 한껏 솟아오른 배로 인한 뒤척거림, 게다가 12시를 넘긴 늦은 취침으로 미라클 모닝이 어려운 요즘이다. 심지어 루틴을 마치고 오전 9시쯤 다시 잠이 들곤 한다. 어제는 억지로 잠을 자지 않고 카페에 갔는데 테이블에 엎드려 잠이 들 뻔했다. 낮잠을 자는 게 왠지 밤잠을 방해하는 것 같아 평소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은 낮잠을 안 자자니 어차피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없어 딜레마다. 현재로서는 1. 취침 시간을 12시 전으로 당기기: 6-7시쯤 퇴근하는 혀니와 보내는 저녁 시간도 소중하다. 최소한 4-5시간은 함께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취침 시간을 더 당기기는 힘들 것 같다. 대신 개학 후에는 11시 전에 자기. 2. 방학중에는 졸릴 땐 추가로 자기: 임산부는 원래 졸린 게 정상이라고 하니 그 핑계를 대보려고 한다. 이제 토롱이 핑계를 댈 날도 얼마 안 남았다. 대신 일어난 뒤에 맑은 정신으로 효율적으로 생활하자. 3. 미라클 모닝 중 일일 목표 세우기: 생활 방식이야 날씨, 몸 상태 등에 따라 융통성 있게 변화시키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날의 하고자 하는 일을 충분히 해냈느냐 하는 것이다. 방학은 하루가 온전히 나의 것이 되기에 허투루 보내버리기도 쉽다. 내게는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있다. 미라클 모닝 시간에 한 번 더 되새기자.


 어제는 4년 전쯤 영어 스터디에서 알게 된 지인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10살 어린 남동생인데 1년 반쯤 전에 무작정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보르도 근처, 마르티니크, 니스를 거쳐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의 궤도를 그리고 있는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함을 느꼈다. 나도 여행과 모험을 즐겼지만 항상 최소한의 바운더리가 존재했었다. 예를 들면 휴직 후 미국에 갈 때도 내게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직장이 있는 상태였다. 20대의 사랑과 자유로움을 전해 들으며 부럽기보다는 내 삶이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개개인의 다양성과 나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고, 현재에 감사하게 된다.


 비교하는 삶과 이별하기로 마음먹었는데, sns를 보다 보면 가끔 가짜 욕망이 고개를 들 때가 있다. 그 피드를 보기 전까지는 생각도 안 했던 대상인데 보고 나니 괜히 ‘나도 원해’의 마음이 드는 것이다. 삶에 있어 해도 안 해도 그만인 가짜 욕망을 걸러내자. 내 마음속 깊은 곳부터 만족으로 채우는 진짜 욕구를 채워나가자.  



Aug 3.



Aug 4.


 이번주 미라클 모닝은 징검다리다. 화, 목에는 잠에 취해 오후에 독서 기록만 쓰고 루틴은 하지 못했다. 이리도 피곤할 수가. 출근하는 남편이 다녀올게라며 볼을 어루만져도 눈을 뻐끔뻐끔 뜰까 말까 한다.


 위로가 되는 것은 그래도 글은 조금씩 썼고, 책도 꾸준히 읽었던 한 주라는 것. 특히 이번주에 읽은 책들은 참 재미있었다. (참 재미있었다는 말은 김영하 작가가 말했던 짜증 난다는 말만큼이나 감정을 뭉뚱그려서 표현하는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도 바꿔 쓰게 하는 표현인데.. 나도 모르게 쓰고 있다.) 특히 ‘교사 생활 월령기’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책을 고른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오후에는 학교 당직 근무인데 도서관에 들려 책을 반납하고 다른 책을 더 빌려와야지. 마포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이 있지만 학교에는 내가 원하는 교육 관련 도서들이 많은 편이라 한 번 살펴봐야겠다.


 어제는 병원에 다녀왔다. 벌써 29주 차. 한동안 3-4주에 한 번 병원에 갔는데 이제 2주에 한 번씩 가게 되었다. 막달에 이르면 매주 가야 한다. 토롱이를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갑상선, 양수의 양, 자궁 경부 길이, 기타 등등 모두 정상이지만 여전히 전치태반이다. 몇 달 전 하혈로 인해 병원을 찾았다가 알게 되었다. 안정기에 들어서기 전이라서 얼마나 불안하던지. 아이들에게 미안했지만 절대 안정이라는 권고에 따라 등산을 해야 했던 현장체험학습도 다른 선생님이 대신 인솔해 주셨다. 2학기에도 현장체험학습이 있는데 고민이다. 출산 휴가는 겨울방학과 이어지게 쓸 예정인데, 사이사이에 연가를 쓸 것인지,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학급 운영에 무리가 가지 않을지 생각이 많다. 애초에 연가를 쓸 생각이 없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태동이 심해 불편하고, 컨디션이 나날이 달라짐을 느낀다. 개학 후에는 30주 중반이 될 텐데 임신이 처음이라 그때의 내 몸이 어떨지, 출근해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감당이 될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다. 오늘 교감 선생님과 상담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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