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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지 Nov 05. 2020

감동란의 타이밍

은 없다

5분 간 삶으면 반숙,

6분 간 삶으면 감동란,

그리고 9분 간 삶으면 완숙이 된다.

같은 달걀이어도 삶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를 결정짓는 것은 냄비 밖으로 나와 차가운 공기 중으로 뛰어드는 타이밍이다.


사람의 맛도 타이밍이 결정한다.


사랑에 뛰어드는 타이밍,

학업에 뛰어드는 타이밍,

세상에 뛰어드는 타이밍.

우리는 늘 타이밍을 잡으려 애쓴다.

타이밍이 오기 전에 섣부른 판단을 한 것 같아 후회하기도 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아 조급해하기도 한다.

마치 누군가가 우리 인생에 감동란이 되기 위한 타이밍을 정해 놓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반숙을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완숙을 좋아한다.

감동란 또한 누군가의 개인적인 취향일 뿐, 모든 달걀이 감동란일 필요는 없다.


시기 별로 적절해 보이는 단계들이 있다.

진학, 졸업, 취업, 결혼, 성공.

익어가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살다 보면 반숙이 될 수도, 감동란이 될 수도, 완숙이 될 수도 있다.

모두 맛있는 삶이다.

맛이 달라질 뿐, 어느 것 하나 잘못된 타이밍은 없다.


어찌 되었든 세상은 우리를 맛있게 소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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