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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지 Nov 05. 2020

흰 티셔츠의 시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로고를 만드는 것이다


로고만 가리면 다 똑같은 흰 티셔츠다.

하지만 어떤 티셔츠는 새 것을 오천 원에 팔아도 안 팔리는가 하면

어떤 티셔츠는 입던 것을 오만 원에 팔아도 잘 팔린다.

차이는 손톱만 하게 새겨진 로고에 있다.


로고에는 스토리가 있다.

브랜드가 걸어온 길,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더 이상 화려한 옷이어서 각광받고, 심플한 옷이어서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 옷의 가치는 어떤 로고가 새겨져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화려한 원피스가 지배하는 시대가 있었다.

사람들은 화려한 원피스만큼이나 화려한 삶을 동경했다.

누구나 다 엘리트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콘텐츠의 시대가 왔다.

어릴 적부터 매끈한 길만을 걸어온 엘리트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각광받는다.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것은 흰 티셔츠 한 장이다.

나이가 어떻든, 어느 학교 출신이든, 직업이 어떻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른쪽 가슴팍에 박힐 로고를 만드는 것이다.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세상,

더 좋은 배경 안에 속하기 위한 경쟁은 끝났다.

각자의 로고를 새긴 흰 티셔츠들의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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