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취미가 된 달리기는 특히 여행지에서 더 큰 기대를 준다. 여자친구에서 이제는 아내가 된 그녀와의 첫 해외여행이라는 점과 더불어서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떠난 덕분에 바로 이 새로운 장소에서 달릴 기회가 생겼다는 것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이 있는 오아후 섬에서 곧장 비행기를 환승하여 마우이 섬으로 향했다. 하와이에서 두 번째로 큰 마우이 섬은 동쪽과 서쪽에 큰 산이 있는데 특히 동쪽에는 '태양의 집'이라는 뜻의 해발 3,000미터가 넘는 할레아칼라 화산이 있다. 마우이 섬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액티비티 프로그램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서 달릴 기회가 없었다. 마우이를 떠나는 마지막 날 아침에서야 혼자만의 또 다른 여행을 떠나볼 수 있었다. 라하이니 해변에서 출발하여 해안가를 가까이 두고 이어진 프론트 스트리트를 따라 서북쪽으로 달릴 때 등 뒤로는 태양이 떠오르며 마우이 섬을 깨우기 시작했다.
"굿모닝" "알로하"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원주민 또는 여행객이자 러너인 다양한 인종과도 자연스레 인사를 나눌 수 있다. 건널목에 다가오는 자동차는 달리는 사람에게 양보하여 먼저 정지하고 있다. 햇살은 해변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저 멀리 잔잔하게 머무르는 푸른색 바다를 뚜렷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마우이섬 라하이나 해변을 달리며 지구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지만 인간들은 스스로 그 아름다움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기후 위기로 인해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이는 곧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간 삶의 터전의 파괴와 손실로 나타나게 된다. 지금 달리고 있는 이곳 하와이 마우이 섬의 해변가도 10년 내로는 바다에 잠기어 더 이상 달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날 달리며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평화로운 아침 풍경이기도 하지만 곧 종말을 기다리고 있는 슬픈 나날이기도 하다.
약 5.5km를 달리니 카울라나이 해변이 나왔다. 그곳에서 반환하여 햇빛을 마주 보며 달렸다. 하와이는 돌아가는 길도 아름답다. 이 길을 잃지 않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인류의 변화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 부디 우리 모두가 이 길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