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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킹 Sep 09. 2020

어느 날 문득, 달리기가 싫어졌다

그렇게 문득

'아직은 괜찮다.'

'아직 괜찮을 거야.'

'이 정도면 견딜 만 해. 조금만 더 버텨보자!'




달리면서 떠올린 생각이냐고?


아니다.


점점 눈에 띄지만 건강에는 위협이 없을 것이라 믿으며 방치한 물때, 소화불량이지만 발목까지 차오르지는 않으니 아직은 안심하는 하수구.

원룸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며 떠올린 생각들이다.


더럽다고 느껴지는가? 원룸에 홀로 사는 자취인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그대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후후




그러나 이토록 미루고 미루던, 반드시 날 잡아서 처리하겠다던 나의 굳은 결심은 꽤나 쉽게, 그리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냥 오늘 저녁 문득. 샤워를 하기 전에 청소를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주말도 아니었다. 그냥 '문득'. 이 단어가 이럴 때 쓰기 위해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릴 정도로 문득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달리기가 싫어졌다.

그러다 또 어느 날 문득, 달리러 가고 싶다.


달리기 싫을 때는 그냥 달리지 않아도 좋다. 집에서 푹 쉬어도 좋고 친구를 만나러 가도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과자를 먹으며 누워있어도 좋다.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 죄책감은 나를 더 나약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음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을 만든다.


그러다 또 그대는 갑자기 달리러 나가고 싶은 날이 올 것이다. 그럴 때는 또 계획에 없었던 대로 밖으로 나가면 된다. 그리고 나만의 코스를 향해 달리러 가면 된다.



그렇게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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