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부터 '나 알콜중독인가봐' 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주 했었다.
10대 때부터 술을 접한 나는, 성인이 되고부터 30대 초반이 된 지금까지 술을 달고 살았다. 20대 초중반 때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게 즐거웠다면,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는 반주와 혼술을 즐겼다.
근 10년 동안 연애와 결혼생활을 함께하고 있는 남편도 술을 좋아하고, 게다가 주류 수입사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우리집 냉장고에는 맛있는 술이 넘쳐난다.
그렇게 와인은 미식이라는 생각으로 마신지도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 와인은 정말 집에서 한잔, 두잔 하기 좋은 술이다. 학생 때, 그리고 결혼 전에도 집에서 와인을 혼자 마시곤 했는데 그 버릇 어디 안간다.
질풍 노도의 시기인 10대 때를 빼고는, 술 때문에 큰 사고를 친 적도 없고, 주위에 술자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나도 남들과 비슷한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작정하고 마시는 날 다음날의 끔찍한 숙취를 남들보다 자주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술을 막 퍼마시지도 않는다. 내 기준에 적당히 마시고 잠자리에 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날 술 마시는 빈도가 지나치게 잦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의 매일 마시다 보니 습관이 되었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면서 와인 한 잔으로 긴장을 풀고 잠에 들고 싶다는 갈망이 들었다.
스스로 컨트롤 하기 어려운 정도에 왔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고,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인생이 (당연히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내가 그리던 대로 흘러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느낌이 올 때마다 금주를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20대 때 건강을 생각해서 한두 차례, 그리고 30대가 되어 중독에 대한 공포심으로 한 번. 서너달 정도 끊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어쩌면 이미 금주를 시도한 전적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알콜중독증세가 있다는 뜻 아닐까?
금주에 도전할 때마다 항상 다시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어서, 술을 끊을 생각이 다시 들지 않았다.
내 전적으로 보아, 나에게 금주는 알코올을 평생 입에 대지 않아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알코올 중독이 항상 '직업이나 가족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스로를 고도로 기능적인 알코올 중독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고정관념과 충돌하는 또 다른 유형의 알코올 중독자가 있다. 바로 기능성 알코올 중독자이다.
이 유형의 알코올 중독자들을 추적검사해본 결과 교육을 잘 받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유지했으며 가족이 있었다. 이처럼 고도로 기능하는 알코올 중독자는 성공적이고 정상적인 삶으로 겉으로 보이는 것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고기능성 알코올 중독자는 일반적으로 기대 수명 이상으로 살았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도움을 구할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은 질병이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출처: https://ko.wukihow.com/wiki/Know-if-You%27re-a-High-Functioning-Alcoholic)
1. 긴 유럽 여행에서부터, 돌아온 후에도 식사와 함께 매일 술을 마시다 보니 몸이 괜찮을 지 걱정이 되었다. 두어달 전 직접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내과에 가서 받은 피 검사 결과로 간이 (아직) 깨끗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콩팥, 적혈구, 백혈구 등 수치가 모두 정상이었다. 더욱 마음 놓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2. 그 후 두 달간 있었던 일.
뒤늦게 코로나에 걸려 끔찍하게 아팠다. 아픔이 잦아들자 다시 반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후유증이 아주 오래 갔다. (지인들에게 아프다고 하면서도 술 마신 사실은 숨김)
일정이 아주 많았던 주말의 전날, 모임에서 과음을 했다. 다음 날 일정은 그럭저럭 소화했지만 중간에 병원을 찾을 정도로 무척 괴로웠다. 그러면서도 저녁에는 또다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최근 휴양지에 다녀왔는데, 동행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 매일 혼자서 마셨다. 선베드에 누워 명상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손에는 술잔이 들려 있는 아이러니.
3. 한 달 전부터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명상에도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위에 썼듯 명상 책을 읽는데 술을 마시면서 읽는다는게 너무나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나의 모순적인 행동의 반복이 진절머리가 났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금주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4. 여행에서 돌아오니 집에 술과 관련된 사고가 일어나 있었다. 끊어야 할 시그널이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술을 완전히 끊을 때까지 글로 기록해 보려고 한다.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그만큼 가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