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민 Oct 06. 2020

1989년 7월 31일 월요일 쨍쨍 맑음

선생님께 쓰는 편지

국어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요 며칠 전에는 폭우가 쏟아져서

전국에 피해가 많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요. 장마다 태풍이다 비가 많이 왔지만

저는 아파트에 살아서 인지 별로 실감이 안 납니다.

이번 태풍은 이름도 예쁘더군요.'주디'라고.

뭐 그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지만요.

방학한 지 꼭 열흘째인데 선생님은 뭘 하며 보내셨어요?

저는 특별히 보람차게 지내지 못한 것 같아요.

아참, 수영을 배웠는데요, 이젠 물에 빠져 죽진 않을 것

같아요.  자유형 평형지 배웠어요.

선생님은 이번 방학을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해요.

저는 처음 며칠은 학교에 안 가서 좋았는데 이제는 학교에 가고 싶기도 해요. 글쎄 연 이틀째 학교 가는 꿈을 꿨지 뭐예요.

내일은 8월 첫날이니 한자 공부를 시작하려고요.

전부 480자인데 개학식 날 시험을 본다니까요.

10개 이상 틀리면 시험에 떨어지고 그러면 2차 3차 4차 붙을 때까지 시험을 봐야 해요. 한자뿐 아니라 영어도 마찬가지예요. 영어도 붙을 때까지 시험을 봐야 돼요.

선생님 장마가 끝나니 날씨가 굉장히 더워요. 올해는 오빠가 고2라 바닷가는 꿈도 못 꾸고 집에만 콕 박혀 있어야 해요.

선생님 저 맞춤법 많이 틀렸나요?

중2나 됐는데 한심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네요. 그리고~~ 답장은 주실 거죠?

편지를 받기만 하고 답장을 안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헷헷

뭐 너무 바쁘시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럼 방학 내내 건강하시고요. 개학하면 뵈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1989년 7월 31일

                                            제자 유정민 올림 

매거진의 이전글 1989년 7월 17일 흐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