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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Jul 31. 2024

언제나 하는 그런 것

7월 31일

31일이 되면 매월이 12월인 듯 뭔가를 정리해야 할 것 같고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덧’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다. 이거를 12번만 얘기하면 한 해가 지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회사에 복귀한 지 딱 한 달. 짧다면 짧은 시간 도망치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나에겐 하루하루가 더없이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졌다. 이렇게 쓰고 나니 365일 중 행복한 날, 이것도 덜어서 괜찮았던 날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니 더없이 우울해졌다.


어느 날은 자존감이 너무 떨어져서 한밤중에 엉엉 울기도 했다. 너무 답답해서 가슴을 내내 쳤고 감정은 주체할 수 없었다. 조금 먹은 술 때문이라기엔 다음날은 두 배를 먹고도 멀쩡했다.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뿐이었다. 그 마저도 상대가 난감해할까 봐 전화는 하지 못하고 카톡만 주거니 받거니 그랬다.


매일이 우울한 날 중에 분명 좋았던 날도 있었다. 친구를 만나고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상을 보는 그런 날. 하지만 좋은 게 좋은지도 모른 채 혹은 아주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가버리는 탓에 머릿속에는 결국 우울이 지배할 뿐이다.


다시 돌아가서, 오늘은 7월 31일.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나은 축에 속했던 것 같다. 일하면서 자책도 덜했고 계획을 세웠던 업무도 무사히 마무리했다. 야근 하자며, 저녁 먹고 가자던 너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물론 내일이 두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리고 며칠간 미뤄둔 운동도 했다. 눈물이 나려고 하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나는 인생의 목표는 물론 매일의 계획도 없다. 어릴 때처럼 하루일과표를 만들거나 체크리스트에 따라 O와 X를 그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아무럼 생각 없이 보내는 하루하루가 과연 나를 덜 아프게, 성장하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매일을 이렇게 살아갈 것 같다. 누군가처럼 대단하게 또 바쁘게 지내면서 성취감과 좌절을 동시에 맛보는 그런 날들은 없을 것이다. 이게 31일이 됐든 새로이 1일을 맞이하든 나는 매일은 365일 중에 하루로 살아갈 뿐이다.


고생했다, 내일은 더 잘 살아낼 거라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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