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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 프레드릭 Feb 18. 2023

 [정선]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확실한 쉼을 주는 고립되고 고요한 공간

호캉스에 열광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에는 관심이 많다.

그래서 궁금한 장소가 있다면 거리나 가는 수고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가보려고 한다.


한참 요가와 명상에 빠져 있던 2019년경, 우연히 파크로쉬라고 하는 웰니스 리조트(그때는 웰니스 리조트가 뭐 하는데 인 줄도 몰랐다.)에서 요가페스티벌을 한다고 하는 광고를 봤다. 


숙암 스위트룸(제일 기본 등급은 숙암룸, 숙암스위트룸은 그다음 등급이고 객실 안에 소파와 테이블이 포함되어 있다.), 조식, 석식 제공, 요가프로그램 모두 수강 가능하고, 유료 웰니스 프로그램도 선착순 몇 명에 한해 들을 수 있는 프로모션이었다.

파크로쉬에 대한 기대보다는 요가페스티벌에 참여한다는 기대가 더 컸다. 

(나중에 숙소에 도착해서 상황을 파악해 보니, 요가 페스티벌로 인해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투숙객들이 단체로 예약을 했고, 거기에 파크로쉬측도 이벤트로 투숙객 20명을 따로 받아서 요가 페스티벌 및 다른 웰니스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해 준 듯했다.)


파크로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선수들의 숙소로 사용됐었다고 한다.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리모델링 후 정식 오픈하였고, 산속에 조용히 파묻힌 호텔이라 그런지 애초부터 '쉼'을 콘셉트로 잡고 여러 가지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이벤트로 기름값만 내면 BMW미니를 몇 시간 대여해 주었고, 1만 원만 내면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빌려줬다. 친구를 꼬셔서 같이 가기로 했다.


친구와 같이 기차 타고 버스 타고 힘들게 산을 굽이 굽이 한참 넘어 가 파크로쉬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다? 그때가 5~6월쯤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객실 통창 유리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인터넷에 '파크로쉬'를 치면 많이 볼 수 있는 통창을 바라보는 뒷모습, 옆보습 뷰.


조식, 석식 모두 가짓수는 얼마 안 돼도 다 정갈하고 맛있었다.

가짓 수만 많고 먹을 거 없는 거보다는 훨씬 낫다.

유료 웰니스 프로그램 중에 다른 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쿠아 플로팅'은 또렷이 기억한다.


약 30분간 실내 수영장에서 물에 뜬 상태로 음악을 들으며 (방수 이어폰으로) 웰니스 코치님이 여러 가지 마사지를 해준 후 아로마 향을 맡는 프로그램이다.

온몸의 감각을 간질간질 깨우는 느낌이었다. 어디서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웰니스의 최고봉이었다.

원래 가격은 80,000원대라고 알고 있는데 지금은 없어진 것 같다.

그렇게 파크로쉬라는 강원도 정선의 숨은 보석 같은 장소를 알게 됐다.


정선이라는 곳은 예전에 한국 독립영화 '낮술'을 통해서 보고, 진짜 산골이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돌고 돌아 쉬기 위해 가는 곳이 되었다. 

그때의 좋은 기억으로 이후 파크로쉬에서 주최하는 요가 및 명상 프로그램을 서울에서 몇 번 참여하고, 2019년 가을쯤 좋은 프로모션이 있어 직장동료와 한번 더 간 이후로 한동안 가지 못했다.


가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서울에서도 웬만한 호캉스가 30만 원을 잘 넘지 않는데, 파크로쉬의 객실은 조식 미포함에 30만 원을 왔다 갔다 했다. 

프로모션이 뜨나 안 뜨나 한 번씩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며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파크로쉬의 5주년 기념 프로모션 소식을 들었다.

숙암룸 1박, 조식, 5만 원 식음료 바우처, 12만 원 상당의 캄모멘트리 스파용품 선물세트, 프라이빗 자꾸지 1시간, 유료 웰니스 프로그램 1가지 포함으로 35만 원대(금요일 기준, 토요일은 추가금 있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가, 짝꿍도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하여 결정!


한 달 전쯤에 숙소예약을 했는데 그때부터 계속 기대했다.

예약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가치 있는 것이다.

겨울의 끝자락이라 푸름이 무성하던 가리왕산은 조금 썰렁했다. 하지만 겨울은 사우나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체크인을 하고 바로 사우나를 하러 갔다. 

조용하고 따뜻한 느낌의 사우나. 씻는 곳은 샤워룸으로 되어 있어 프라이빗하게 씻을 수 있다.

발가벗은 몸들과 부대껴가며 몸을 씻는 것이 싫은 사람들에게는 최적이다.

나는 그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지만, 혼자서 오롯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든다.

사우나의 하이라이트는 노천탕이다. 

약 40도 온도의 탕 안에 들어가 앉으면 가슴 밑정도까지 물이 차는데 반신욕을 하기에 딱 적당하다.

밖으로는 가리왕산이 보인다. 

공기는 차고 몸은 따뜻하다. 물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물은 중앙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리하여 물은 중앙에서 가쪽으로 퍼져나가는데 그걸 보고 있기만 해도 명상이 된다.

특별한 생각을 할 필요도, 눈을 어디다 둬야 될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한때, 나는 명상과 요가에 빠져 있었다. 

어지러운 몸과 마음을 명상과 요가로 가라앉히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생각에 집중을 하니 생각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았다.

이후로 명상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단순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무언가를 계속 바라본다. 그게 나에게는 더 쉬웠다.

약 한 시간 정도 사우나를 마치고 오후 5시에 웰니스 프로그램을 들으며 온몸을 롤러로 마사지했다.

몸을 움직이고 자극하는 활동은 언제나 즐겁다.


제공받은 식음료 바우처로 로쉬카페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로쉬카페는 생맥주 맛집이다.

2019년에도 와서 생맥주(클라우드)를 마신 적이 있는데 부드러우면서 시원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시켜봤는데 역시나 시원하고 부드럽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먹고 마시는 것에 예민하다. 생맥주도 업장에서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따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여기는 일단 합격이다.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 치고는 음식 가격도 비합리적으로 비싸진 않았다.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가볍게 산책한 후 예약해 둔 프라이빗 자꾸지를 이용하러 갔다.

파크로쉬는 야외 수영장과 자꾸지가 있는데 겨울에는 야외 수영장은 운영하지 않고 자꾸지만 운영한다.

약간 쌀쌀한 날 야외에서 자꾸지를 하면 그것 또한 너무 좋다.

이번에는 특별히 프라이빗하게 우리끼리만 쓸 수 있는 자꾸지를 예약했다.(프로모션에 포함되어 있으니깐!!)

날씨가 적당히 추웠고 물은 따뜻했다. 손발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있다가 나왔다.

날씨가 맑아 하늘에 별도 보였다. 


자꾸지를 하고 나는 사우나에 한번 더 갔다. 사우나에 가서 또 노천탕에 앉았다.

탕 안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던 것이 멈추고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눈을 감고 음악을 듣다가 발을 오므렸다 펴기도 하고, 물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 순간에 머무르는 것. 명상과 요가 시간에 항상 들었던 그것을 나는 참 오래도록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우나의 온탕에 앉아 있는 그때 나는 그 순간에 머무르고 있었다. 


숙소는 난방을 딱히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너무 따뜻했다.

아니 더웠다. 문을 열어놔야 할 정도로... 문을 열어놓고 조명을 조절해서 준비해 간 와인을 마셨다.

와인잔이 준비되어 있는 것 또한 너무 센스 있다.


다음날에는 아침을 이른 시간에 가서 거의 3 접시를 먹고 또 사우나하러 갔다.

나는 사우나하러, 짝꿍은 방에서 쉬기로 했다. 

나는 우리가 이렇게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참 좋다. 그리고 여기서는 그러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 

쉼을 위한 곳 아닌가. 각자의 쉼의 방식대로 쉬면 된다. 


사우나를 하고 싶지만 동네 목욕탕을 가기는 꺼려지는 이유는 '답답함'이다.

사우나에 5분만 앉아 있어도 너무 답답하다. 얼굴은 뜨거워져 오고 공기도 답답하다.

눈은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 공기가 차서 얼굴과 가슴까지는 시원하다. 배 밑으로는 따뜻하다.

몇 시간이고 이 공간에 머무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하루 여기서 사우나를 하면 나의 머리와 마음속에 낀 때가 빠져나갈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파크로쉬는 캄모멘트리 스파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 브랜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향이 참 좋다.

그리고 순하다. 민감한 내 피부에도 무리 없이 잘 어울린다. 

파크로쉬에서 선택한 제품이라서 이름도 모르는 브랜드지만 왠지 믿음이 간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파크로쉬에서 사용하는 같은 용량으로 거의 4만 원에 팔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료 웰니스 클래스인 호흡명상을 했다.

오랜만에 명상을 한다. 오랜만에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해 봤다. 귀찮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내 몸의 감각을 잊고 지냈다.


좋은 명상과 나쁜 명상은 없다. 
내 마음의 흐름을 알아차리고 내 몸이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코치님이 하신 말씀이다.

내가 명상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는 건, 잘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생각을 없애고 싶은데 생각이 자꾸 나고, 한곳에 집중하고 싶은데 자꾸 신경이 다른 곳에 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든지 잘하고 싶었던 나는 명상도 열심히 잘하고 싶었다. 


파크로쉬에서의 약 24시간 동안 불편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직원들은 딱 적당하게 응대해 주었고, 필요한 것은 그 자리에 있었다.

사우나는 두말할 필요 없이 좋았고, 웰니스 프로그램도, 식사도, 호텔에 은은히 퍼지고 있는 향기도, 음악도 과하거나 모지람 없었다. 투숙객들도 다 쉬러 온 사람들이어서 자신의 쉼에 집중했다.

시장통 같았던 서울 호텔에서의 숙박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제 파크로쉬는 한국의 대표적인 '쉼'의 공간이 된 것 같다.

파크로쉬의 시작부터 봐온 고객 중의 한 사람으로 뿌듯하다.

언제든 힘들 때 찾아가면 그 자리에서 말없이 있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명상시간에 자세를 곧게 하고, 바깥의 산처럼 위엄 있게 있어보라고 했는데,

이제는 파크로쉬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가리왕산처럼 위엄 있게 서있는 것 같다.


파크로쉬에서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나나 짝꿍이나 많이 썼다. 

이번에 처음으로 파크로쉬에 머물렀던 짝꿍 또한 너무 만족해했다.

처음에는 친구와, 두 번 째는 직장동료와, 세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과 파크로쉬에 왔다.

누구와 와도 좋았던 곳이지만, 이번 여행은 꽤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번에는 각자의 어머니도 모시고 오자고 얘기했는데... 부산에 있는 엄마를 어떻게 정선으로 모시고 올지에 대해서 머리를 좀 굴려봐야겠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즐기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 또한 큰 기쁨이다.

파크로쉬에서 돌아와 소박한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파크로쉬 다녀온 것 맞냐고 꿈 아니냐고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우리는 분명 파크로쉬에 다녀왔고 그 순간 행복했다.


콧등 치기 국수(비빔), 곤드레 밥, 메밀전병, 메밀 전

- 이번 여행에서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던 식사!! 정선 아리랑시장에서 유일하게 사람들이 길게 줄 선 식당. 회동집. 방송에 소개된 맛집은 잘 믿지 않지만.... 이 집만은 인정해야겠다. 하나하나 정성스러운 음식, 딱 필요한 정도의 적당한 친절, 식사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 음악까지.(온누리 상품권 결제도 가능!) 몸과 마음으로 감탄하며 먹은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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