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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 프레드릭 Feb 19. 2023

[서울] 리브레리

당신의 작업을 환영합니다.

나는 테이크 아웃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

평일을 제외하고는 카페에 직접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

커피잔에 담아주는 커피를 선호한다. 

아메리카노는 머그라도 상관없지만 라떼는 라떼잔에 담아주는 곳이 좋다.


한때 코로나 때문에 매장 안에서 마시는 커피도 일회용 컵에 담아줘서 카페에 가서 주문할 때 항상 '매장컵에 담아주세요'를 주문하곤 했다.

일회용 잔에 커피를 담으면 커피 맛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다.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 또한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다.

나는 비건과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한다.


나의 취향이 이렇기 때문에 카페를 가기 전에 많은 검색이 필요하다.

이 공간에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오는지, 테이블과 의자의 배치는 어떤지, 어떤 잔에 커피를 담아주는지, 라떼 아트는 어떤 모양인지(카페라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라떼 아트를 보면 카페의 대충적인 수준을 알 수 있다.), 어떤 음악을 트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아무리 좋은 공간이라도 요란한 케이팝이 나오는 공간에는 가고 싶지 않다. 

(언젠가 한국에 오픈한 오스트리아 정통 베이커리 카페에 갔었는데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가 나와서 적잖이 당황했다. 직원들의 노동요인가?)

주로 네이버 리뷰와 업로드 사진을 통해서 카페의 대충적인 이미지를 상상해 본다.


이번 설 연휴 때 방문한 리브레리 카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어떤 작업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의 리뷰를 보고 여기다!라고 생각했다.


이곳은 '와서 마음껏 작업하세요'라고 대놓고 말하는 듯하다. 

적당히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잔잔한 음악, 개인별로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는 테이블, 한쪽 벽면에 꽂혀 있는 매력적인 책들까지... 마치 꿈의 사무실 같은 느낌이다.

도서를 검색해서 찾아볼 수도 있다. 

이용 고객들도 대부분 혼자 아니면 두 명이서 온 노트북 족들 이어서 대체로 조용하다. 

번화한 시내가 아닌 동네의 안쪽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아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오는 곳 같았다.


커피도 괜찮다. 사실 커알못이라 매우 미묘한 맛의 차이는 잘 모르는데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 향과 맛이다.

(이번에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지만, 라떼도 다음에 마셔보고 싶다.)

커피를 주문하니 깨끗한 하얀 잔이 은쟁반에 담겨 나온다. 

쟁반 하나에도 신경 쓴 티가 난다. 이런 디테일을 눈여겨본다.

카페를 채우고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은 결국 운영하는 사람이 신경 쓴 흔적이다. 

하나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신경 쓴 듯한 공간에서는 나도 뭔가 제대로 하고 싶어 진다. 


직원들의 응대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친절하다. 

중간에 자리를 옮긴 적이 있는데, 불편한 점이 있었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주로 새로운 영감을 받기 위해 카페에 간다.

내 몸이 익숙한 공간이 아닌 낯설지만 기분 좋은 공간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뭔가 하고 싶어 진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게 된다. 글이라도 한자 더 쓰고 싶고 책이라도 한 줄 더 읽고 싶다.

집에서 또는 지하철에서 읽었던 책의 구절도 카페에서 읽으면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한잔에 5,000원에 가까운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다.


이곳은 한 번밖에 방문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시간제한이 있다. 2시간... 생각보다 2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그래도 무언가 하나는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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