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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용진 Apr 12. 2024

2024년 총선 이후,
청년 세대와 함께 하기

2024년 총선이 끝나고 여러 계산이 한창이다. 안도와 낙담을 담은 인사와 이야기, 심지어 무용담까지 오간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국회를 앞두고도 분위기는 그리 밝지는 않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흥을 전해 받는다는 느낌을 경험하기 어렵다. 집에 이르는 골목길에 좌우한 가게들은 썰렁하다 못해 가여운 꼴을 하고 있다. 

뉴스에 등장해 경제 전망을 전하는 전문가들은 불경기를 예언하며 계면쩍어한다. ‘상저하고’를 그렇게도 목놓아 소리치던 경제부총리는 자리에서 내뺀 지 오래고, 새로운 경제 정책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다. 경제를 제대로 살필 실력 있는 인물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2024년의 여러 경제 지표와 징후로 보아 올 한 해 경제 전망은 우울했고, 늦봄으로 접어드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 우울함을 잘 챙겨보면 한국 사회 내 경제적 사안은 사회적 사안과 맞닥뜨림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맞닥뜨림의 한복판에서 어김없이 청년 세대를 만난다. 청년 세대가 현 한국 사회의 여러 모순을 온몸으로 다 맞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청년 세대의 주거문제는 놀랄 만큼 그 지적과 부합하고 있다. 지역소멸이나 인구문제를 젊은이들의 주거 복지와 연결 짓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전세 사기를 당한 후 목숨을 끊는 청년들을 보며 단순히 사기 사건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청년 세대의 고통이나 좌절에 응답하기 위해 여러 제도가 마련된 듯 보인다. 그리고 청년 세대의 어려움에 무관심하지 않다며 정부 당국은 변명한다. 청년 세대의 주거 문제를 언급하면 어김없이 중앙 및 지방 정부가 나서 공공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음을 설파한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 설파는 면피성임을 쉽게 알 수 있다. 

2022년 9조 원에 달하던 장기공공임대 융자예산은 2024년 6조 원으로 삭감되었다. 장기공공임대 출자 예산은 2022년 6.4조 원에서 2023년 5.2조 원, 2024년 4.6조 원으로 2년 연속 줄고 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2년 전에 비해 1.9조 원 깎은 예산안을 서울시 의회에 제출했다.      


공공임대주택제도를 보완한다며 만든 또 다른 주택 정책도 청년 세대를 실망시키긴 마찬가지다. 2024년 매입임대주택 프로그램 실행을 위한 예산은 2년 전에 비해 3조 원가량 삭감되었다. 서울시의 매입임대 주택 공급실적은 2022년도 16.5%에서 2023년 한 자리 숫자로 감소하였다. 심지어 약 4천 억 원 정도의 불용액을 남겼다고 한다. 이처럼 주거 취약 계층인 청년 세대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줄 뿐만 아니라 부실화되고 있다.      


청년 세대가 겪는 고통을 보듬는 제도가 진정성을 결여하고 있음은 다른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2023년 11월 3일 전국적으로 출현하는 빈대를 잡기 위해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출범시켰다. 최근 공공장소에서 나타난 빈대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어나 이 같은 대책을 세웠다 한다. 하지만 빈대 소동을 벌이면서도 비인간적이라고까지 말하는 원룸, 고시원, 달방의 공간 존재를 좀체 연결하진 않았다. 빈곤한 청년 세대에 불어닥친 주거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빈대는 우연이 아닌 당연의 사건이 된다. 빈대 사건은 그런 언급 한번 없이 벌레 사건으로 그쳤고 지금은 모두가 잊은 사건이 되었다.      

시민사회의 담론도 경제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전환되는 복판에 청년 세대가 존재하고 있음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주거 문제가 제기되면 언제든 서울의 강남권 주택을 앞서 언급한다. 그리고 주거 공간의 현금 가치로 언급은 이어진다. 


그러는 사이 빈대에 괴롭힘을 당하고 전세 사기로 목숨을 끊고, 주거에 대한 희망을 접고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청년 세대에 눈을 감게 된다. 인구가 줄고, 지방이 소멸될 온갖 상황을 다 만들어놓고는 그 책임을 청년 세대에 전가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2024년 남은 기간은 청년 세대가 겪는 질곡을 얼마나 챙겼는지를 반성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 진정성으로 청년 세대를 대하며 그들에게 행정적 배려와 인간적 눈길을 전하길 온 세상에 요청한다. 특히 이제 막 총선의 터널을 지나쳐온 정치권에 간곡히 부탁한다. 그들의 경제적 절망이 곧 사회 절망으로 이어짐을 공동 인식하는 절박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아무리 경제적 현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청년 세대에 대한 희망까진 접진 말 일이다. 부정성 투성이인 여러 지표 외 징후를 뚫고 긍정적 기운을 챙겨낼 주체로 청년 세대 말고 무엇을 손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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