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은 참 섬세한 영화다.
영화를 처음 보고 난 뒤 깊은 여운에 잠겼었다.
그리고 내가 느낀 것이 전부가 아니란 생각에 여러 번 반복하여 영화를 봤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란 장르의 매력은 전적으로 관찰을 통해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유추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독백 등 좀 더 직접적인 장치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건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닌 거 같다.
그런 점에서 캐롤은 정말 관찰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다.
내 능력이 부족하여 리뷰에 다 담진 못했지만 이 영화는 배우들의 아주 훌륭한 연기와 완성도 높은 스토리 그리고 연출을 통해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인물들의 깊은 감정선과 자아실현의 과정을 담았다.
영화라는 인공의 시공간 속에서 카메라에 담기는 모든 피사체는 저마다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의미는 최초 감독의 의도와 별개로 우리에게 모두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관객의 발견을 기다리는 입체적인 디테일이 풍성한 영화다.
(사실 입체적이란 것도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뭐 그런 결론도 그것대로 입체적이다.)
원래는 리뷰에 영화를 보며 내가 발견 또는 의미 부여한 모든 요소들을 밝혀 쓰려고 했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내 역량 부족인지 너무 어렵고 또 길어져서 많은 것을 들어냈다.
가령 스토리상 별 비중 없는 잭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첫 장면 (의도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름까지 영미권에서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인 jack으로 설정했다.)
어깨를 터치하는 동일한 스킨십을 여러 장면에서 다르게 다루는 것
터널을 통과하여 캐롤의 집으로 가는 장면의 연출
등등 그 밖의 메모에 정리한 많은 것들
정말 아쉽다.
그래서 아마 캐롤에 대한 리뷰는 언젠가 한번 더 쓸 거 같은 느낌이다.
참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