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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BEL Sep 19. 2020

[영화 리뷰] 완벽한 타인

페르소나

인간(人間)

우리 종을 가리키는 한자어다.

사람 인자에 사이 간자로 쓰인 이 단어의 의미대로 우리는 유난히 관계를 중요시하는 존재다.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페르소나로 자신을 연기하고 종래에 타자가 된다.

사람이 왜 이러한 삶을 선택하는지에 관해 고민해보고 내린 나의 결론은 이 또한 비용과 효용의 문제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다.

개인은 인생을 살아가며 이러한 욕망들의 비용과 효용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마치 계기판이 고장 난 저울처럼 정확히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여러 욕망들 중 무엇이 자신에게 더 가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선택한다 효용은 최대로 그리고 비용은 최소로 하는 방식을.

나는 이때 대부분의 인간들이 페르소나를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욕망을 동시에 만족시켜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마법의 처세술이다.

잠깐의 연기만 한다면  결혼 생활의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정부를 통해 성욕까지 해결할 수 있다.

적당히 둘러대면 사회적 위신을 지키면서 자신의 성적 지향대로 살 수 있다.

우리는 그런 합리적인 이유로 완벽한 타인이 된다.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인물들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묘사가 지나 칠정도로 성적인 코드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배의 성 정체성, 태수의 연상녀, 수현의 팬티, 예진의 가슴성형, 준모의 외도에 의한 임신 그리고 예진과 준모간의 불륜 등등

영화 내내 이런 문제들로 인물들이 씨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에게 사적인 영역이란 것이 섹스를 제외하곤 이렇게나 없나 하는 의문점이 생긴다.

스스로 돌이켜봤을 때 나라는 사람은 꽤나 다양한 색깔을 숨기고 사는 거 같은데 영화에서 그려지는 개인은 오직 빨간색뿐이다.

이러한 묘사는 인물 간의 복잡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평면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력과 긴장감 있는 연출은 훌륭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런 설정이 유교 문화권인 우리나라 버전에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 버전에도 비슷하게 그려졌는지 확인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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