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우리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한 회원이 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한 이야기로만 되어있는 소설은 없나요?” 오늘 읽은 책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하는 문장이 나왔다. “왜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한 이야기는 없는 거죠?” 그러자 화자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행복은 이야기가 아니에요. 불행이야말로 이야기가 될 수 있죠.” 세상에는 행복하기만 한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행과 늘 마주하고 있다. 불행은 이야기를 안고 온다. 짠 내 나는 고난과 쓰라린 고통을 이겨내면 인내와 사랑이 한 편의 이야기로 피어난다. 불행한 시절을 회상하면 행복은 늘 불행 사이사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살며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불행 속에서도 웃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연민할 수 있다. 다만 불행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건 우리의 몫이다. 모든 불행은 이야기를 남긴다. 먼 훗날, 너와 함께한 이 시절이 우리의 이야기로 기억되길 바라며 나는 오늘의 불행을 한껏 껴안아 본다.
#먼 훗날우리#불행과 행복#불행 끌어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