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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Mar 03. 2021

풀샷을 잡으면 욕 먹는 PD

발카메라라고 말해도 놓치지 않을거에요!


몇년 전 회사가 총파업을 했을 때 뮤직뱅크는 프로그램 담당부장이 직접

생방송 연출을 한 적이 있었다.

PD뿐만 아니라 카메라맨 엔지니어등 대부분의 직원들이 시니어로 구성되어 그야말로 떼우는 방송을 했다.

하지만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짬에서 느껴지는 안정감, 깔끔해진 연출력 등..."

파업집회 후 몇몇의 예능피디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밤새 공들인 콘티와 화려한 워킹을 위한 노력이

한 순간에 땅에 꺼진 느낌이랄까?


쇼PD는 밥을 짓는 사람

1인 방송이 아닌이상 방송제작시스템은 피디 1명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더군다나 대형쇼 제작은 더더욱 그렇다.

밥을 짓는다는 의미는 다르게 말하면 벼농사를 하는 사람, 탈곡하는 사람, 쌀을 파는 사람,

물을 파는 사람,전기밥솥을 파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밥짓기 준비를 다해주고

피디는 밥솥에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다.

물론 갓지은 밥은 시청자분들이 드시는 것...

답사부터 시작해

세트도면을 그리고 세트를 짓고 음향,조명 중계차 등 방송장비를 이동시켜 며칠전부터 설치하고

의자도 1만개씩 깔고 쉽게 말해 판을 벌려주면

피디와 작가가 출연자 섭외,선곡하고

가사지, 대본,큐시트, LED영상소스 등등

셀 수 없는 일을 한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반복적으로 음악과 영상을 보며 가사지에 피디가 정한 카메라 배치도를 보며

카메라 넘버표시를 해둔다.

요즘은 이 넘버링을 콘티라는 이름으로 아주 잘고 자세히 적어 모든 스태프와 공유해

마치 기계가 연출을 하듯 포인트에 맞추어 가수들의 모습을 정교하게 담아내는게 추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정교하게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내가 사랑하는 풀샷을 자주 못쓰게 되기 때문이다.


발연출로 불리우는 피디놈

(7) HA SUNG WOON - BLUEMAZE + BLUE | 하성운 - 블루메이즈 [2019 BOF 191020] - YouTube


(7) Stray Kids (스트레이 키즈) - MIROH ♬ [코리아 온 스테이지 - 수원화성] | KBS 200903 방송 - YouTube


(7) 고우림 (포레스텔라) - 별 헤는 밤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 20190815] - YouTube


최근에  직접 연출한 쇼프로그램이다.

공통점은 댓글에 발로 만들었다는 댓글이 꽤 있다는 것이다.


싸늘하다;;;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큼큼...

결론적으로 카메라맨은 잘못이 없다.

협의 된 곳에 위치한 카메라로 표현할 수 있는 앵글을 잡았고

피디가 그 카메라 컷을 콜을 했기 때문에

욕을 먹어야한다면 피디가 먹어야 한다.

물론 좋은 댓글들이 주를 이루지만 악플수준의 댓글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풀샷이 좋은 이유와 큰 그림 연출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를 적는다.


풀샷은 쇼연출의 완성이자 이유

방송국에는 연출을 할 수 있는 부조(부조정실)이라는 장소가 있지만

야외는 없기때문에

부조의 역할을 하는 중계차가 출동한다.

그 안에는 사진에서 보듯 여러대의 카메라의 그림들을 한 눈에 볼수 있는 메인룸이 있는데

사진 아래에 있는 4분할 화면들이

다 각각의 카메라다.

<사진의 예를 들면 나는 16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공연연출을 했다.>

집에서 티비를 보는 분들은 모니터 1대를 본다. 피디는 그 1대의 모니터에 다양한 그림을 넣어주기 위해 카메라 16대를 동시에 본다.

16대가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주면 노래에 맞춰 해당 카메라의 콜을 외치고

기술감독은 그 카메라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 여러대의 카메라중 풀샷을 잡는 카메라들이 있다.


매번 욕을 먹고도 풀샷을 잡는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다.

수학문제를 푸는 방법, 라면 끓이는 방법, 아이폰, 갤럭시를 선택하는 것처럼 연출자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첫째,풀샷과 관객이 주는 장엄함을 더 선호하이다.

뮤직뱅크같은 좁은 스튜디오에서는 아무리 풀샷을 잡아봐야 무대전체정도인데 일단 야외는 다르다.
세트비만 1억~2억이 훌쩍넘어간다. 그렇게 멋지게 지어놓고 아티스트 얼굴만 잡기엔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둘째, 그렇게 큰무대에 서는 가수들의 리스펙의 의미다.

2,3만명규모의 관객이 모이는 어마어마한 쇼도 캐스팅수는 정해져있는데 압도하는 무대위에서

자랑스레 노래하는 가수들에게 바치는 나의 리스펙의 표사이다.

누구든 서고 싶지만 아무나 설 수 없는 큰무대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더욱 아티스트들이 빛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셋째, 어디에서 공연을 하는지 주기적으로 보여주어야 왜하는지 어떤 걸 기념하는지 보여줄 수 있다.


째, 제작진이 만드는 공연연출기법중 LED소스 연출도 풀샷을 잡는 이유다.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에 출연한 하성운 님을 생각하며 만든 영상 소스는

종이비행기를 탄 성운님이 파란 하늘을 날아 팬들에게 날아가고 싶다는 나의 생각을 구현한것인데

얼굴만잡으면 저 의도를 설명할 수가 없게된다. 나는 그 영상소스를 각인될 정도로 오래보여주어

가수와 팬을 이어주고싶었다.

(참고로 하성운 팬클럽명은 하늘)

윤동주콘서트 별헤는 밤에서 고우림의 무대는 마치 밤하늘 아래서 공연을 보는 느낌을 주기위해

무대 천장전체를 빔프로젝트와 영상을 이용해 밤하늘을 구현했다.



수원화성에서 무대한 스트레이키즈는 수원화성의 아름다움과 수원화성에서 노래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강렬히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풀샷을 넘겼다.


그래서 나는 더 욕을 먹겠다!

풀샷은 쇼연출의 핵심이자 꽃이라 믿고있다. 조연출시절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던 선배도

풀샷은 KBS가 가장 잘 잡아내는 목적있는 앵글이라 했다.

다소 과한 욕을 먹더라도 많은 피디들이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에만 집중을 할 때에도

나는 수많은 의미를 가진 이 풀샷을 잡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다.

많은 예능피디들이 쇼를 연출하지만 각자의 취향을 너무나도 존중하고 또 존경한다.

조금 덜 세련되어 보이더라도 나는 나만의 쇼연출방식을 가져가고 싶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시청자에게 이해시켜보고 싶다.

그런데...지금도 귀가 너무 따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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